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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로또 번호 불러 줬던 얘기
게시물ID : humordata_19967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꿈더하기
추천 : 14
조회수 : 2640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23/08/20 14:54:47
아주 오래 전 얘기입니다.  제가 로또를 사실상 접었던 계기이기도 하구요.

누군 꿈에 조상님이 나타나서 불러 준 번호로 로또 당첨의 복을 받기도 했다는데 저같은 경우는 매우 애매하기도 하고 뭔가 쫌 그랬거든요.

한 이십년 정도 전으로 기억합니다.
돌아가신지 30여년 만에 할머니가 꿈에 나오셨어요.
그동안 한번도 꿈에서도 뵌 적 없는 분이 대뜸 "○야. 니가 올해 멧살이고? 서른서인가,서른너인가,서른다섯인가,아!서른여섯이제?"하시는 거에요.
저는 반갑다던지 놀란다던지 그런 것도 없이 너무 오랜만에 뵀음에도 어릴 때 투정부리듯이 볼 맨 소리로 "할맨 참.  내 나이도 모리나?나이는 왜?" 라고 했죠.
이어서 할머니는 다시 "○야. 니가 올해 멧살이고? 서른서인가,서른너인가,서른다섯인가,아!서른여섯이제?" 하시는 거에요.  똑같은 어투로 같은 말을.
전 다시 짜증섞인 투정을 했고 이내 잠에서 깼지요.
아무리 생각 해도 영문을 모르겠고 왜 내 나이를 물으셨을까 의아 해만 하다가 이삼일이 지난 월요일. 신문을 보다 깜짝 놀랐어요.
로또 1등 번호가 # # 33 34 35 36 이었거든요. 할머니께서 제 나이라고 부른 숫자가 로또 당첨번호에 나올 줄이야 그야말로 꿈에도 몰랐던 거라.  분하고 원통스럽고 아쉽고 아깝고 또한 원망스럽기도 했거든요.  로또랑 연관시키지 못한 저 자신이랑 할머니한테도요.

그렇게 원망스러워 하던 사나흘 후에, 할머니가 다시 꿈에 나오셨어요.
이번에는 헐레벌떡 오셔서 숨차하시며 거두절미 하고 "으어 시팔 십팔 삼식 삼시기 시붜" 이러시는데, 꿈에서라도 들리는 그대로 기억한 말이라 쫌 불명확스럽긴 했어요.  그래서 제가 "할매 와 그리 욕하는데? 머 땜.." 이러다 말을 멈췄죠.  이번에는 혹시? 이러는데 바로 위에 말을 똑같이 반복하시고 제가 뭐라 할 새도 없이 그냥 사라지셨어요.

꿈에서 깬 저는 잊기 전에 다시 곱씹으며 숫자가 맞나?하며 유추를 해 봤지요.
위에 시팔=18 일 거구.  삼식?삼시기?=30? 32?  시붜?=15? 35?  여러 조합을 나름 짜내면서 가능한 수를 추렸지요.  그러다 "으어"도 숫자라면 5? 여기까지도 생각하고.  참 머리 아픕디다.  나중에 가능한 수로 추가한게 28도 있고 45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앞에 꿈 때는 이틀후 로또에 나오더니 이번에는 4주 5주가 지나도 비슷한 거도 안나오더라구요.
포기하게 됐죠.  그냥 할머니가 화내고 삼식이라고 욕하고 마신 거라고.

그렇게 두어달가량 지나고 난 월요일 신문에 나온 로또 번호가 5 18 28 30 42 45
이었습니다.
으어=5 시팔=18 십팔=28 삼식=30 삼시기=42 시붜=45
계속 사오던 로또를 안샀는데, 아니 샀나?안샀나?마지막이라고 사지 않았던가? 그래봤자 안산게,포기했던게 확실한데 바뀔리는 없고.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죠.  분통,열불나서.
지나고 갖다 맞추니 저런 숫자가 나오지 그 때는 저 숫자와 비슷하게 나온 거만도 수십개라..하.  내 복이 아닌갑다.

그래서 그 후로는 할머니도 안오시고 로또도 안사게 됐습니다.  내 복이 아닌 거는 빨리 포기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지 싶어서요.

다 쓰고 보니 글재주가 없어 글만 길어지고 재미도 없네요.

끝까지 읽으신 분 계시면 감사드리고 수일내 그 분과 저의 조상님께서 각자의 꿈에 나오셔서 뭔가 숫자섞인 욕 좀 해주시길 바라봅니다.  축 당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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