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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거기 얼마나 서 있어야 할지 몰랐다
게시물ID : lovestory_934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8/04 16:28:33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이듬, 녹색 광선




뒤로 주차 못하는 나는

핸들을 쥐고 쩔쩔매는 나는

더듬더듬 처음이 아니라고 또 거짓말했지

사랑에 취한 너를 집어넣었네

문을 잠갔네

웃다가 네 입술은 다물어지고

나를 파고들어 너는 사라지려 하네

너를 만지며 나는 달리지

너를 바라보며 너를 둘러싼 푸른빛에 눈부셔

눈부시게 아름다운 저 가로수

달려가는 나무들 달리고 있는 평상 위의 노인들

우릴 가로질러가는 멋진 갈색 승용차

휙휙 스쳐가는 차들이 조금씩 조그맣게 보여 짜릿하지

새하얗게 휘어지는 해안 도로

덮칠 듯 달려오는 트럭

내 손은 너를 놓지 못하고

너는 내 안에서 춤추는데

어디서 무엇이 우리를 멈추게 할까

 

 

 

 

 

 

2.jpg

 

안현미, 구리




누군가 정성으로

아니 무심으로 가꿔놓은 파밭

그 앞에 쪼그려 앉아 파 한 단을 다듬는 동안

그 동안 만큼이라도 내생의 햇빛이 남아 있다면

그 햇빛을 함께해줄 사람이 있다면

여름과 초록과 헤어지는 일쯤은 일도 아닐까

무심으로 무심으로 파 한 단을 다듬을 동안


망우리 지나 딸기원 지나 누군가 무심으로

아니 정성으로 가꿔놓은 파밭 지나

구리 지나 여름을 통과하는 동안

하얗게 하얗게 파꽃이 피는 동안

여름과 초록과 헤어지는 동안

 

 

 

 

 

 

3.jpg

 

이병률, 기억의 우주




고개를 든 것뿐인데

보면 안 되는 거울을 본 것일까

고통스레 관계를 맺은 기억들

기억의 매혹들이

마지막인 것처럼 몰려오고 있다

이제 쓰거운 것이 돼버린 파문들을

단숨에 먹어치우고 끝내버리자는 것일까

하나의 지구를 녹이고

또 하나의 지구를 바꾸게 되었다

기억하고 있다면 기억하지 말라는 듯

우주는 새들을 풀어놓았다

무엇으로 다시 천지를 물들일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한 듯

소멸하지 않는 기억의 우주를

쌓이고 쌓이는 외부의 내부를

어쩌자고 여기까지 몰고 와서는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해를 보면 어두워지는

달을 보면 환해지는 기억들은

왜 적막하게 떠돌지 못하고

우주에 스미는 것일까

 

 

 

 

 

 

4.jpg

 

이성복, 이윽고 머릿속에




이윽고 머릿속에 푸른 바람이 불고

잔모래가 날릴 때까지 그는 걸었다

마을과 숲과 바다를 지나

그가 서 있는 곳을 그는 확인할 수 없었다

어쩌면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 근처인지도 몰랐다

아무래도 좋았다


거기 얼마나 서 있어야 할지 몰랐다

애가 끓었다

난로 위의 물주전자처럼

 

 

 

 

 

 

5.jpg

 

김희권, 진도 바닷길




사리 조각달에 베인 상처

얼마나 크면

물의 뼈, 저리

환하게 아리도록 깊을까


사랑했던 사람아

언약 없이 너 떠나

여직 아물지 못한 이 가슴

저와 같이 짜악 갈라져

눈 못 뜨게 트인 길 생긴다면


너 그때, 그리 울래?

와선 영영 갇혀버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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