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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하루종일 너를 생각하지 않고도 해가 졌다
게시물ID : lovestory_934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50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8/07 21:23:33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심재휘, 봄밤




날이 저물자 라일락 꽃나무가 내게로 왔다

길의 바깥쪽으로 기운 것은 추억이었는데

몸이 아팠다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아도

사람들로 어두워진 길에서 꽃나무는 여전히

보이지가 않았다 밤은 오직 깊어만 갔다

봄날의 여러 저녁 무렵 나는 늘 외로웠으나

스쳐가는 그 고독을 기억하지 못하고

흩날리는 벚꽃잎 사이의 밤으로

걸어 들어가고는 하였다 내일은 아름다워서

더욱 위험하였다 방법이 없었다


라일락 꽃향기가 밤에 더 짙어지는 이유를

모두 알았지만 아무도 말하지는 않았다

나는 줄곧 한 방향으로 걸으면서

내가 만난 꽃들을 노래했다 절망의 뿌리와

분노의 가지 두려움에 떠는 잎들에 대해서는

모른 체했다 생이 우리의 머리카락을

뒤로 날릴 때 꽃은 어김없이 바람에 지고

라일락 잎을 씹으며 배우던 사랑도 낡아갔다

오랫동안 봄밤은 창백했으나 오늘밤

나는 여기에 있다 가까운 어딘가에

그 나무가 있고 나의 추억은

어디로도 흘러가지 않는다

 

 

 

 

 

 

2.jpg

 

홍영철, 내일




내일이 있었단다

내일을 만나러 갔단다

그러나 내일은 만나 주지 않았단다

하지만 괜찮단다

오늘뿐이란다

오늘이니까 아픈 거란다

 

 

 

 

 

 

3.jpg

 

김용택, 젖은 옷은 마르고




하루종일 너를 생각하지 않고도 해가 졌다

너를 까맣게 잊고도 꽃은 피고

이렇게 날이 저물었구나

사람들이 매화꽃 아래를 지난다

사람들이 매화꽃 아래를 지나다가

꽃을 올려다본다

무심한 몸에 핀 흰 꽃

사람들이 꽃을 두고 먼저 간다

꽃이 피는데, 하루가 저무는 일이 생각보다 쉽다

네가 잊혀진다는게 하도 이상하여

내 기억 속에 네가 희미해진다는게 이렇게 신기하여

노을 아래서 꽃가지를 잡고 놀란다

꽃을 한번 보고 내 손을 한번 들여다본다

젖은 옷은 마르고 꽃은 피는데

아무 감동 없이 남이 된 강물을 내려다본다

수양버들 가지들은 남이 된 강물을 내려다본다

사양버들 가지들은 강물의 한치 위에 머문다

수양버들 가지들이 강물을 만지지 않고도

푸른 이유를 알았다

살 떨리는 이별의 순간이 희미하구나

내가 밉다. 네가 다 빠져나간 내 마른 손이 밉다

무덤덤한 내 손을 들여다보다가

네가 머문 자리를 만져본다

잔물결도 일지 않는구나

젖은 옷은 마르고

미련이 없을 때, 꽃은 피고

너를 완전히 잊을 때, 달이 뜬다

꽃이 무심하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사랑은 한낱 죽은 공간

네 품속을 완전히 벗어날 때 나는 자유다

네 모습이 흔들림 없이 그대로 보인다

실은, 얼마나 가난한가

젖었다가 마른 짚검불처럼 날릴

네 모습은 얼마나 초라한가

꽃이 때로 너를 본다는 걸 아느냐

보아라! 나를

너를 까맣게 잊고도

이렇게 하루가 직접적인 현실이 되었다

젖은 옷은 마르고, 나는 좋다

너 섰던 자리에 꼭 살구나무가 아니어도 무슨 상관이냐

이 의미가

이 현실이 한밤의 강을 건너온 자의 뒷모습이다

현실은, 바로 본다는 뜻 아니냐

고통의 통과가 자유 위의 무심이다

젖은 옷은 마르고

이별이 이리 의미 없이 묵을 줄 몰랐다

꿈 속으로 건너가서 직시한 저 건너

현실, 바로 지금 이 순간 꽃은 피고

젖은 옷은 마른다

 

 

 

 

 

 

4.jpg

 

용혜원, 계절이 지날 때마다




계절이 지날 때마다

그리움을 풀어놓으면


봄에는 꽃으로 피어나고

여름에는 비가 되어 내리고

가을에는 오색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겨울에는 눈이 되어 펑펑 쏟아져 내리며

내게로 다가오는 그대


그대 다시 만나면

우리에게 좋은 일들만 생길 것 같다


그대의 청순한 얼굴

맑은 눈이 보고 싶다

그 무엇으로 씻고 닦아내도

우리의 사랑을 지울 수는 없다


이 계절이 가기 전에

그대 내 앞에 걸어올 것만 같다

 

 

 

 

 

 

5.jpg

 

유희경, 청춘




다음은 없다. 이것이 청춘에 대한 합당하고 유일한 정의이다

온 밤을 뒤져 단 하나의 감정을 찾아보지만

나는 언제나 그럴 듯하게 실패할 뿐

부정을 위한 부정. 생애를 위한 생애

가치와 기준 따윈 없다. 그러니 가르치려 들지 말라

천년의 바위가 되느니, 찬란한 먼지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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