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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의 빈 손은 떨린다
게시물ID : lovestory_926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3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2/08 17:56:0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구재기, 목마르다




우물이 깊을수록

두레박의 끈은 길다

심한 목마름에

한 두레박의 물을 길어 올려도

목마름을 위해서는

한 모금의 물만 필요할 뿐


하늘의 구름 사이

밝은 달이 우물에 빠지면

그때마다 나는 급히 목마르다

서둘러 두레박을 내리지만

끈이 긴 두레박의 물은

쉽게 내 입술에 닿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가 사랑한다는 말을

아무리 들려주어도, 쉽게

나의 목마름은 가시지 않는다

차라리 깊이 빠져드는

한 덩이 달이 되고 싶다

 

 

 

 

 

 

2.jpg

 

김영재, 내 안의 당신




강을 건넜으면 나룻배를 버려야 하듯

당신을 만났으니 나를 버려야 했습니다

내 안에 자리한 당신

바로 나이기 때문입니다

 

 

 

 

 

 

3.jpg

 

허형만, 참 좋은 곳




이곳은 풀벌레 소리가

어둠을 물어 나른다

한낮 소나기

몇 차례 다녀가신

사이사이 맑은 이파리가

햇살에 반짝 빛나기도 하지만

때가 이르러

어둠이 도둑고양이처럼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기어들라치면

풀벌레 소리들이

하나 둘 순식간에 달라들어 물어간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평화라든가 적요라든가 명상 같은

그런 어려운 말 대신

내가 나인 줄도 모르고

그냥 거닐기 참 좋은 곳이다

 

 

 

 

 

 

4.jpg

 

문덕수, 선물(膳物)




누가 몰래 두고 간 포장(包裝)

달빛의 초점(焦點)이다

뜻밖에도 숲속에서 마주친

당신의 놀란 얼굴 같구나

무엇이 들었을까

설레임은 꽃의 꿈으로 익어

나의 빈 손은 떨린다

한 겹 한 겹 풀면서 나는 늙어 가나니

마치 한 아름의 저주(詛呪)인 듯

 

 

 

 

 

 

5.jpg

 

이면우, 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무언가 용서를 청해야 할 저녁이 있다

맑은 물 한 대야 그 발밑에 놓아

무릎 꿇고 누군가의 발을 씻겨줘야 할 저녁이 있다

흰 발과 떨리는 손의 물살 울림에 실어

나지막이, 무언가 고백해야 할 어떤 저녁이 있다

그러나 그 저녁이 다 가도록

나는 첫 한마디를 시작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발을 차고 맑은 물로 씻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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