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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화된 사회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들
게시물ID : sisa_11847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젠장할
추천 : 5
조회수 : 95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21/11/30 09:37:50

 어제 내년에 투표권을 가진 10대 학생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평소 말하는 뽄새가 싸가지가 없긴 했지만 그래도 이재명을 지지한다는 얘기에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다.

어쩌다가 대화가 퀸의 얘기로 흘러갔는데 퀸이 싫다는 거다. 이유를 물었더니 게이라서 싫단다.

 

그 순간 드는 생각이 과연 진짜 이 사회의 문제가 우경화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최근 4년간 진보에서 보수로 이동한 계층이 많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우경화되고 있다는 건데... 여기 오유에서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2030으로 대변되는 신보수의 등장에 우려를 금하지 못했다.

 

하지만 진짜 우경화가 본질인 것일까.

오유는 다들 알다시피 민주당쪽으로 편향된 곳이다. 실제로 그런가와는 별개로 민주당은 진보를 대변한다.(물론 민주당이 진보인지는 의문이지만) 진보주의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오유에서 착짱죽짱같은 혐오의 언어가 난무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

페미니즘 문제만 해도 그렇다. 과연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사람은 혐오가 없고,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사람은 혐오주의자인가.

 

메갈로 대변되는 래디컬들은 통상적인 페미니스트와는 다르게 약자와의 연대를 선택하지 않았다. 게이혐오도 그렇고, 여자라는 이유로 박근혜를 지지한 것도 그렇다. 반페미(나도 반페미이지만)의 상당수도 단지 페미니즘의 극단성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혐오적 감정에 기반해서 주장하는 느낌이 강하다.

 

즉, 국힘을 지지하든 민주당을 지지하든 페미니즘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모두가 혐오의 감정에 강하게 빠져 있다.

 

내 얘기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국인도 페미도 그들이 혐오주의자이기 때문에 혐오하는 거라고, 혐오주의자를 혐오하는 게 뭐가 나쁘냐고. 

 

과연 그럴까 혐오주의자를 혐오해도 되는 것일까.

나부터 반성해야할 것이, 일베나 악성페미를 혐오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분명 혐오스러운 존재들은 있고, 그들을 보고 혐오하는 감정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혐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다.

 

그렇다고, 존재가 당위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세상엔 온갖 범죄들이 분명 '존재'하고 우리 마음속에는 악한 본성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의 존재자체가 그것의 정당성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의 본성을 극복하면서 문명사회를 이룩했다. 인간의 본성을 모두 무시하는 것은 분명 옳지 않지만 우리는 건전한 본성은 존중하고, 반사회적인 본성은 인위적인 의식적 자각으로, 또 사회화를 통해 억제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봉인이 풀린 느낌이다. 혐오는 자연스러운 본성이기에 늘 긴장하고, 주의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우리를 집어삼켜 버린다. 그렇기에 우리는 늘 주변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주의깊게 관찰하고, 억제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페미니즘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그것은 이성에 기반해야 한다. 우리안의 검은 욕망인 혐오에 기반해서는 안된다. 기존 페미니즘이 자기 안의 어두운 욕망에 휘둘려 무분별하게 성소수자를 공격하고, 남성을 공격했기에 거부당한 것이지, 그들이 혐오스러운 존재여서 거부당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인천 흉기난동 사건의 경우에도 사실 관계를 따져볼 여유도 없이 누군가는 '여경이 여경했네'는 식으로 혐오적 감정에 휩싸여 성급한 판단을 내리고, 누군가는 확증편향에 빠져 무조건 여경을 쉴드치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이런 비이성적인 논의는 사회를 타락시킨다. 

 

이건 아니다.

 

늘, 오유에서 보면서도 차마 피곤해서 뛰어들지 않았던 것들. 중국인을 혐오하는 말들이 난무하고, 어느순간 그것을 말리는 사람조차 없어져버리는 상황들. 이런 것들은 진보적이고, 선비라고 불리는 오유에서조차도 너무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게 옳은 일인가. 설령 그 수가 많다 하더라도 특정 중국인들의 잘못을 모든 중국인이라는 집단으로 바꾸어 공격하는 게 온당한가.

 

실제로 흑인들은 대부분 교육수준이 낮으며 범죄율이 다른 인종보다 높다. 그렇다고 우리가 흑인집단 전체를 비난하는 것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또 이런 생각에는 흑인이 왜 혐오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렸는지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빠져 있다.

 

흑인은 차별받아 왔고, 시작부터 노예로 시작했고, 그래서 경제력이 낮고, 그러니 교육도 적게 받고, 이 두가지 요인으로 의식적인 수준이 낮으며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흑인이 아니라 동양인이나 백인이니 히스페닉도 가난하고, 무식한 계층들은 범죄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높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계층에게 느끼는 감정을 인종의 차원으로 확대해서 표출하는 것이 정당할까.

 

중국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가난한 나라였고, 이제 막 경제력이 커지면서 세계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두꺼워진 지갑을 의식이 미쳐 따라잡지 못하고, 커진 근육을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이런 상황들은 중국을 세계의 민폐국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혐오가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게 중국만의 문제인가.

 

우리가 국민소득 5천불~1만달러이던 20~30년전. 한국인을 지칭하는 대표적인 용어들은 어글리코리안, 코리안타임 같은 부정적인 것들이었다. 즉, 우리도 그 시절에는 그랬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인이 타고나기를 추하고, 개념없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이 우리가 추해지기 쉬운 상황이었을 뿐이다.

 

누군가는 그러니까 우리를 어글리코리안이라고 비난했던 것처럼 중국인도 그래야 변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중국인들도 자신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남들이 지적하는 게 불편할 뿐이다. 베이징에만 가봐도 길거리 곳곳에 문명이라는 글자가 많이 보인다. 중국 스스로도 자신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은 머리가 나쁜 민족이 아니다.

 

제발 혐오를 멈췄으면 좋겠다. 혐오의 감정이 생기더라도 스스로 내 이런 감정이 정당한지, 이걸 표현하는 게 정당한지 스스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모든 논의는 혐오라는 감정이 아니라 판단이라는 이성의 영역이어야 한다.

 

혐오가 지배하는 사회는 진보든 보수든 어차피 지옥을 만들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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