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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는 나를 너무 많이 사용했다
게시물ID : lovestory_926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0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2/15 14:26:00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제민숙, 등짐




사람들은 누구나

등짐 하나씩 지고 산다


보이는 짐이든

보이지 않는 짐이든


빈 그릇

속이 꽉 찬 그릇

그도 같이 지니면서

 

 

 

 

 

 

2.jpg

 

박두순, 어떤 하루




사용 설명서도 잘 읽지 않고

나는 나를 너무 많이 사용했다

삐거덕거리는 몸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듯


오늘 하루

내 몸의 스위치를 다 내리고

흘러가는 구름을 쳐다본다

냇물 소리에 귀기울여본다

뛰는 개구리를 바라본다


제대로 보인다

사용 설명서에 없는

하루치 삶이

나를 더 밝혔다

 

 

 

 

 

 

3.jpg

 

최병무, 미완의 시




시를 쓰는 한

가난하게 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니면 가난하게 사는 동안

시를 쓰게 될 것이다


아직 미완의 내 시가

살고 있는 집


그래도 말보다는 자리가 잡힌

내 문자를 사랑하는 일


떠도는 삶의 기록에 대하여

가난한 내가 가난하게 사는 동안

가난한 시를 쓴다

 

 

 

 

 

 

4.jpg

 

조지훈, 사모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5.jpg

 

박재삼, 강물에서




무거운 짐을 부리듯 강물에 마음을 풀다

오늘 안타까이 바란 것도 아닌데

가만히 아지랭이가 솟아 아뜩하여 지는가


물오른 풀잎처럼 새삼 느끼는 보람

꿈같은 그 세월을 아른아른 어찌 잊으랴

하도한 햇살이 흘러 눈이 절로 감기는데


그날을 바라보는 마음은 너그럽다

반짝이는 강물이사 주름도 아닌 것은

눈물로 아로새긴 내 눈부신 자욱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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