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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누명을 썼는데 고소하면 안되나요?
게시물ID : gomin_17988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보푸레기
추천 : 8
조회수 : 2583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23/04/12 16:57:07
고등학교 시절부터 들어오고 싶었던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그렇게 연봉이 높진 않지만 애정하는 회사이고 일하는 것도 즐거워 하루하루가 행복했어요.
작년에 저희 회사에 입사해 같은 팀이 된 여자과장님이 있는데 팀 내 유일한 여직원인 제게
자꾸 다른 팀원들에 대한 험담, 모함을 하기 시작해서
몇달 고민하다 질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 판단했고 거리를 두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본인이 '콜포비아'가 있다면서 단순예약전화 같은걸 대신 해달라 하고
각자 다니던 날인업무를 본인은 바쁘다며 비서 부리듯 자꾸 제게 시키고 정작 자신은 담배를 피러 나가는 등
제 몫이 아닌 잡무들을 반복적으로 떠넘기며 은근히 괴롭히길래
참다참다 저도 연초라 바쁜데 다 같이 바쁠 때는 각자 하는게 좋을 것 같다 말했죠.
그날 당장 팀장님께 'A가 상사인 내 말을 무시한다' 이르고
팀장님이 영 시큰둥하자 부문대표님께 달려가 고자질 했다는데
오히려 팀 사람들이 왜 팀 안의 일을 팀 밖으로 들고 나가냐며 부정적으로 나오자 그 속내야 어쨌든 조용해지더군요.
한동안은 각자 업무만 하며 감정쓰레기통 신세는 면했으니 차라리 낫다 하며 지냈는데

저희 본부 아르바이트생이 매일같이 30~40분씩 지각을 하고
업무시간에도 이석이 잦아 곳곳에서 말이 나오길래
막내인 제가 말하는게 낫겠다 싶어 서너차례 말을 했던 적 있어요.
그러다 그 친구가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만두며 저에게 직장내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 했다는거에요.
말 한번 놓은 적 없고 업무도 최대한 조심스레 부탁했어서 그게 무슨 말이냐 해명했고
어찌됐건 상처를 받았다기에 이미 떠난 사람이지만 내게 섭섭했던게 있었다면 풀었으면 좋겠다며 카톡을 보냈어요.

그날은 읽고 답이 없더니 다음 날 오후 장문의 카톡이 왔고
그 카톡 안엔 몇몇 상황에 대한 악의적인 묘사와
제가 하지 않음은 물론 머릿속에도 담아본 적 없는 일들이 기술되어 있더라고요.
첫 문단부터 그 친구 문체도 아니었고 읽어 내려갈수록 '뭐지..? 왜 이런 말을 하는거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어쩌면 피해의식이나 망상장애 같은게 있어 상황을 곡해해 받아들이는건가 생각도 들었고
일일히 답변을 할까말까 고민하다 더 이상 얽히지 않는게 좋겠다 싶어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뭔가 쎄함도 느껴 그 다음 주 출근하자마자 IT에 그 친구가 있던 6개월간의 모든 사내메신저 대화내역을 추출 요청하여 백업 해두기도 했고요.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 주말이 되었는데
직장동료가 사내 익명게시판에 절 저격하는 글이 올라왔다 전화가 왔더군요.
놀라 확인해보니

'무슨 팀 연진이는 윗사람이 시키는 일도 안하고 힘들다 불평하면서
아르바이트생은 직장내괴롭힘으로 쫓아내고~'와 같은 뉘앙스의 글이더라고요.
문체며 내용에서 누가 썼는지 너무 명확했고
그와 더불어 저와 그 아르바이트생 사이에 오간 카톡내용이 캡쳐되어
직원들 사이에 돈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멍 했고 다음엔 화가 났다가 이후엔 눈물이 나더군요.
하고싶은 말을 참는 편도 아니고 싫은 사람에게 웃는 표정을 못할 뿐
도덕적인 면에선 한치의 부끄럼도 없이 떳떳했기에 곧장 증거들을 수집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여자과장을 고소하려 진행하고 있는데,
이미 알고 그 사이트를 쓴 것인지 해당 사이트 서버가 미국에 있어 IP 등으로 게시자를 특정 지을 수 없고
결국 그 아르바이트생에게 카톡 작성 및 유포 등을 사주 받았다는 진술을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에요.

어린 친구고 같이 일하다보면 사수에게 섭섭한 일 곧잘 생기기도 하는거 저도 아니
그 친구까지 처벌하거나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누명을 벗기 위해 진술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려 하니
회사 사람들은 그러지 말고 어차피 잊혀질테니 털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내라 하네요.

며칠 행동하지 않고 고민 중이었는데
아니 그 과장이 퇴사의사를 밝혔다더라고요. (이미 팀이나 그 과장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 과장 글이라 생각하는 상태)
이직각 재다 뜨기 전에 엿이나 한번 먹어보라 했던걸까요..?
일이 터지고 줄곧 잠을 설쳐 몸이 안좋긴 했지만
오늘 아침에 일어나 출근준비 하는 와중에 심장이 떨리고 호흡이 가빠져오더니
입고 있는 옷이 젖을만큼 식은땀이 흘러 결국 휴가내고 변호사와 통화하다
이제 어쩌나 싶어 이렇게 글이라도 올려봅니다.

평생 수면장애 한번 겪어본 적 없이 머리 대면 5분만에 잠 드는 전데
그 날 이후 3시간 이상 자본 적 없고요.
그럼에도 졸리지가 않아요. 오늘 병원에 가보니 24시간 시험 볼 때처럼 긴장상태라서 그렇다네요.
하루종일 어금니가 간지러운 이상한 기분이 들고
회사로비를 지나 사무실까지 올라갈 땐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식은땀이 흐르며 몸에 열이 올라요.
사람들이 조금 무뚝뚝하게 인사하기만 해도 그 표정 그 말투가 슬로우모션처럼 몇분이나 곱씹히며 '나에 대한 글을 본건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누명을 벗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요?

1. 갈 때까지 가보자고 내용증명 때리고 진술 받아 형사 진행해 억울함을 벗던가(증거가 충분해 승소 가능성은 높은 상태입니다)
2. 이제 회사에 없는 사람들이니 신경정신과 치료 계속하며 일에 집중해 소문을 견디던가 둘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아직까진 6:4 정도로 소송 진행에 마음이 기우네요.
선배님들께 조언 구해보아요..

p.s.인사팀엔 일이 터지자마자 먼저 면담을 요청하여 적극적인 자료제출로 해명해둔 상태고
규정상 조사는 하겠지만 저를 믿는다 해주셨어요.
유포의심자인 과장과 작성자인 아르바이트생에 대해
법적조치를 진행해도 되냐 양해를 구하니
그것 역시 본인들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아둔 상태입니다.

이전 팀에서 업무과중으로 고생 실컷하고 내가 스트레스로 죽지 않으려면 여길 그만둬야 한다 고민하던 참에
하늘이 도운 것인지 우연치 않게 흥미 있는 부서에 들어와 사회생활 7년 통틀어 가장 즐겁고 신나게 일하고 있었는데
어쩜 이렇게 세상에 내 편 하나 없는 기분일까요.
마음과 같아선 유무죄를 떠나 회사를 그만두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 조용히 쉬고싶은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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