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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첫 문장은 늘 뼈가 시리다
게시물ID : lovestory_930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7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3/30 22:51:0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이장욱, 우편




모든 것은 이미 배달되었다

그것이 늙은 우편배달부들의 결론


당신이 입을 벌려 말하기 전에 내가

모든 말을 들었던 것과 같이


같은 계절이 된 식물들

외로운 지폐를 세는 은행원들

먼 고백에 중독된 연인들

그 순간


누가 구름의 초인종을 눌렀다

뜨거운 손과 발을 배달하고 있다

우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바로 그 계절로


단 하나의 답장이 도착할 것이다

조금 더 잔인한 방식으로

 

 

 

 

 

 

2.jpg

 

송길자, 세월이 약이라길래




두 눈 질끈

감았다 뜨면

다시 새날이려니


세월이 약이라기에

소태같아도 삼켜왔는데


눈물은

슬픔의 언어

고독은 방부제 같네

 

 

 

 

 

 

3.jpg

 

마경덕, 밀서의 계절




철새들이 밀서를 물고 날아온다


문맹인 새들은 궁금증을 나무에게 부탁하고

나무는 구름부호를 해독한다

11월이 12월에게 보낸 밀서에는

바람과 눈이 반반(半半)이었다


첫 문장은 늘 뼈가 시리다


하늘과 지상으로 밀서가 오가는 동안

벽은 달력을 한 장 찢어 던지고

피가 마른 들판은 바람의 행로를 받아 읽었다


꼬깃꼬깃 접힌 밀서는 끝내 그 언덕 나무 밑에 묻었다

그에게 들키지 않아 불행하다고 겉표지가 닳은 비망록에 나를 적었다

어디에도 다행인 밀서는 없었다


끝 문장은 늘 물음표인 밀서들


하여 계절은 그치지 않는다

마침표가 없는 밀서를 물고 철새가 돌아갈 때

비밀을 알아낸 나무들은 백지로 돌아간다

 

 

 

 

 

 

4.jpg

 

감태준, 사모곡(思母曲)




어머니는 죽어서 달이 되었다

바람에게도 가지 않고

길 밖에도 가지 않고

어머니는 달이 되어

나와 함께 긴 밤을 같이 걸었다

 

 

 

 

 

 

5.jpg

 

문효치,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허공에서 태어나

수많은 촉수를 뻗어 휘젓는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가서 불이 될

온몸을 태워서

찬란한 한 점의 섬광이 될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빌깔이 없어 보이지 않고

모형이 없어 만져지지 않아

서럽게 떠도는 사랑이여

무엇으로든 태어나기 위하여

선명한 모형을 빚어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가서 불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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