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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명세자를 잃은 순조의 제문
게시물ID : humordata_19712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r.Slump
추천 : 4
조회수 : 14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12/01 14: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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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늘에서 너를 빼앗아 감이 어찌 그렇게도 빠른가. 앞으로 네가 상제(上帝)를 잘 섬길 것이라고 여겨서 그런 것인가, 장차 우리나라를 두드려서 망하게 하려고 그러는 것인가, 아니면 착하지 못하고 어질지 못하며 덕(德)스럽지 못하여 신명(神明)에게 죄를 얻어 혹독한 처벌이 먼저 윤사(胤嗣)에게 미쳐서 그런 것인가. 내가 장차 누구를 원망(怨亡)하고 누구를 허물하며 어디에 의지하고 어디에 호소할까. 말을 하려고 하면 기운이 먼저 맺히고 생각을 하려고 하면 마음이 먼저 막히며 곡(哭)을 하려고 하면 목이 먼저 메니, 천하(天下)와 고금(古今)에 혹시라도 국가를 소유(燒有, 즉위)하고서 나의 정경(情景)과 같은 자가 있겠는가. 슬프고 슬프다. 내가 눈으로 네 얼굴을 보지 못하고 귀로 네 음성(音聖, 목소리)을 듣지 못한 지 이미 60일이 지나고 두 절서(節序, 계절)가 바뀌었다. 그런데 너는 아직까지 잠이 들어 아침도 없고 저녁도 없이 명명(冥冥)하고 막막(漠漠)하기만 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미련하여 참으면서 먹고 호흡(呼吸)하기를 태연히 하며 유유범범(悠悠泛泛)하게 여겨서인가. 네가 정말로 알고 있는가 모르는가, 내가 과연 바야흐로 꿈을 꾸면서 깨지 않고 있는가. 네가 정말로 훌쩍 떠나버렸는가, 아니면 네가 장차 벌떡 일어나 돌아올 것인가. (父母)·(妻子)의 은혜가 여기에 있고 종묘(宗廟)·사직(社稷)의 중대함이 여기에 있으며 성궐(城闕)과 궁전(宮殿)의 거처가 여기에 있는데, 가기는 어디로 가며 가서는 누구와 친할 것인가. 해와 달은 그 운행(運行)이 변함이 없고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그 까닭도 변함이 없으며, 하늘은 높고 땅이 두터운 그 지극함도 변함이 없는데, 돌아온다는 기약은 언제이며 기약은 누구와 같이 알겠는가. 천하의 슬픔 가운데 어버이와 떨어져 있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는데, 네가 성효(誠孝)하면서 3년 동안 어버이 품에서 사랑받은 것을 생각지 아니하고 어찌 이와 같이 근심(謹心)이 없을 수 있겠으며, 천하의 슬픔 가운데 자식이 없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이 없는데, 나의 기구하고 험한 운명으로 갑자기 네 가지 곤궁(困躬)한 것에서 첫 번째 입장이 되었으니, 어찌 이와 같이 독(毒)하게 하는가. 슬프고 더 슬프다.

옛날 내가 10살 겨우 넘어서 황고(皇考)를 여의었는데 어렵고 큰 기업(基業)이 산처럼 자신을 누르는 듯하였으며 자신의 외로움과 나라의 위태로움이 마치 아침 저녁을 보전하지 못할 듯하였지만, 1년, 2년 지나면서 많은 백성들 위에서 의탁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무엇이 있어서이겠는가. 특별히 황천(皇天)과 조종(祖宗)께서 말없이 도와주신 힘뿐이었다. 그러다가 네가 태어나면서부터 내 마음에 즐거움은 남의 아비가 되는 데에 그칠 뿐만이 아니고 나라의 근본이 튼튼해져 황고(皇考)와 열성(列聖)의 유업(遺業)을 의뢰하여 펼칠 수 있어서였다. 네가 또 이미 관례(冠禮)를 치르고 이미 장가를 들어 또한 이미 자식을 두었는데, 어질고 효성(孝性)스러우며 총명(聰明)하고 타고난 자질이 일찍 성취가 되었으므로, 마침내 내가 하던 정치를 섭행(攝行)하게 하였더니, 팔방(八方)에서 (백성들이) 목을 빼어 ‘은(殷)나라 때의 치도(治道)를 다시 창성(昌誠)하게 할 수 있으며, 주(周)나라 때의 천명(天命)을 새롭게 할 수 있다.’고들 하였으니, 어찌 나 한 마음의 즐거움이며 한 몸의 경사(慶事)라고 말하겠는가. 자못 천하 국가에서 드물게 있고 드물게 보는 일이었기에 내가 망령(妄靈)되이 근심(謹心)이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믿었었는데, 하루아침에 재앙(災殃)을 내려 만사(萬事)가 기왓장처럼 깨어질 줄을 누가 생각이나 하였으랴. 종팽(宗祊)에 대한 우려와 나 자신에 대한 슬픔이 도리어 황고(皇考)를 여의고 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심함이 있다고나 할까. 슬프고 슬프다.

너의 청명(淸明)하고 수미(秀美)한 자질과 길선(吉善)하고 상화(祥和)한 기질은 하늘에서 태어나게 한 바가 쉽지 않은데, 그것을 꺾어버리는 데에 이르러서는 갑자기 위급한 병(病)에 걸린 데다 또 괴잡(乖雜)한 증세가 겹쳐 물이 흘러간 구덩이 같고 불에 타고 남은 재와 같으니, 이치의 믿기 어려움이 어찌 더 갑작스러울 수 없을 정도로 빨랐는가. 어떻게 이른바 비자(丕子)[10]의 책임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것인가. 진실인가 거짓인가. 누구를 좇아서 바로잡겠으며, 귀신의 짓인가, 사람의 짓인가. 누가 이를 주장하는가. 슬프고 슬프다. 고고(呱呱)하게 우는 세손(世孫)이 장차 할아버지를 아비같이 여길 터이며, 근심스러운 나의 여생은 장차 나라를 운명(運命)으로 삼아야 할 것인가. 네가 혹시라도 앎이 있다면 나의 이 말을 듣고서 틀림없이 저승과 이승 사이에서 얼굴을 가리고 억울(抑鬱)해 할 것이다. 지금 나의 슬픔은 너로 인한 슬픔일 뿐만이 아니고 의 어질지 못하고 덕(德)스럽지 못하여 죄를 자신에게 쌓아 나의 훌륭한 자식을 잘 보전(保傳)하지 못하여 4백 년의 종묘사직으로 하여금 위태롭기가 하나의 털끝 같지만 어떻게 할 수 없게 하였음을 슬퍼하는 것이니, 오히려 다시 무슨 말을 하겠는가. 슬프고 슬프다. 아! 애통하도다.
출처 https://namu.wiki/w/%ED%9A%A8%EB%AA%85%EC%84%B8%EC%9E%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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