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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실 원귀
게시물ID : panic_1025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프리키
추천 : 1
조회수 : 101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1/21 17: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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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 없으므로


내가 `1년 전에 겪은` 세탁실 이야기를 간단히 말해 볼까 한다.




나는 어느 사설 교육원 기숙사 경비실을 지키고 있는 경비원이다.


2명 씩 3개조가 매주 번갈아 가며 기숙사 경비를 서고 있으며,


숙박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의 특성상, 교육생들의 빨래를 도와 줄 세탁실이


건물 2층에 설치되어 있다.



"이봐! 김 씨? 기숙사 화장실이 이렇게 지저분해서야 어디 쓰나? 엉? 왜? 아니꼬워?"



아침부터 기숙사 담당 과장에게 기숙사 청소 상태가 불량이라고 한 소리를 들었다.


나는 분명 경비로 여기에 들어왔는데, 청소 불량으로 나보다 한참을 어린 놈에게


아침부터 된통 욕을 먹다니...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어디 선가에서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구슬프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




그리고 장맛비가 아침부터 끊이지 않고 계속 쏟아지는 그 날 밤, 자정 무렵.


교육생들은 이미 교육이 다 종료되어 오전에 퇴실하였기 때문에 지금 기숙사 안에는


야간 근무 당번들 밖에는 없다.




자정이 되어 순찰을 하기 위해 전자 센서 도장을 들고 2층 세탁실 주변을 순찰하던 나는


갑자기 안에서 세탁기가 `윙`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어? 이상하다…!`




불과 한 시간 전에만 해도 세탁실은 조용했는데…. 그 사이 건물 안에


출입한 사람도 아무도 없고 말이지….`




이상함을 느끼고 침을 `꼴깍` 삼키며


세탁실 문을 천천히 열어 본 순간...!



"헉! 아이~ 깜짝이야! 이 씨 지금 뭐 하는....."



그 때 정면에서 어떤 시커먼 것이 반짝이며 내 앞으로 `툭` 날아와,



목 주변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시간이 얼마 없으므로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세탁실 이야기를 간단히 말해 볼까 한다.




`띠디! 띠디! 띠디! 띠디!`



조금 전, `세탁` 모드가 끝났다는 신호음이 울렸다.



업소용으로 제작된 초대형 드럼 세탁기가 곧 `탈수` 모드로 전환되었고,



커다란 도넛 같이 생긴 은색 원통 안에서, 잔뜩 웅크린 내가 계속 '뱅뱅뱅' 돌았더니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계속 구토를 하였다.



이제는 마지막 단계인 세탁 `건조` 모드가 작동하겠지?



`드르렁` `드르릉` 하며 드럼 세탁기 내부의 구석구석에 뚫어져 있는 미세한 구멍들 안에서


엄청나게 뜨거운 바람이 마구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순간 온도 100℃가 넘는 이 엄청난 고온, 고압의 건조 열기가


연달아 나의 온몸을 구석구석 녹이고 있었다.



"앗 뜨거…! 제발 밖에 있는 누구든 제발 저 좀 살. 여. 주. 세….     아아! 아아아아악~"



내 살 속으로 파고 들어간 뜨거운 열기의 소용돌이가, 이제는 내 몸 안의 뼈들을 순식간에


녹이며, 뭉개놓고 있었다.



아마 미리 세팅 된 `건조` 모드가 다 종료되기도 전에,



나는 봉안당 화장장의 한 줌 `사리` 처럼


이 세탁기 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놈이 시커먼 흉기로 날 기절시켜서


여기 이 드럼 세탁기 안에다 옷을 몽땅 다 벗기고 집어넣은 다음


안에서 열리는 비상 손잡이까지 망가뜨린 것일까?




`설마! 일 년 전쯤, 내가 기숙사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했던 `같은 조, 김 씨?`




통속의 자그마한 구멍 여러 개가 돌아가다 서서히 내 눈 쪽으로 멈추더니


마치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마그마 같은 고압 열기를 막 뽑아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악!



드디어 내 눈 속의 안구들이 모조리 녹아내리며 시야가 완전히 닫히는 순간,


동그란 투명 플라스틱 유리문 구멍 사이로, 밖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흉측한 얼굴의 잔상이 서서히 보였다.




1년 전. 김 씨를 쓰러트려 여기 세탁기 안에다 집어넣고,


방금처럼 똑같이 범했던 그 사체의 얼굴이... 세탁기 바깥에서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랬구나! 그랬어…!`



나는 비로소 죽는 순간이 돼서야!


항상 전해지는 이야기로만 듣던 구천을 떠도는


세탁실 원귀를 직접 만나게 된 것이다.



기숙사의 세탁실 원귀가,


내가 자기에게 저지른 짓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지금, 나를 죽이러 온 것이다.



정확히 1분후,


나는 세탁기 안에서 그렇게 끝났다.




***


 

 


`띠디! 띠디! 띠디! 띠디!`


건조 모드 종료 1분 전.




다행이다.


이제 세탁기가 `건조`까지 다 되고 나면, 같은 조 경비였던 이 미친 새끼의 갈기갈기 찢어진 고깃덩어리와


부서진 뼈들을 우리 고양이님들이 맘껏 파먹도록 기숙사 뒤뜰에 갖다 뿌릴 것이다.




다행이다! 참으로 다행이다!


내 사랑스러운 고양이님들이 오늘도 굶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안 그래도, 요새 기숙사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없어서 얼마나 걱정했던지!



나는 정확히 1년 전에 기숙사 세탁실에서, 사이코패스 놈인 같은 조 '이 씨' 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 나를, 이렇게 구천을 떠도는 귀신로 만들어준 것이 기숙사에 사는 우리 고양이 님이었다.



나는 고양이 님에게 이렇게 다시 복수할 기회를 주시어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고,


그 뒤로, 나는 기숙사 주변을 돌며 고양이 님을 모시는 호위무사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적어도 고양이 님은 저 인간들처럼 나를 차별하거나, 갑자기 죽여버리지는 않으니까!'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아~ 알았어요! 알았어요!


고양이님! 오늘도 배가 아주 고팠지요?


1분만 더 기다려 주세요! 세탁이 다 종료되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인간 요리 한 그릇 대접 할 테니!



'아! 맞다!'



하마터면 세탁기 내부를 깨끗이 청소하는 것을 잊어먹을 뻔 했다.


다~ 우리 고양이님 입 안에 들어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먹이들인데,


세탁기 같은 요리 도구들이 항상 깨끗해야 되지 않겠나? 응! 아무렴!


그렇죠?



`야옹! 야옹!`

`야옹! 야옹!`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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