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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아버지 이야기
게시물ID : humordata_19737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r.Slump
추천 : 2
조회수 : 152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22/12/22 10: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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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아버지는 친구의 얘기로 들어보면 사회생활을 참 못하시는 것 같다.

소위 안해도 되는 말을 굳이 한다고나 할까?

아니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그런 말을 한다고나 할까?

암튼 좀 그런 면이 있으신 분이다.

 

친구가 대학에 붙었을 때였다. 친구 아버지는 회사의 다른 사람이 저녁을 쏜다고 해서 자리에 갔다

사람들은 그 사람이 쏘는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고기, 청량하고 시원한 맥주가 한 순배 돌자

사람들은 무슨 좋은 일이 있냐며 사람들을 부른 그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무슨 좋은 일 있어?

 

"응, 그게 말이야. 이번에 우리 아들이 K대에 붙었지 뭐애"

 

"우아, 자네 자식. 공부 잘 했나보네, 거기 들어가기가 쉬운게 아닌데 말이야."

 

"그러게. 학원도 몇 개 보내지 않았는데도 공부를 잘했는지, 한번에 떡하니 붙더라구."

 

"축하하네, 그려. 이제 한시름 놓았겠네"

 

"이건 그 녀석이 열심히 한 덕분이지 뭐, 내가 한게 있나 뭐"

 

그렇게 덕담과 술잔을 부딪히며 몇 순배 잔이 돌았다.

 

그러자 자리를 주회한 그 사람은 친구 아버지에게 물었다.

 

"자네 아들도 고삼이었지. 이번에 대학 어디에 갔나?"

 

그러자 친구 아버지는 무언가 자랑스러운듯이 이렇게 말했다.

 

"응, 우리 아들도 K대 붙었어. 게다가 장학생이 되었더라구. 그래서 입학하는데 등록금이 겨우 40만원밖에 안든다네, 그려"

 

"어, 축하하네"

 

장내 분위기는 뭔가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친구가 똑같은 K대 붙었다고 해서 사람들을 모은 사람의 자식이 대학에 떨어진다던가, 다른 곳에 붙는 것도 아니다. 친구가 장학금을 받는다고 해서 그 사람 아들의 등록금이 치솟는 것도 아니다. 그러너 친구 아버지는 그런 말을 안했어야 한다. 그 자리는 저녁을 쏘기로 한 사람이 K대에 붙었음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가 아니었던가.

 

만약 친구 아버지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던가, 아니면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이었다면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눈치가 빠르거나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이었다면 '어, 그냥 집 근처 대학에 붙었어. 녀석 실력대로 대학 간거지 뭐' 정도로 말하며 자신의 아들이 K대학에 붙었다는 사실을 숨겼을 것이다. 특히나 자신의 아들이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은 더더욱 숨겼을 것이다.

 

그 자리는 분명 대학에 붙은 아들을 둔 사람이 저녁을 쏘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해도 될 말이 있고, 안해도 될 말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친구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안해도 될 말을 한 셈이 되었다.

그런데도 친구 아버지는 자기가 무슨 못할 말을 했냐고 하신다.

 

 

 

 

 

 

 

 

 

 

난 그런 아버지때문에 참 미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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