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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는 나의 삶보다 오래된 내가 밉다
게시물ID : lovestory_931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5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4/30 22:06:22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신해욱, 화이트




춥다

나는 열거되고 싶지 않아


심장은 하나뿐인데


나의 얼굴은 눈처럼 하얗고

눈송이처럼 많다


나는 검은 가발을 벗지 못하고


투명한 슬리퍼를 신어도

투명해지지 않는다


나는 어제와 조금씩 다르다


나는 내가

물처럼 숨 쉬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원하지 않는 생각에 잠기고

오늘은 자꾸만 끝이 난다


춥다

 

 

 

 

 

 

2.jpg

 

원태연, 향기




이상해

정말 이상해

이건 진짜 이상해

니가 없어도 니가 느껴져

이상해

정말 이상해

 

 

 

 

 

 

3.jpg

 

이장욱, 점 선 면




나는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저녁에는


저 먼 데 황혼의 교각이 무너진다

원자로 하나가 터진 계란처럼 번져간다

소년이 날카로운 쇠못으로 자동차의 표면을 긁는다

그 뾰족한 선들을

면들을

원들을

너와 나 사이의 세계라고


모든 것이 점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사막이라고 부른다

목적지를 가득 실은 교각이 그것을 닮아간다

쇠못으로 긋자마자 미친 듯이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가


누구든 직선을 허물며 걸어간다

밤거리에 서 있는 사람이 모든 것에 동의하고 있다

어디 안 보이는 곳에서 모래가 집요하게

나를 생각하고 있다

 

 

 

 

 

 

4.jpg

 

강은교, 고독




잠자리한 마리가 웅덩이에 빠졌네

쭈글쭈글한 하늘이 비치고 있었네

서성대는 구름 한 장

잠자리를 덮어주었네


잠자리 두 마리가 웅덩이에 빠졌네

쭈글쭈글한 하늘이 비치고 있었네

서성대는 구름 한 장, 구름 곁 바람이

잠자리를 덮어주었네


잠자리 한 마리가 울기 시작했네

잠자리 두 마리도 울기 시작했네

놀란 웅덩이도 잠자리를 안고 울기 시작했네


눈물은 흐르고 흘러

너의 웅덩이 속으로 흐르고 흘러


너를 사랑한다

 

 

 

 

 

 

5.jpg

 

이이체, 날짜변경선




애착하는 일기를 쓴다

나는 수취인불명의 표류기에 집착하고

이곳은 느슨한 파도가 몰아치느라 메말라 보이는 섬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백사장에서

유일하게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

스티커들이 덕지덕지 붙은 요트에서 밤을 새고

침묵을 언급한다

그리운 나팔 소리를 암시하는

다시 한 번 눌어붙은 치즈를 만지고 싶다

빌미는 볼모에 다름 아니다

인생은 그렇게 함부로 살아 있으라고 부탁하는 일이 아니다

남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일임을 알게 될 것이다

없어지는 날짜들이 수줍어서

나는 묵음의 독순술을 배운다

죽는 것들을 표정 없이 떠나보내는 법을 터득하는 중이다

사라지는 것과 죽는 것을 분별하기로 한다

나는 모래 알갱이들을 하나하나 헤아릴 만큼 지루해져간다

바다는 소금의 타향

결말의 출신에 대해 깨닫고는 운다

나는 나의 삶보다 오래된 내가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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