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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동화] 머리
게시물ID : panic_1026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젤넘버나인
추천 : 6
조회수 : 9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2/21 16: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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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머리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

남자는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성의 입구에 매달린 소년의 시체를 내렸습니다.

 

 

죽은 소년은 남자의 어린 동생으로

귀족들의 연회에서 영주의 시중을 들던 중

실수로 영주의 몸에 음료를 쏟아

그 죄로 목이 매달린 것이었습니다.


 

며칠 후

마을로 시찰을 나온 영주는

숨어서 영주를 기다리던 남자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영주를 호위하던 병사들에게 가로막힌 남자는

영주를 살해하는 데 실패했고

병사들에게 사로잡힌 남자에게 다가온 영주는

남자가 떨어트린 도끼를 병사에게 건네며

남자의 오른팔을 자르도록 지시했습니다.


 

남자가 자신이 목매단 소년의 형이라는 사실을

영주가 알게 된 건 그 후…

 

 

그 사실을 알게 된 영주의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이후

영주가 마을에 시찰을 나갈 때마다

영주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남자와 마주쳤지만

영주를 살해하려는 남자의 시도는 매번 실패로 끝났고

그때마다 영주는 남자의 신체를 하나씩 잘라

결국 남자는 두 팔과 다리를 모두 잃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영주가 다시 남자와 마주쳤을 때

남자는 시퍼런 단도를 입에 문 채 바닥을 기며 다가왔고

영주는 그런 남자를 두 팔 벌려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그날 저녁

영주의 만찬에 초대된 손님들은

식탁에 놓인 남자의 머리를 보았습니다.


 

영주는 남자의 머리를 자르게 된 사연을 떠벌리며

남자의 머리가 마치 성인의 유골이라도 되는 듯

연신 남자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고

두려움에 떠는 손님들을 보며 내심 즐거워하였습니다.

 

 

영주의 광기 어린 만찬은 밤이 깊어 가도록 계속되었고

코가 삐뚤어지게 취한 영주는

남자의 머리를 들고 자신의 침실로 들어갔습니다.


 

손님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려는 그때

영주의 침실에서 울려 퍼지는 끔찍한 비명…


 

영주의 침실로 달려간 손님들과 성의 하인들은

피로 흥건한 바닥에 주저앉아

목에서 대량의 피를 쏟는 영주를 보았습니다.


 

그곳에

살점이 낀 이빨을 훤히 드러낸 채

죽어가는 영주를 부릅뜬 두 눈으로 노려보며

피로 범벅이 된 입가에 그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한 웃음을 짓는 이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남자의 머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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