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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삶은 순전히 불꽃인지도 모르겠다
게시물ID : lovestory_926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5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2/18 16:20:2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허형만, 가벼운 빗방울




빗방울이 무겁다면 저렇게 매달릴 수 없지

가벼워야 무거움을 뿌리치고

무거움 속내의 처절함도 훌훌 털고

저렇게 매달릴 수 있지

나뭇가지에 매달리고 나뭇잎에 매달리고

그래도 매달릴 곳이 없으면 허공에라도 매달리지

이 몸도 수만 리 마음 밖에서

터지는 우레 소리에 매달렸으므로

앉아서 매달리고 서서 매달리고

무거운 무게만큼 쉴 수 없었던 한 생애가 아득하지

빗방울이 무겁다면 저렇게 문장이 될 수 없지

그래서 빗방울은 아득히 사무치는 문장이지

 

 

 

 

 

 

2.jpg

 

윤희상, 다시, 바다에서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다

내가 있어야 당신이 있다

내가 없다면 이 세계도 없다

바람이 불지 않더라도

떠나야 한다

부러진 돛도 돛이다

다친 사람도 사람이다

아픈 사랑도 사랑이다

사는 것이 힘들더라도

다짐해야 한다

바다가 물고기를 만든 것이 아니라

물고기가 바다를 만들었다

 

 

 

 

 

 

3.jpg

 

문정희, 농담




대장간에서 만드는 것은

칼이 아니라 불꽃이다

삶은 순전히 불꽃인지도 모르겠다

시가 어렵다고 하지만

가는 곳마다 시인이 있고

세상이 메말랐다고 하는데도

유쾌한 사랑 의외로 많다

시는 언제나 칼이어야 할까

천도의 불에 연도된

사랑도 그렇게 깊은 것일까

손톱이 빠지도록 파보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 수심을 보지 못했다

시 속에는 언제나 상처뿐이었고

사랑에도 독이 있어 한철 후면 어김없이

까맣게 시든 꽃만 거기 있었다

나도 이제 농담처럼 가볍게

유쾌하게 하루해를 보내고 싶다

대장간에서 만드는 것은

칼이 아니라 불꽃이다

 

 

 

 

 

 

4.jpg

 

곽재구, 강




내 가슴 속

건너고 싶은 강

하나 있었네

오랜 싸움과 정처 없는

사랑의 탄식들을 데불고

인도 물소처럼 첨벙첨벙

그 강 건너고 싶었네

들 찔레꽃 향기를 좇아서

작은 나룻배처럼 흐르고 싶었네

흐르다가 세상 밖, 어느 숲 모퉁이에

서러운 등불 하나 걸어두고 싶었네

 

 

 

 

 

 

5.jpg

 

이승희, 물방울




물방울은 왜 모여지는 것이 아니라 맺혀지는 것일까

맺힌다는 그 말속에 들어 있는

단단한 뼈 같은 마디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면

하나의 맺힘이 있기까지 그 오랜 습기의 기억들은

어느 바람 속, 어느 쓸쓸한 저녁의 이름으로 돌아온 것일까

얼마나 사무쳤기에 저리도 둥글어진 것이냐

물방울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죄다 그러므로

사랑은 물방울이 다른 물방울을 만나는 것처럼

그런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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