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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밤이 바람을 뱉는다
게시물ID : lovestory_928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1/25 15:11:4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선태, 침식




어머니

돌아가신 후

고향 바닷가에서


뼈만 남은

기슭에 기대어

나는 울었다


뭉클한 갯벌을

맨발로 걸으며

나는 울었다


파란과 굴곡의

해안선 내달리며

가슴을 쳤다


돌아올 때

침식이라는 말이

가슴을 쳤다

 

 

 

 

 

 

2.jpg

 

길상호, 물이 마르는 동안




햇볕을 한 장

한지를 한 장


겹겹으로 널어둔 그 집 마당은

고서(古書)의 책갈피처럼 고요했네


바람만이 집중해서

뜻 모를 글귀를 적어가고 있었네


종이가 마르는 동안

할머니의 눈꺼풀이 얇아지는 동안

마당 한쪽의 감나무는

그림자를 살짝 비켜주었네

 

 

 

 

 

 

3.jpg

 

윤병무, 말의 뒤편




마저 말하려는데

왜 목메는지

목메는데 왜

말은 역류하는지

말을 물고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밤

밤이 바람을 뱉는다

구름이 반달을 뱉는다

반달이 절반만 말한다

해에게 빌린 말

빛 없는 말은

달 뒤편에 있다

 

 

 

 

 

 

4.jpg

 

허영자, 흰 수건




흰 수건에

얼굴을 닦으려다 멈칫한다


거기

슬프고 부끄러운

초상화 찍힐까봐


흰 수건에

두 손을 닦으려다 멈칫한다


거기

생활을 헤집고 온

비굴의 때 묻을까봐

 

 

 

 


 

5.jpg

 

문인수, 통화 중




그곳은 비 온다고?

이곳은 화창하다

그대 슬픔 조금, 조금씩 마른다

나는, 천천히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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