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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와 패밀리맨
게시물ID : movie_792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놀
추천 : 3
조회수 : 140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3/01/12 12:28:05


스위치를 예매하는데, 패밀리맨 표절 아니냐는 댓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째 설정이 재밌겠다 싶었더니 또 갖다 베꼈냐 싶어서 한숨이 나왔지만, 가정적인 베이글남 권상우와 예쁜데 성격은 호탕한 거 같아서 매력 터지는 이민정을 큰 화면에서 보고싶었기때문에 그냥 호구처럼 예매를 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족구왕 외에는 출연작은 생각이 안나는데 아무튼 좋아하는 배우인 황승언이 보여서 좋네요.

 

근데 어째 매끄럽지가 않습니다. 주인공 박강은 그냥 못배우고 덜떨어진 성격파탄자처럼 보이고, 그닥 톱스타 분위기가 안납니다. 마실 음료수 온도까지 맞춰줘야하면 그게 업계 톱인가 그냥 병신이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뭐 여튼 클스마스에 애아빠인 매니저를 집에 못가게 붙잡고 술 처마셔서 인생이 바뀝니다.


그 이후도 덜걱덜걱합니다. 포인트를 '애아빠가 된 박강'에 맞추자니, 박강이 가정생활에 적응 못하는 모습이 빈약합니다. 

아빠가 엄마 무서워한다고 애들이 말은 하는데, 별로 무서워하는 모습도 없고, 이민정한테 정신차리라고 구박받고 애들한테 제대로 시달리느라 영혼 탈곡되는 권상우의 모습이 보고싶었는데 그닥...

그렇다고 포인트를 '톱스타였던 자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박강'에 맞추자니, 인터넷 밈을 스스로 풍자하는 모습 좀 보여주다가 금방 접습니다. 심지어 박강은 금방 배우로 주목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이것도 영 효율적이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심각하게 거슬리는 것도 있습니다. 도대체 재연배우는 왜 평가절하하는걸까요? 재연배우는 진지한 배우를 꿈꾸는 사람은 하면 안되는 '3류'인가요? 현실적으로 구조가 좀 그렇다고 칩시다. 근데 그러면 그렇게 대놓고 말해도 되나요? 재연연기현장이 정말로 연기고 뭐고 대충 빨리 찍어버리는 식으로 진행되는게 만약에 아니라면, 현실이 영화에 묘사된 것과는 다르다면, 이 영화가 묘사하는 재연연기현장은 관계자들에게 큰 무례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머리짧고 털털한, 어릴 때부터 알고지내온 여자 후배를, "남자다, 군대가야한다" 라고 말하는 건 이제 슬슬 시대에 맞지않는 농담입니다. 반대로 다정하고 감정이 풍부한 남자분을 두고 "걔는 여자잖아, 시집가야지, 예민한데 생리하나부지"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 성별에 대한 일반화된 선입견은 더 이상 농담거리가 되기 어렵습니다.

이 영화는 재미있을 수 있는 설정을 대충 먹힐 듯하게, 대충 이것저것 섞어놓으면 되겠다 하는 안일한 태도로 완성한 듯 한 모양새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그냥 영화의 완성도에 어울리는 수준이고, 오정세는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는 오정세에게는 뭘 시킬 의도가 없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높지도 않았던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아서 살짝 빡쳐서, 집에 가서 패밀리맨을 봐야겠다 생각합니다.
넷플릭스에 있네요. 신난다.

패밀리맨은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2000년 개봉영화라고 합니다. 20년도 더 된 영화네요.
시작하자마자 대학 졸업하고 런던으로 인턴되려고 떠나는 케서방이 나오는데, 음... 대학졸업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숙성된 외모...

여튼 패밀리 맨을 보고나니, 저는 스위치가 패밀리맨의 설정을 베꼈다는 의견에 한 표 던져야겠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면 그냥 리메이크를 하는 게 나았을 것 같은데, 각본을 쓴 사람인지 기획자인지 누구인지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표절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베끼는 것에도 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동통면은 너구리라면의 짝퉁이지만 더 맛있고, 샤넬이니 구찌니 하는 애들이 내놓는 디자인은 수도 없이 베껴지고 있지만 대신에 샤넬이니 구찌니 하는 애들이 붙여놓는 가격표를 감당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디자인이라는 게 어떤건지를 느끼게 해 준다는 의도치않은 효과가 나기도 하니까요.
 
그러니까 이렇게 다 베낄거면 더 잘 만들어야 할 것 아닙니까...
패밀리맨에는 깨달음이 있습니다. 물질적 성공이 공허해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가족에게는 다른 가치가 있다 라는 걸 아는 사람들이 만든 영화예요. 주인공은 애아빠로 사는 소시민의 일상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새로운 가치를 배웁니다. 이 과정에 군더더기가 없고, 한 눈 파는 부분없이 한 가지에 집중하는 전개를 보여줘요.
패밀리맨이 메뉴가 몇 개 없는 맛집의 주력메뉴라면 스위치는 저렴한 부페같습니다. 이것저럿 많이 있지만 딱히 괜찮다고 하긴 어려운.

스위치를 볼까 하시는 분들이 모두 패밀리맨을 보시면 좋겠어요. 후자가 한 3배쯤 좋은 영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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