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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괜찮게 사는 중입니다만, 여전히 애새끼맨입니다.
게시물ID : humordata_19477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식당노동자
추천 : 17
조회수 : 2993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22/04/19 17:07:40

 

 

 

 

 

 

쉬는날 동네형에게 전화가 와서 "야야 나 한의원 가야된다."

하길래 "그래서 뭐요" 했더니 "나올때쯤에 전화할테니까 나와라"

하길래 뭐야 이인간 하고 쿨하게 씹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최근에 차가 생겼기 때문에 오늘은 드라이빙이다 하고 차를 끌고

나갔는데, 약속장소로 가니 "야야야야 문열어 문열어" 하면서

이 형이 아직 시트비닐도 안벗긴 뒷자리에 뭘 막 던지네? 뭐야?

하고 보니까 빈병 3박스다. 총 60병.

 

"아! 이런거 싣지 말라고! 내 영혼에 상처받는다고!"

 

"너 저번에 시트도 안벗긴 내차에서 담배피던거 떠올리게 해주랴?"

 

"아 형차는 안소중하고 내차만 소중하다고!"

 

"이거 아주 개놈새끼네 이거. 야 빨리가자."

 

뭘 어딜가냐고. 하고서는 알려주는대로 가보니 큰 마트였다.

 

"아~ 형 병 팔려고? 근데 이거 한명당 30병까지밖에 안돼잖아?"

 

"그래서 널 부른거지."

 

 

하여간 잔머리는 잘돌아가요.

 

60병을 팔아 챙긴 6천원을 손에 쥐고 나온 형이 말했다.

 

"나처럼 동생 생각하는 형이 어디있냐. 이걸로 우리 오늘 소주사먹자.

형이 요새 좀 가난하다."

 

"그래. 가난해서 병팔아서 골프채도 사고, 병팔아서 캠핑도 가고

병팔아서 월미도에 회도 먹으러 간겨?"

 

"대게 먹기 싫지?"

 

"아 형 역시 형이 짱이야 이구역 짱이야."

 

둘이 낄낄대며 병판돈 챙겨 대충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일단 스크린골프

한판 치고, 마지막 홀까지 승부가 안나서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정했는데

내가졌다 젠장.

 

나와서 형수가 보기전에 골프가방(형이 골프채 산거 모르고있음) 형 차에

몰래 실어넣는데 쒯더 킥보드타고 친구랑 놀던 조카한테 딱걸렸다.

 

 

"어... 음... 어..."

 

 

"삼촌! 여기서 아빠랑 뭐해?"

 

"어. 삼촌 차생겼어. 차 좋지?"

 

"응! 근데 삼촌 아빠랑 뭐해?"

골프가방 옮겨싣고있던 형은 그자리에서 서빙고 가장 안쪽 청나라 사신을 위해

준비한 얼음이 되어버렸고 나는 조용히 조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삼촌이랑 아빠랑... 고기먹으러갈래...?"

 

"..그... 그래! 아빠랑 삼촌이랑 고기... 고기먹으러갈까?!"

 

형도 필사적으로 고기로 화제를 돌렸는데 조카가 잠시 고민하더니,

 

"아니! 안먹어!"

 

"뭐? 왜 안먹어? 너 고기 좋아하잖아!"

 

"ㅇㅇ이(친구)랑 킥보드타고 놀거야! 안녕!"

 

그리고 쌩 하고 사라져버렸다. 젠장, 엄마한테 골프채에 대해 이야기했을까?

사실상 같은날 테일러메이드 가서 샀기때문에 공범취급받으면, 그 열받은 형수가

날 뭐라고 욕할까.

 

"형. 어쩌지?"

 

"어쩌긴, 아 몰라. 걸리면 혼나겠지."

 

"형 그러다 진짜 이혼당할수도 있어. 그러니까 왜 결혼을 해가지고."

 

"넌 뭐 할수있는데 안하는 것처럼 말한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죄가 있어 형. 그러지말자 우리."

 

걸리면 술먹다 말고 형네집에 가서 무릎꿇고 앉아서 형수의 설교를 들어야겠지만,

아무튼 벌어지지 않은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고, 우리는 그대로 등촌칼국수로

향했다. 근데 형... 나 대게 사준다며?

 

 

"형... 나 대게 사준다며...?"

