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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게시물ID : lovestory_930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63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2/03/29 21:57:4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정관영, 분갈이




뿌리가 흙을 파고드는 속도로

내가 당신을 만진다면

흙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놀라지 않겠지


느리지만

한 번 움켜쥐면

죽어도 놓지 않는 사랑

 

 

 

 

 

 

2.jpg

 

박정만, 마지막 편지




그대에게 주노라

쓸쓸하고 못내 외로운 이 편지를


몇 글자 적노니

서럽다는 말은 말기를

그러나 이 슬픔 또한 없기를


사람이 살아 있을 때

그 사람 볼 일이요

그 사람 없을 때 또한 잊을 일이다


언제 우리가 사랑했던가

그 사랑 저물면

날 기우는 줄 알 일이요

날 기울면 사랑도 끝날 일이다


하루 일 다 끝날 때 끝남이로다

 

 

 

 

 

 

3.jpg

 

나희덕,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살았을 때의 어떤 말보다

아름다웠던 한마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 말이 잎을 노랗게 물들였다


지나가는 소나기가 잎을 스쳤을 뿐인데

때로는 여름에도 낙엽이 진다

온통 물든 것들은 어디로 가나

사라짐으로 하여

남겨진 말들은 아름다울 수 있었다


말이 아니어도, 잦아지는 숨소리

일그러진 표정과 차마 감지 못한 두 눈까지도

더이상 아프지 않은 그 순간

삶을 꿰매는 마지막 한땀처럼

낙엽이 진다


낙엽이 내 젖은 신발창에 따라와

문턱을 넘는다. 아직은 여름인데

 

 

 

 

 

 

4.jpg

 

박형준, 달 속에 두고 온 노트




그녀는 이제 요양원 침대에 누워 있다

그녀의 머리맡에 두고 왔다

아무도 읽지 않는

시를 베낀 노트 한 권을

달에서 어머니의 빈 젖을 빠는

소리가 들린다 버스 창가

지나가는 달을 올려다보는 이여

 

 

 

 

 

 

5.jpg

 

신효순, 관상




긴 시는 밝은 날 해에게 꺼내주고


짧은 시는 석양 예쁜 마을에 가 붉어진 개울에나 보여주어야지


오래된 종이 한 장도

비장하게 나무의 결을 지우는 중인데


말에는 서러운 마음이 아직 덕지덕지 붙어 있다


울다 보면 문득

머리만 커진 다섯 살 애가

첫 기억의 문지방을 넘고 있다


돌아보는 눈가에 핏발이 하나

사납게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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