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사람은 사람을 잘 만나야한다 -수필 장문주의-
게시물ID : humordata_19329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빙다리핫팬츠
추천 : 8
조회수 : 1119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21/12/20 20:52:29
어렸을적 아버지가 무역(수입)을하셨고 사장님이셨었다. 90년 초중반의 당시 무역으로, 엄청나게 잘 살진 않았으나 크게 불편함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러다 IMF와 더불어 집안사정으로 인하여 가난이라는 지옥에 쳐박혔다. 이제 나도 나이를 먹고 적당히 살고 있음에도 당시를 생각하면 오금이 저린다. 오죽하면 형이 했던 "가난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 라는 말에 극히 공감했을까...
어쨌든 당시 힘들어진 상황으로 인하여 어머니도 일을 하셔야 했고 그렇게 어린시절의 나는 집에 형과 둘만있는 시간이 대폭 늘었다. 참고로 형과는 4살차이였다. 지금이야 같이 늙어가는 몸이니 크게 느껴지지 않았으나, 어렸을땐 그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왜냐면 내가 6학년때 형은 고등학생이었으니까...
무튼 방학이라도 하면 내 하루 일과는 형의 수발이었다. 잔심부름부터 밥차리는일도 내 몫이었다. 형은 머리가좋아 공부를 잘했으나(전교 한자릿수 에서 20위권내) 난 평범했다. 그리고 가끔 형이 학교에서 배운걸 나를 상대로 가르치면서 스스로 공부했다. 문제는 이제 분수 곱셈 나눗셈 배우는 나에게 루트와 제곱등을 가르치며 왜 모르냐며 구타아닌 구타를 가했다. 간단히 머리를 때리는 거였는데 하루는 맞고 쌍코피가터져 때린 형도 당황한 적이 있을정도였다. 물론 그때마다 소정의 용돈으로 부모님께 입막음은 필수 코스였다. 그래도 어린나이에 덩치와 키가 컸던 터라(몸빵이 가능했던) 채찍후에 내미는 당근이 더 좋아 나중엔 한대 더 안치나? 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이런 일들 이외에도 물떠와라 뭐해라 뭐사와라 하는 심부름까지 어마어마 했다. 오죽했으면 군대에 입대할때 형이 곰곰히 생각하더니 "넌 형한테 하던것처럼 하면 선임들한테 이쁨받을거야"라고 했을까..
사실 처음엔 툴툴대고 반항도 했었다. 그러나 어차피 심부름은 하게되었다. 생각해보니 어차피할거 쳐맞고 하는건 너무 병신같다는 생각에 군말없이 하게 되었고, 개인시간을 늘리려 형의 불편한 점을 사전에 처리했기에 생긴 해프닝이었지만...
6학년때는 형이 운동이란 명목하에 스파링을 제안(사실상 강압)했고 형은 너도 때릴 수 있으니 공평하단 것이었다. 당시엔 조삼모사 원숭이마냥 '오 그럴싸한데?'라며 동의했으나,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때 초6이던 친척동생을 보며 느낀건... 아 나는 원숭이었구나 라는 것이었다. 같은 맥락이지만 형은 당시 "니가 한트럭있어도 형 못이겨"라고 했고 그말의 진위는 내가 고등학교에가고 초6  아이들을 보며 그랬구나 라고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쯤되면 알겠지만 사실 이 이야긴 형이 주인공이다. 형은 20대 중반까지 날카로운 칼과 같았다. 머리도 좋고 운동도하며 (태권도선수) 취미는 운동과 책을 읽는 것이라 지식도 꽤나 있었다. 그렇기에 자기주장이 강했고, 다른 의견은 잘 듣지 않았고 상대가 잘못된 주장이라도 할때면 아주 뼈까지 뜯어먹혔다. 다소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형의 충돌은 어쩌면 당연했다고 느껴질만큼 말이다. 
이러한 형의 모습은 내가 군대를 간 뒤로 완전히 달라졌다. 거짓말처럼., .
당시를 회상하며 어머니는 형이 천천히 변해가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나는 군대에 있었고 변화 과정을 보지못했다. 신병위로 휴가때는 형이 여행을가 볼 수 없었기에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원숭이에서 사람이 되었다는 중간과정을 없이 보았기에 사람은 신이 창조했다!라는 것을 믿는 종교인마냥 어머니에게 형이 머리를 다친것 같다는 등의 말을 계속해서 했었다. 
거의 1년만에 본 형의 모습은 내 기억속 모습과는 정말 달랐다. 항상 칼같고 날카로웠던 인상은 찹쌀떡마냥 말랑해진 얼굴, 따뜻한 말투. 이 모든게 현실이 아닌게 아닐까? 혹시 난 아직 부대에 있는게 아닐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몸에 거부반응이 왔었다. 그리고 같이 술을마시며 예전일을 꺼내며 미안했다고 머리숙여 사과를 했다. 길들여졌던건지 사실 형이 했던 일들이 (남들이보면 심하다 생각할 것들도 있었으나 ) 솔직히 난 괜찮았다. 하지만 형은 계속해서 사과했고, 그 이후로 형과의 관계는 조금 달라지게 되었다. 
형의 이러한 변화는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지금의 형수님 덕분이었다. 항상 강하기만 하던 형은 형수님을 만나게 되었고, 항상 유들유들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게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나도 저렇게 살고싶다.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형은 다른사람의 주장을 듣고 이해하는 것을 연습했고 달라지게 되었다. 이러한 형의 모습은 나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도 그럴게 나는 가치관과 기타 정서적인 부분이 성장할 무렵  가장 오래 시간을 보낸사람이 형이였고, 그렇기에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것도 형이었다. 그래서 형의 좋은 변화는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 덕분에 나도 잘못한것을 사과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며,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사람이 되기위하여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런 시간들을 보내고 난 진심으로 형을 존경하게 되었다. 20대중반까지 지켜오던 자신의 가치관을 바꿀 수 있었던 모습이나, 이 후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등을 말이다. 
그리고 선하고 좋은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