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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흘러간 존재의 모습이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928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25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2/02/01 16:25:0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박준, 그늘




남들이 하는 일은

나도 다 하고 살겠다며

다짐했던 날들이 있었다

어느 밝은 시절을

스스로 등지고

걷지 않아도 될 걸음을

재촉하던 때가 있었다는 뜻이다

 

 

 

 

 

 

2.jpg

 

박시교, 그리운 쉼표




이윽고

마침표를 찍기까지

우리 삶에


몇 개의

느낌표와 물음표가 필요할까


어쩌면

생은 한 줄 글


그 행간 점

쉼표여

 

 

 

 

 

 

3.jpg

 

이승훈, 지금




커다란 고요가 있고

여름 해가 있고

흘러간 존재의 모습이 있다

네가 떠난 다음

마지막으로 지상에 남은 것

 

 

 

 

 

 

4.jpg

 

이정하, 슬픔의 무게




구름이 많이 모여 있어

그것을 견딜 만한 힘이 없을 때

비가 내린다


슬픔이 많이 모여 있어

그것을 견딜 만한 힘이 없을 때

눈물이 흐른다


밤새워 울어본 사람은 알리라

세상의 어떤 슬픔이든 간에

슬픔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가를

눈물로 덜어내지 않으면

제 몸 하나도 추스를 수 없다는 것을

 

 

 

 

 

 

5.jpg

 

길상호, 빗물 사발




아무런 기척도 없이

가랑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누가 거기 두고 갔는지

이 빠진 사발은

똑, 똑, 똑, 지붕의 빗방울을 받아

흙먼지 가득한 입을 열었다

그릇의 중심에서

출렁이며 혀가 돋아나

잃었던 소리를 되살려 놓는 것

둥글게 둥글게 물의 파장이

연이어 물레를 돌리자

금 간 연꽃도

그릇을 다시 향기로 채웠다

사람을 보내놓고 허기졌던 빈집은

삭은 입술을 사발에 대고

무너진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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