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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내게는 외면하지 못하는 버릇이 생겼다
게시물ID : lovestory_930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3/27 21:57:3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송종규, 죽은 새를 위한 메모




당신이 내게 오는 방법과 내가 당신에게 가는 방법은

한 번도 일치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어떤 전언 때문이 아니라

하나의 문장이 꽃봉오리처럼 터지거나

익은 사과처럼 툭 떨어질 때

비로소 당신이 당도한 걸 알아차린다

당신에게 가기 위해 나는 구름과 바람의 높이에 닿고자 했지만

당신은 언제나 내 노래보다 높은 곳에 있고

내가 도달할 수 없는 낯선 목록에 편입되어 있다

애초에 노래의 형식으로 당신에게 가고자 했던 건 내 생애 최대의 실수였다

이를테면, 일종의 꿈이나 허구의 형식으로 당신은 존재한다


모든 결말은 결국 어디에든 도달한다

자, 이제 내가 가까스로 당신이라는 결말에 닿았다면

노래가 빠져나간 내 부리에 남은 것은 결국 침묵


나는 이미 너무 많은 말을 발설했고 당신은 아마

먼 별에서 맨발로 뛰어내린 빛줄기였을 것이다


오랜 단골처럼 수시로 내 몸에는

햇빛과 바람과 오래된 노래가 넘나들고 있다

 

 

 

 

 

 

2.jpg

 

김행숙, 그곳에 있다




신체는 깎아지른 듯 절벽이 되었어

기도하기 좋은 곳

자살하기에 더 좋은 곳에서

나의 신체는 멈추었다

나는 그리워했다

그리워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

절벽에 매달린 기분으로

너의 손을 잡았을까

그런 기분으로

너의 손을 놓칠 때

허공을 할퀴는 분홍 손톱들이 활짝 활짝 피어나는 곳에서

저녁의 꽃처럼 오므리는 곳에서

 

 

 

 

 

 

3.jpg

 

안미옥, 거미




새벽이 되기 전부터 저 닭은 울고 있다

어차피 허물어질 것이라면

연약한 재료를 구하고 싶었다

허공을 돌면서

지금은 버티는 중이라고

나를 속여왔다고

물을 견디고 있는 모래벽

연결은 끊을 수 없는 곳에서 시작된다

내게는 외면하지 못하는 버릇이 생겼다

도망치는 발에게서 조금 더 멀어지려고

차가움은 가파르고

흉터에서 출발하려는 마음

나는 그저 내게 좋은 일을 해야 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양이는 눈을 피하는 법이 없다

볼 수 없던 것을 보려고 할 때

나는 숨을 참는 얼굴이 된다

 

 

 

 

 

 

4.jpg

 

이성복, 하지만 뭐란 말인가




한 잎의 겸손도 없이

봄은 꽃들을

다 불러들인다

해 지면 꽃들의

불안까지도

하지만 뭐란 말인가

저렇게 떨어지고 밟혀

변색하는 꽃들을

등불처럼 매달았던

봄의 악취미는?

 

 

 

 

 

 

5.jpg

 

김용택, 입맞춤




달이 화안히 떠올랐어요

그대 등 뒤 검은 산에

흰 꽃잎들이 날았습니다

검은 산 속을 나와

달빛을 받은

감미롭고도 찬란한

저 꽃잎들

숨 막히고, 어지러웠지요

휘황한 달빛이야

눈 감으면 되지만

날로 커가는 이 마음의 달은

무엇으로 다 가린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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