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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의기소침해지신 아버지를 격려해드리려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게시물ID : gomin_17938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까마귀.
추천 : 3
조회수 : 681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22/02/22 0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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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베오베금지
긴 글이라 선요약 드립니다.

평생 몸짱으로 살아 오신 아버지께
처음으로 겪고 계시는 신체와 정신의 부조화에 대해서
위로와 격려를 해드리고 싶은데 적절한 말을 못 찾겠어요.







아버지께선 올해 67세가 되셨습니다.


언제나 건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셨고
못하는 운동이 없으시고 어디가 편찮으신 적도 없고
평생 몸짱(이 단어가 좀 그렇기는 한데요.. 정말로 진짜.. 뻥 안 치고 식스팩은 기본으로 탑재하시고 선명도마저도 좋으신 그런 근육)으로 살아오셨습니다.

맹세컨대 제 평생 아버지의 뱃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지금도 신체 나이는 30대인 저보다 더 젊으실 거예요.
여전히 대청봉이나 노고단은 주말에 가볍게 다녀오는 코스로 하고 계시고요.




그런데 1~2년 전부터 아버지께도 조금씩
노안이나 흰머리, 탈모 같은 게 아니라 활동에 문제가 되는
신체적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여름 자전거 라이딩(가볍게 50km.. 아버지께 이건 동네 마실 같은 느낌이에요) 중에 갑자기 열사병으로 쓰러지고, 쓰러지신 기억이 아예 없으시거나
갑자기 현관문 비밀번호가 기억이 안 나시거나(이건 저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과음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으시고 언제나 저보다도 기억력이 총총하시거든요)
그런 것들이요. 제가 같이 살고 있지 않아서 일일이 알진 못하지만 필경 여러 가지 증상들이 더 있을 거예요.


아버지 또래의 분들과 비교하면
월등히 건강하시다는 것 잘 압니다. 언제나 감사하고요.
아버지 스스로도 알고 계실 거예요. 

그런데 평생을 몸짱으로,
신체 나이 20대로 살아오신 아버지께선
은근히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아요. 
(당신께선 거부하셨지만 가족들 의견에 여러 검사를 받아 보신 바로는 치매 문제는 아직 전혀 없으십니다.)


친구분들이나 객관적으로 따져 봐도 당연히, 충분히 노화를 겪을 연세인 게 맞지만, 아버지께선 머리론 아시면서도 받아들이기가 힘드신 것 같아요.
살면서 뭔가를 하는 데 신체가 제동을 거는 일은 겪어 보질 않으셨을 테니까요..

게다가 할아버지께선 저희 부모님이 서로 만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20대 초반이셨을 때 돌아가셨고, 할머니도 60대에 돌아가셨습니다.
가계에 장수하신 분이 없어서 더 그렇게 운동을 많이 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부모의 나이를 넘어서서 살아간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그리고 부, 모 뿐 아니라 가계의 모든 어른들이 요절 내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심지어 동생(제게는 숙부)까지 가면서
거의 뭐 명 짧은 게 집안 내력처럼 돼버린 걸 다 보신 게...
그 마음이 상상도 안 가요 저는..
그렇다고 아버지께 그렇게 말씀드릴 순 없잖습니까ㅠㅠ



그런 아버지께서 너무 우울해지지 않으시면 좋겠고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실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격려가 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너무나 무뚝뚝한, 아들같은 딸인데
지금까지처럼 같이 말없이 술 마시는 것 말고
이 사안에 대해서는 
말로 위로+격려를 해드리고 싶어요.

부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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