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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외톨이가 된 까마귀
게시물ID : panic_1026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망상다람쥐
추천 : 5
조회수 : 11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2/26 22: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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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https://novelpia.com/novel/71643

 

 사람들이 어두운 옷만 입는 어딘가의 이름 모를 마을이 있다.

그리고 이 마을에는 검은 새, 까마귀들이 사는 곳이기도 했다.

 

 많은 까마귀 중 카리스라고 불리는 까마귀는 이 어둑어둑한 마을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카리스가 같은 까마귀들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동경했다. 과거 언젠가 가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새하얀 마을을...

 

 

 “저 새하얀 마을에 갈래요.”

 

 “안 돼! 절대 안 돼!”

 

 

 카리스는 새하얀 마을에 가는 것을 꿈꾸었으나 마을 사람 중 그 누구도 카리스를 응원하지 않았다. 모두가 카리스를 말렸고, 카리스의 친구 엠블조차 카리스를 말렸다.

 

 모두가 말렸지만, 카리스는 결국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새하얀 마을은 어떤 마을일지 상상하며 카리스는 즐거운 기분으로 출발했다.

 

 새하얀 마을로 가면 갈수록 지나가는 마을의 사람들의 옷이 점점 변해가는 것이 카리스에게는 보였다. 어두운 색에서 점점 밝게, 새하얗게...

 

 

 

*

 

 

 

 카리스는 며칠을 더 날아가서야 새하얀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새하얀 마을의 입구는 커다란 벽과 커다란 문이 막고 있었기에 카리스는 벽보다 더 높게 날아서 지나가려고 했다.

 

 

 “어이, 꺼먼 새. 그 더러운 검정색은 우리 마을에 못 들어와.”

 

 

 막 벽을 넘어가려는 카리스를 까치처럼 보이는 새가 카리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너도 검정색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

 

 

 카리스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떨면서 말했다.

그러자 까치는 카리스의 말에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

그러곤 카리스에게 돌을 던졌다.

 

 

 “니네 땅으로 돌아가! 더러운 까마귀야!”

 

 

 까치의 공격에 카리스는 휘청거리며 겨우 빠져나왔다.

날개에 여러 상처가 생겼지만, 카리스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카리스는 곧 새하얀 물감을 들고 와서 자신의 몸을 하얗게 칠했다.

그러자 검은 새는 확실히 새하얀 새가 되었다.

 

 

 “이제 됐어? 나는 완전히 하얀색이라고.”

 

 “안 돼! 너는 까마귀잖아. 너 같은 게 우리 마을에 들어오면 보석을 훔칠 게 안 봐도 뻔하다고!”

 

 

 카리스는 분명히 새하얀 새가 되었지만, 새하얀 마을로 들어갈 순 없었다.

 

 

 “그래??”

 

 

 카리스의 얼굴은 점차 일그러졌고, 표정의 변화로 묻어있던 새하얀 물감을 점점 지워졌다.

그리고 아까 생긴 상처들에서 피가 새어나오면서 새하얀 물감은 붉게 물들었다.

 

 

 “검붉은 눈...”

 

 

 까치는 카리스의 눈을 보고 작게 말했다.

검붉은 눈...’이라고, 그러나 원래 카리스의 눈은 푸른색이었다.

물론 지금의 눈 색은 카리스 자신도 모르고, 오직 그걸 보는 까치만이 알 수 있었다.

 

 

 “살려줘...”

 

 

 까치는 겁에 질려 벽 위에서 휘청거렸다.

까치가 휘청거리면 휘청거릴수록 카리스는 가깝게 다가갔다.

, .’ 피를 흘리면서.

 

 

 “너의 하얀색 지워줄게.”

 

 

 카리스는 날개를 들었다.

카리스의 검은 날개는 아까와는 달라보였다.

뭔가 더 뾰족 뾰족하고 날기만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날개처럼은 안 보였다.

 

 

 “미안해. 내가 정말 미안해!”

 

 

 까치는 마지막 발악으로 온갖 비명을 다 지르면서 날아올라 새하얀 마을 밖으로 도망쳤다.

 

 

 “도망치지 마.”

 

 

 그러나 카리스는 그런 까치를 한참 앞섰다.

, 뒤를 따라잡은 카리스는 까치의 등을 바라보았다.

 

 

 “아까 말했지? 하얀색 지워준다고. 붉게 지워줄게.”

 

 

 카리스는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날개의 깃털을 휘둘렀다.

그러자 지지직...’ 살이 뜯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까치의 등이 붉게 물들었다.

 

 

 “너가... 까마귀인 걸 어떡하라고... 너가 까마귀인 건 안 변해...”

 

 

 까치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눈이 꺼멓게 변했다.

 

 그리고 카리스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까치 위에 올라 까치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그러네. 흉조는 흉조네. 변할 수 없는 걸까? 그런데 너는 변했잖아. 붉게, 그리고 너는 다시는 새하얀 마을에 못 들어가게 됐지. 뭐야? 벌써 죽은 거야?”

 

 

 카리스는 살포시 까치의 등을 바닥으로 밀었다.

그리고 카리스는 새하얀 물감을 조금 남긴 채로 왔던 길을 되돌아서 자신의 마을로 돌아갔다.

조금 남은 새하얀 새로...

 

 

 “이 배신자! 꺼져! 새하얀 새들끼리 살라고!”

 

 마을에 있던 새들은 카리스를 욕했고, 카리스는 급하게 물감을 지워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워진 부분과 새하얀 부분이 동시에 있어서 새하얀 새도 까마귀도 아니게 되버렸다.

 

 

 “그런가... 나는 둘 다 아닌 건가? 그럼 나는 뭐지? 나는 악마인가?”

 

 

 순간 카리스의 눈이 붉게 반짝였다.

그 눈에 다른 새들은 얼어붙었고, 그 길로 그대로 카리스는 마을을 떠났다.

카리스의 그 붉은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카리스의 눈은 여전히 붉은색이었다.

 

 

 “살려주세요...”

 

 

 마을에서 도망치듯이 나온 카리스의 눈에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는 한 소년이 눈에 보였다.

그러나 그 소년은 마치 이미 살리기에는 한참 늦은 시체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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