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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네 시선이 닿은 곳은 지금 허공이다
게시물ID : lovestory_934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8/06 15:35:20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소연, 너의 눈




네 시선이 닿은 곳은 지금 허공이다

길을 걷다 깊은 생각에 잠겨 집 앞을 지나쳐 가버리듯

나를 바라보다가, 나를 꿰뚫고, 나를 지나쳐서

내 너머를 너는 본다

한 뼘 거리에서 마주보고 있어도

너의 시선은 항상 지나치게 멀다


그래서 나는

내 앞의 너를 보고 있으면서도

내 뒤를 느끼느라 하염이 없다


뒷자리에 남기고 떠나온 세월이

달빛을 받은 배꽃처럼

하얗게 발광하고 있다


내가 들어 있는 너의 눈에

나는 걸어 들어간다


그 안에서 다시 태어나 보리라

꽃 피고 꽃 지는 시끄러운 소리들을

더 이상 듣지 않고 숨어 살아보리라

 

 

 

 

 

 

2.jpg

 

조용미, 헛되이 나는




헛되이 나는 너의 얼굴을 보러 수많은 생을 헤매었다

거듭 태어나 너를 사랑하는 일은 괴로웠다


위미리 동백 보러 가 아픈 몸 그러안고서도

큰엉해안이나 말미오름에서도

빙하기 순록과 황곰 뼈의 화석이 나온 빌레못동굴 앞에까지 와서도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저 멀구슬나무나 담팔수, 먼나무가

당신과 아무 상관없다고 확신할 수 없는 이 생이다

너에게 너무 가까이도 멀리도 가지 않으려고


헛되이 나는, 이 먼 곳까지 왔다

 

 

 

 

 

 

3.jpg

 

유희경, 텅 빈 액자




눈 덮인 지붕과

궁핍의 나무를 떼어낸다

서러운 그림이다


그림은 그의 것이다

그가 직접 걸어둔 것이다

등 너머 실팍한 마음이

이제야 먼지처럼 날린다


거실 옆 부엌에는

그릇을 깨먹은 여자가 있다

잔소리하듯 하얀

그릇됨의 속살


떼어낸 자리가 환하다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없어진 나날보다

있었던 나날이 더 슬프다

 

 

 

 

 

 

4.jpg

 

엄기원, 풀꽃




이름

참 좋다

언제나 싱싱하고

언제나 아름다운

풀처럼 수수해 좋고

꽃처럼 화사해 좋고

 

 

 

 

 

 

5.jpg

 

이원진, 추억




추억이란

지나기 전엔 돌덩이

지나고 나면 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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