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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나 사는 것의 만족이란 건...
게시물ID : freeboard_19869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장난감가게
추천 : 3
조회수 : 86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2/03/30 14: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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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깨진 양동이에 들이붓듯 부어도, 먹어도 먹어도 고픈 시기가 있다.

작은 군것질에도 유혹이 오는 성장기 어린시절.

 

아버지께서 쓰러지시고 가세가 기울어 휘청이던 집에서

공책한권, 문제집 한권 살 돈이 눈치보이던 시절.

 

그시절 문앞 홍보용 연습장을 그저 공짜라 소중히 받아왔던 가난.

 

양말은 허전한 바람구멍이 메워질 날이 없었고,

가방이며 신발이며 누나들이 신던 그나마 남성스러운 것들을 얻어썼다.

 

어머니 손주름은 해가 갈수록 자글자글 눈물흘렸고,

불행히도 나는 철들긴 멀은 철부지였다.

 

병상에 누운 아버지가 남 같았고, 남 같은 마음이 무서웠다.

무서워 나는 도망치듯 방황했고, 도망은 두고두고 후회로 박였다.

 

나 하나 멋지게 키워보시겠다. 골에 병이 하루하루 쑤셔도 참으며

남몰래 울음 씹으셨을 어머니. 당신은 뭐가 그렇게 악착같아

하루하루를 가족들 들쳐업고 사셨습니까.

 

내 긴긴 방황과 후회와 부끄러움이 어느덧 수십년,

미안함이 남아 꾸물꾸물 가슴을 쓸고 또 쓸 때면,

어찌 그리 몸이 무거워서인지 미동조차 않는다.

 

그런 무거운 몸으로 아버지, 그의 차가워진 몸을 마음에 묻고

난 왜 무거워 아버지 모질게 차갑게만 묻어버렸나 후회하며,

물조차 짜낼 자격없어 눈은 메말라 있으니. 나는 콘크리트 인간.

 

비록 여지껏 보잘 것 없어왔지만, 이 작은 손으로

남은 그대를 생각하며 미안함에 미안함에 감사함에

오늘 그냥 남은 시간 남몰래 감사인사를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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