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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 길이 꽃길이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928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39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2/01/30 19:09:5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하청호, 구석




마당이 환하다

햇살은 밝게 비치고

바람이 향기롭게 맴돈다

그런데 저기

마당에서 밀려난 벌레들과

여린 풀들

온갖 잡동사니들은

구석에 모두 모여 있다

가끔 길 잃은 햇살이 한 줌 빛을 뿌리고 가는

어두운 구석

누가 알까

마당이 저리도 환한 것은

구석이 있기 때문인 것을

 

 

 

 

 

 

2.jpg

 

김주대, 이유




바람이 불 때

꽃은 너무도 불안하여 그만 예뻐져버렸다

 

 

 

 

 

 

3.jpg

 

허영자, 길




돌아보니


가시밭길

그 길이 꽃길이었다


아픈 돌팍길

그 길이 비단길이었다


캄캄해 무서웠던 길

그 길이 빛으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4.jpg

 

장석남, 분꽃이 피었다




분꽃이 피었다

내가 이 세상을

사랑한 바 없이

사랑을 받듯 전혀

심은 바 없는데 분꽃은 뜰에 나와서

저녁을 밝히고

나에게 저녁을 이해시키고


내가 이 세상에 오기 전의 이 세상을

보여주는 건지

이 세상에 올 때부터 가지고 왔다고 생각되는

그 비애(悲哀)보다도 화사히

분꽃은 피어서 꽃 속을 걸어 나오는 이 있다

저물면서 오는 이 있다

 

 

 

 

 

 

5.jpg

 

구재기, 휘어진 가지




열매가

가득 차면

가지는 절로 휘어진다


열매를

다 쏟아내고서야


휘어진

가지는 비로소

똑바로 돌아간다


일 년 전

하던 짓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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