 

 

"뭔소리야. 대(되)게 맛있는 등촌칼국수 사준다고 했지."

 

 

"존나 없는말 지어내시네. 이거 사기 아니야?"

 

 

그렇게 한참 앉아서 되도않는 농담 해가면서

술마시고 있는데 어쩐지 두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안오길래 우리는 '아 조카가 입이 무겁구나!' 하고 탄복했다. 

아침에서야 알았지만 사실 조카는 골프가방의 존재에 

대해 관심도 없었던것 뿐이지만. 

 

다마 50끼리 입에 짜장묻혀가며 당구 백날 쳐봐야 50에서 못벗어나듯이

드라이버로 150 못날리는 인간들끼리 뭐 잘났다고 스틸이냐 뭐냐

샷을 칠 때 다리가 틀어지면 공이 바깥으로 샌다 아주 누가보면 프로골퍼

둘이서 필드나갔다가 돌아오는길에 한잔하는 st로 포차가서 실컷 떠들다가

닭먹으러 가서 검찰수사권 이야기 한참하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술먹던

시의원하고 마주쳐서(예전에 당청년위 할때 알았던 사람이라...)

 

"어이쿠 의원님 여긴 어쩐일" 하니까 "허허 한잔하시죠"

하길래 "악! 괜찮습니다!" 하고 도망쳐나왔다. 그 시의원 술 진짜 잘마시니까.

같이마시게 되면 최소 새벽 세시였다.

 

그길로 노래방에 가서 장범준의 노래방에서를 부르고,(뭔....) 이 형이

자기 아직 안죽었다며 야다 진혼 부르다가 목에 침걸려서 사레들리고

난 "에이 형이 진짜를 모르네" 하면서 노이즈 노래 틀어놓고 불멸의 댄스를

추다가 탁자 모서리에 무릎박고 쓰러지고 정신못차리고 영턱스클럽 노래

부르다가 둘다 피토할뻔하고,

 

집에 가기전에 대리를 불러야 하는데... 대리를... 하면서 비틀거리다가

내가 아파트 화단에 다이빙하듯이 쓰러졌는데(왜?) 이 형이 뒤에서

배를잡고 웃었다.

 

"야 니가 뭔데 대리를 불러. 인턴이나 사원을 불러야지 빠져가지고 벌써

대리급을 찾아!" 하길래 "아그런가 ㅋㅋㅋㅋㅋㅋ" 하면서 온몸에 침엽수

묻힌 채 미친듯이 웃으며 대리기사님을 기다렸고, 그렇게 하루가 끝났다.

 

 

....그게 내가 오늘 아침에 일어났더니 삭신이 쑤시고 팔에 피멍이 들어있는

이유다.

 

근데 지갑에 오만원 있던거 왜 사라졌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2

 

다이어트 이후에, 컴퓨터를 팔아버릴까 고민을 했다.

이제는 게임도 별로 하지 않고, 골프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테일러메이드에 방문해서 "7번만 따로 파나요" 라고 물어봤을때

직원이 "이새낀 뭐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던 기억만 떠올리면

고통스럽지만...

 

...난 그게 라켓처럼 하나만 살 수 있는건줄 알았지...

 

그래서 세트로 질렀다.(미1친놈)

 

 

필드 나가기에는 돈이 없고, 드라이버를 제대로 쓸 줄도 모르니

매일 아침 근처 연습장에 나가 한시간~두시간을 연습하고 쉬는날은

18홀 스크린을 치고, 이러다보면 언젠가 필드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3.

 

고통스러운 기억만이 떠올라 기억재생을 멈추던 때를 생각해보면, 음.

확실히 좀 더 나아져가고 있는 건 확실하지만 또래에 비하면 여전히 늦고,

여전히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그래도 사업망하고 술병가득한 방 안에 앉아 울었던 그 때 자살하지 않은

것은 굉장히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전에, 살던 사람과 헤어지고 술병가득한 방 안에 앉아 울었던 그 때

강에 빠져 죽는다는 생각을 멈췄던건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야 어찌되었든 뭐, 나는 새로운걸 알아가고 나도 바뀌고 있고,

아직 즐길거리가 많이 남았는데 굳이 죽어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고.

진짜 고생했다 나새끼야. 앞으로도 고생좀 하자. 대신 즐겁게 살게 해준다고

약속해줄게. 고맙다 나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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