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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당신을 사랑할 때 그 불안이 내겐 평화였다
게시물ID : lovestory_929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4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2/16 22:54:23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진은영, 소멸




빨간 자동차를 타고

동물원에 가는 일요일처럼


차의 경적 위에 앉은 새처럼


하늘은 푸른색 칸막이다

좀더 위쪽의 신비를 가려놓은


노래는 곧 날아갈 것이다

민첩한 사람들과

점점 느려져가는 사람들이

사라진 막다른 골목길

풍경의 흐릿한 날개를 달고서


녹색 종양이 자라는 팔월의 나무

뱀처럼 기다란 죽음이 나를 감아 오르고 있다

길 건너


다리 부러진 피아노처럼

세계가 기울어진다


어둠

유리창 불빛이 레몬처럼 흔들린다


나는 한 번도 진실을 말한 적이 없다

그리고 흰 공책 가득 그것들이 씌어지는 밤이 왔다

 

 

 

 

 

 

2.jpg

 

유희경, 해줄 말




손목을 끊고 살던 청춘들

야위어간다 먹지 못해

뼈만 남은 서로의 몸을 매만져

음악을 만든다


한 사람을 꺼내 생각한다

기억의 순간들, 전력으로

펼쳐지는 동안 어쩌면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생각


당신이 눈을 닦아주길 바랐어요

눈물에서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당신이기를 그만두세요 제발

내가 당신이 될게요 그러나

나는 늘 운이 없었으니까


다치고도 다친 줄 모르는 흉터와

내 것이고도 모르는 표정이

매달려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해줄 말이 있으면서도

다음 목숨을 원했던 것은


참을 수 없는 감정

말은 그렇게 배우는 것이지

모레 죽어도

미안하다고 하지는 않을 거지만

 

 

 

 

 

 

3.jpg

 

박서영, 달의 왈츠




당신을 사랑할 때 그 불안이 내겐 평화였다

달빛 알레르기에 걸려 온몸이 아픈 평화였다

당신과 싸울 때 그 싸움이 내겐 평화였다

산산조각 나버린 심장

달은 그 파편 중의 일부다

오늘 밤 달은 나를 만나러 오는 당신의 얼굴 같고

마음을 열려고 애쓰는 사람 같고

마음을 닫으려고 애쓰는 당신 같기도 해

밥을 떠 넣는 당신의 입이

하품하는 것처럼 보인 날에는

키스와 하품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였지

우리는 다른 계절로 이주한 토끼처럼 추웠지만

털가죽을 벗겨 서로의 몸을 덮어 주진 않았다

내가 울면 두 손을 가만히 무릎에 올려놓고 침묵하던 토끼

당신이 화를 낼 때 그 목소리가 내겐 평화였다

달빛은 꽃의 구덩이 속으로 쏟아진다

꽃가루는 시간의 구덩이가 밀어 올리는 기억이다

내 얼굴을 뒤덮고 있는 꽃가루

그림자여 조금만 더 멀리 떨어져서 따라와 줄래?

오늘은 달을 안고 빙글빙글 돌고 싶구나

돌멩이 하나를 안고 춤추고 싶구나

그림자도 없이

 

 

 

 

 

 

4.jpg

 

조병화, 낮과 밤




나뭇잎 속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너는 내 머릿속을 지나간다

나뭇잎 속에서 잠을 자는 새처럼

너는 내 머릿속에서 잠을 잔다

 

 

 

 

 

 

5.jpg

 

이광웅, 달




네 눈꺼풀 안쪽에 고인 달빛

네 눈꺼풀 안쪽에 고인 달빛


약질의 내 체구에 떨어져 부서질 때

이빨이 시리고

피가 얼고 그러던 달빛


손 안에 받아 보려 한들 이 무슨 헛짓거리랴

눈사태 같이 부서져 내려 앞길을 차단하는

눈사태 같이

차디찬 달빛

네 눈꺼풀 저쪽에 고인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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