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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4-4)
게시물ID : lovestory_945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3
조회수 : 142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3/08/03 11: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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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4. 쥐새끼들(4) 
 
 
 “혼자 가요! 나는 틀렸어요!”
 뒤쪽에서는 더욱 맹렬하게 추격해 왔다. 수류탄 세 개를 던지고 그녀를 업었다. 쾅 쾅 쾅, 하는 폭음과 함께 비명소리들이 들려왔다. 뒤에서 들려오던 총소리가 뚝 끊어졌다. 한참을 달려서 그녀를 내려놓고 옷을 찢어서 허벅지를 묶어 지혈을 했다. 상처가 깊은데다 이미 피를 많이 흘린 상태였다.
 다시 그녀를 업고 뛰었다. 빨리 그곳을 벗어나야 했다. 일단 촌락을 벗어나 산을 타고 남쪽으로 걸었다. 왜놈들은 벌써 인근 지역 모두를 뒤지고 있을 것이었다. 혼자라면 몰라도 샤오를 업고 촌락으로 내려가는 것은 왜놈들의 아가리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걷고 또 걸었다. 샤오의 다리에서는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다. 허벅지를 묶는 것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만큼 그녀의 상처는 깊었다. 밤새도록 산길을 걸었다. 50리는 족히 걸은 것 같았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이제 마을로 내려가서 하다못해 지혈이라도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등에 업힌 샤오에게서 다른 느낌이 전해져왔다.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땅에 누이자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움직였다. 그러나 들리지는 않았다. 그는 애써 웃어 보였다. 핏기 가신 얼굴의 그녀도 희미하게 웃는 듯 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다시는 숨을 쉬지 않았다.
 나뭇가지로 흉내만 낸 구덩이에 샤오를 묻었다. 그녀의 최후가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다. 부모의 원수를 갚으러 나섰다 그녀 또한 그 원수들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었다. 훗날 누가 이 무덤이 그녀의 무덤인 줄 알기나 할까. 이렇게 가면 언제 다시 여기로 올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모든 것이 왜놈들 때문이었다. 그는 두 주먹을 부르쥐고 잠시 몸을 떨었다.
 상해에 도착한 것은 열흘이나 지나서였다. 그 열흘간 그의 머리는 복잡했다. 어쨌거나 임무는 실패했고, 스티븐스 국장의 약속은 어디까지나 약속일 뿐이었다. 명령을 받아 놓은 것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이시이의 납치를 추진한다면 또 차출되기 십상이었다. 그렇게 되면 또 입국은 한참 미뤄질 것이었다.
 그를 맞은 것은 고맙게도(?) 마틴의 화난 표정이었다.
 “이 새끼! 네가 나를 죽이려고 그런 놈을 붙였지?”
 옳다구나, 하고 권총을 뽑아 든 그는 벽력같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어 마틴을 패기 시작했다. 마틴의 얼굴은 금세 피로 범벅이 돼 버렸다.
 “위로는 못할망정 화를 내? 나도 죽을 목숨 억지로 살아온 몸이다, 이 새꺄!”
 분노를 한껏 과장한 그는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듯이 설쳐댔다. 누구를 제압할 때는 꿈에라도 다시 나타날까 두렵게 만들어야 했다. 마틴에게는 기대하는 바가 있으니 더 확실히 다조져야 했다.
 “헤라클레스, 진정해, 진정하라구! 리덩칭 새끼가 배신한 게 화가 났던 거라구!”
 “그래도 위로가 먼저야, 새꺄! 이번 일로 대원 하나가 죽었어, 내가 보는 앞에서! 알아, 새꺄!”
 “알아, 알아, 미안해, 헤라클레스! 제발 좀 진정해!”
 사색이 된 마틴이 벌벌 떨며 애원했다. 이만하면 된 것 같았다. 그는 씩씩거리며 총을 집어넣었다. 마틴은 그제서야 피를 닦을 정신이 드는 모양이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엄연한 하극상이었지만 이 일을 문제 삼는다는 건  무자비하기로 정평이 난 그에게 자신의 목을 디미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총알도 피해 가는 그를 어느 누가 막는단 말인가.
 탈진 상태였던 그는 마틴의 권유에 마지못하는 척 입원을 했다. 며칠 후에 마틴이 병원으로 찾아왔다.
 “샤오를 좋아했었나?”
 “그런 건 왜 물어, 새꺄?”
 야릇하게 웃는 마틴에게 그는 고함부터 질렀다.
 “흥분하지 마, 헤라클레스. 흥분은 몸에 해롭다구. 리덩칭 새끼는 우리가 제거했어. 감히 OSS를 배신하다니!”
 “개소리하지 말고 꺼져!”
 “흥분하지 말고 힘내라구. 샤오는 잊고.”
 “정말 계속 개소리할 거야? 너 이 새끼, 정말 죽고 싶어?”
 그가 벌떡 일어나며 금세라도 주먹을 날릴 것처럼 설쳤다. 마틴이 손사래를 치며 부리나케 몇 발짝을 물러났다.
 “이제 그만하고 화 가라앉혀. 내가 선물을 갖고 왔어.”
 짐작 가는 바가 없지 않았지만 내친 김에 더 밀어붙여야 했다.
 “선물 같은 소리하지 말고 빨리 꺼져, 이 새꺄!”
 “헤라클레스, 조선에 가고 싶지 않나?”
 “그래, 이 새꺄, 나를 어디라도 보내라. 너 같은 새끼는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내가 베이커를 필리핀으로 보내고 당신을 조선으로 보내달라고 국장님께 적극 건의했지. 당신, 나한테 한턱내야 된다구.”
 마틴이 히죽히죽 웃으며 품에서 전출명령서를 꺼내 놓았다. 기대했던 대로 마틴은 둘 사이의 약속을 모르는 채 그를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리라고 스티븐스 국장에게 애원하다시피 했던 것이다
 “웃기는 소리하지 마!”
 그는 다시 한 번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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