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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동화] 성인의 유골
게시물ID : panic_1026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젤넘버나인
추천 : 9
조회수 : 143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2/01/05 06: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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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성인의 유골


젊은이가 집을 떠난 지 삼 년째 되던 해

발길 가는 대로 떠돌던 젊은이는

봄날의 한가로운 전원을 걷다가

길가에 쓰러진 노파를 발견했습니다.


 

노파를 그늘로 옮긴 젊은이는

가지고 있던 수통을 꺼내 노파의 목을 축였고

정신이 돌아온 노파는 감사의 의미로

젊은이를 노파의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노파가 사는 마을은 길가에 돌담이 이어진 아름다운 마을로

젊은이는 금세 마을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빠져들었습니다.

 

 

노파의 가족도 젊은이를 극진히 대접했고

때마침 오랜 유랑길에 지쳐 있던 젊은이는

여행을 멈추고 마을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노파의 집에 마냥 눌러앉아 있을 수만은 없던 젊은이는

세상 곳곳을 떠돌며 얻은 지식을 이용해

마을의 공동체를 위해 일했습니다.


 

비축한 식량이 썩지 않도록 창고를 설계했고

외국에서 가져온 향신료를 농작해 마을의 수입에 이바지했으며

학교를 지어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무엇보다도 약초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던 젊은이는

마을의 병자들을 치료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젊은이에 대한 소문은 널리 퍼져

마을은 젊은이를 찾아온 사람들로 늘 북적이게 되었고

마을은 유례없이 번성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이는 마을 장터의 가판대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뜬 조각을 보았습니다.


 

가게의 주인은 조각이 치유의 힘을 가졌다며

여행객들에게 비싼 값에 팔았고

젊은이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불편했습니다.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일까


 

젊은이가 언덕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살랑이는 바람에 민들레 홀씨가 젊은이를 스쳐 날아갔고

그 모습을 본 젊은이는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날 저녁

마을의 대표를 찾아간 젊은이는

자기 뜻을 마을 대표에게 밝혔습니다.


 

젊은이가 마을을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마을 주민들은

젊은이에게 마을에 남아달라고 설득했지만

젊은이의 결정을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습니다.

마을은 여전히 젊은이를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아무도 젊은이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젊은이의 집 앞에 모인 사람들이 불만을 터트리자

주민들은 젊은이가 병중이라 만날 수 없다 둘러댈 뿐

굳게 닫힌 문은 열릴 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원성이 높아지던 어느 날

마을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젊은이의 사망을 알리는 종소리였습니다.


 

성대한 장례식이 열렸고

많은 사람이 젊은이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장례식을 찾아와 긴 행렬을 이루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젊은이의 장례식은 끝났지만

여전히 마을을 찾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젊은이의 유골을 만지면 병이 치유된다는 소문이

사람들 사이에 퍼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을을 찾아온 사람들은

회관에 안치된 젊은이의 유골을 만지기 위해

비싼 값을 치러야만 했고

그로 인한 수익으로 마을은 더욱 번성하였습니다.


 

젊은이는 죽어서도

마을의 발전을 위해 이바지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마을의 시설을 늘리느라 큰 빚을 진 마을의 주민들


 

젊은이 없이 빚을 갚을 능력이 없었던 주민들은

젊은이를 마을에 남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하자

젊은이를 살해하고 그의 유골로 돈을 벌 계획을 세웠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젊은이는 마을 주민들에게 살해당했고

죽어서도 마을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출처 안녕하세요 바젤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선한 젊은이와 이기적인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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