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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조지훈의 주도유단
게시물ID : humordata_19493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r.Slump
추천 : 8
조회수 : 247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2/05/04 22:46:54

시인 조지훈의 주도유단

 

시인 조지훈은 술주정도 교양이라 했다. 많이 안다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도 아니고, 많이 마시고 떠드는 것만이 주격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어서, 주도에도 엄연히 단이 있다고 한다.

 

그는 첫째로 술을 마신 연륜이 문제요, 둘째는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요, 셋째는 술을 마신 기회가 문제이며, 넷째 술을 마신 동기요, 다섯째가 술버릇인데 이를 종합해 보면 그 단의 높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음주 18계단을 보면 다음과 같다.

 

 

9급 부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8급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7급 민주(憫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6급 은주(隱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급 상주(商酒) : 마실 줄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4급 색주(色酒) : 성 생활을 위하여 마시는 사람.

3급 수주(睡酒) : 잠이 안와서 술을 먹는 사람.

2급 반주(飯酒) :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1급 학주(學酒) : 술의 진경(眞境)을 배우는 사람.

 

1단 애주(愛酒) :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

2단 기주(嗜酒) :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

3단 탐주(耽酒) : 술의 진경을 채득한 사람.

4단 폭주(暴酒) :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

5단 장주(長酒) : 주도 삼매(三昧)에 든 사람.

6단 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7단 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8단 관주(觀酒) :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

9단 폐주 또는 열반주(廢酒涅般酒) :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등 이와 같이 18단계로 그는 구분했다.

 

더불어 부주외주민주은주는 술의 진경, 진미를 모르는 사람들이요 상주색주수주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수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 초급을 주고, 주졸(酒卒)이란 칭호도 하사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부주가 9급이니 그 이하는 척주(尺酒), ()주당들이라고 했다. 애주기주탐주폭주는 술의 진미, 진경을 통달한 사람이요 장주서주낙주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번 넘어서 임운목적(任運目適)하는 사람들이고, 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의 초단을 주고, 주도(酒徒)란 칭호를 내린단다.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올라가서 열반주가 9단으로 명인급인데 그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닌 단을 메길 수 없다고 죠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주도의 단은 때와 장소에 따라 그 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강등도 있다. 다만 이 대강령만은 확실한 것이니 유단의 실력을 얻자면 돈푼께나 들것이고 수행연한 또한 오랜 시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는 예전의 어느 날 술에 만취되어 관철동 서울 부근을 지나다, 친구 집 대문으로 착각하고 들어가 방에서 잤는데 아침에 깨어보니 친구가 아니라 백발이 허연 낯모르는 노인네와 동침 했더라는 해프닝의 일화도 있다.

 

고매한 인격과 낭만, 술을 즐길 줄 아는 품격 높은 대 문장가의 기지를 엿볼 수 있는 풍류객의 주도 유단론이다.

 

 

출처 아주 오래전에 어디선가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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