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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6-1)
게시물ID : lovestory_946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2
조회수 : 18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3/10/05 10: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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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6. 입국(1)



 독립운동단체들의 연합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미국과 멕시코, 브라질 등과 유럽에서도 각 단체들의 활동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임정에서도 연일 회의를 계속했다.

 “동지들의 노고로 통합은 거의 끝나가고 있소. 다들 고맙소이다. 요즘 들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해봤소이다. 연합국들에 건국연맹의 존재를 알리고 다시 승인을 요청하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오. 이제 연합국들에 망명정부 승인만 받으면 걱정할 것이 뭐가 있겠소. 혹여 시기를 놓쳐 무장 독립 계획이 무산된다고 해도 염려할 것이 없지 않겠소. 왜놈들이 그 안에 항복을 하더라도 신속하게 남은 왜놈들과 부왜분자들을 처단하면 우리 힘으로 왜놈들을 몰아낸 것과 같은 성과가 있지를 않겠소. 동지들의 고견을 듣고 싶소.”

 “그러나 만약 승인도 해주지 않고 건국연맹의 존재만 노출되면 일만 그르치게 되지 않겠는지요. 지금까지의 미국의 태도를 보면 승인을 해주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같은데요......”

 최태호가 김구의 말에 조심스럽게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최동지의 의견에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저는 각하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장담은 못하지만 왜국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이나 현재 전쟁 중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왜국과 전쟁을 벌일 것이 분명한 소련이 일부러 정보를 왜국으로 흘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장투쟁 계획에 대해서는 철저히 숨기고, 왜놈들이 패퇴하고 난 후에 정부를 구성할 기구로서의 임정과 건국연맹을 부각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송상혁이 동의를 구했다. 김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각하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나중을 위해서 명분을 쌓는데도 좋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전대용의 말이었다. 이로써 결론은 났다. 더 이상 의견을 내는 사람이 없었다.

 “반대하시는 최동지의 뜻도 알겠소. 그러나 내 생각대로 합시다. 어차피 진인사대천명이라 했으니 하늘도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 믿읍시다. 만약 연합국이 임정을 승인해 준다 해도 우리의 무장 투쟁에 의한 독립 계획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소.”

 곧 비밀리에 건국연맹의 존재를 알리고 임정의 승인을 중국을 제외한 연합국들에게 공식적인 문서를 통해 다시 요청했다. 그러나 곧바로 유보였다. 국내외의 독립운동단체들을 총망라했다는 사실을 왜국과의 급박한 전쟁상황 속에서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것도 거의 즉각적인 회신이었다. 확인해 볼 의향이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 모두들 분통을 터트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신탁통치를 강행하기로 작정을 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는 일이었다.

 임정은 연합군에 가담하고 있는 광복군의 철수를 명령했다.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는 연합국들을 도와줄 이유가 없었고, 국내진공을 위한 작전을 준비해야 했다. 중국 국민당 정부와 군사협약을 다시 체결했다. 원조한국광복군판법(援助韓國光復軍辦法)이었다. 지금까지 원조를 받는 대신 광복군 통수권에 일부 제약이 있었으나, 통수권을 완전히 넘겨받는 대신 원조가 아닌 차관 형식의 지원을 받게 된 것이었다. 그래도 고마운 중국 정부가 아닐 수 없었다. 조명하・이봉창・윤봉길 의사들의 의거로 인해 대한민국도 왜국과 전쟁 중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된 중국의 지원이었다.


 강성종이 중경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었다. 어차피 잘된 일이기도 했다. 만일을 위해서 임정 요인들에게도 아직 자신은 죽은 사람이어야 했다.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낮에는 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중경에도 OSS대원들이 있었고, 누군가가 임정과 접촉하는 그를 알아본다면 낭패였다. 입국 전에 한번은 김구를 만나야 했다. 전황은 전범국들이 급격히 불리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탈리아는 항복했으며, 독일은 프랑스에서 패퇴하고 난 뒤 동구에서도 하릴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왜국의 동남아전선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하루 빨리 전열을 갖춰야 했다. 왜국도 언제 항복을 해 버릴지 알 수 없었다. 대한민국이 전승국이 되기 위해서는 하루가 급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김구는 숙소에서 최창익과 토론을 하고 있다가 그를 맞았다. 최는 김구의 개인비서 역할도 자청해서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마당에서 김구에게 큰절을 했다.

 “각하, 그동안 별고 없으셨습니까?”

 “동지 덕분에 이렇게 무사하오.”

 맨발로 마당으로 내려선 김구가 그를 끌어안은 채 방으로 들였다.

 “제가 이번에 경성으로 가게 됐습니다, 각하.”

 “그거 잘 됐소! 잘 됐소!”

 다시 한번 그를 끌어안으며 좋아하는 김구였다. 건국연맹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는 김구의 이야기를 무릎을 꿇은 채 들었다. 김구와 있으면 마치 거대한 산 앞에 있는 기분이 들어 꿇어앉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하눌님도 우리의 기원을 들으셨는가 보오. 우리는 이제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소.”

 금세 김구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그랬다. 김구는 눈물이 많았다. 정도 많고, 어떤 일에 감동도 잘하고, 옳지 못한 일 앞에선 불같이 분노했다. 그런 다정다감한 성품이 조국의 처참한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하고 한평생 가시밭길을 걷게 만든 것인지도 모를 일이라고 그는 생각하곤 했다.

 “그동안 보내준 돈은 요긴하게 쓰고 있소. 고맙소! 왜국 영사관 이야기도 들었소. 장하오! 강동지, 정말 장하오!”

 “부끄럽습니다, 각하.”

 그는 계면쩍어서 머리를 조아렸다.

 “내 그럴 줄 알았소. 미국이 한 일이라고 여기에도 소문은 났었소. 그래 내 미국이라면 강동지일 줄로 믿고 있었소.”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각하.”

 “그런데 그 장한 거사를 우리 동포들에게 드러내 놓고 알릴 수 없으니......”

 김구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 일을 그대로 알릴 수만 있다면 왜놈들의 폭압 아래 신음하는 동포들에게 얼마나 큰 힘을 줄 것인가.

 “건국연맹의 결성은 너무 잘 된 일입니다, 각하. 감격했습니다, 각하.”

 “그럼, 잘된 일이고 말고. 그런데 이번에도 연합국들은 임정을 승인하기를 거부했소. 왜놈들을 몰아내는 데에 연합국들의 도움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정말 왜놈들을 우리 손으로 몰아내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오. 그런데 문제는 무장투쟁에 직접 나설 인원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오. 동지들에게는 3천 만 모두가 죽기를 각오하면 승리는 확실하다고 장담하기는 했지만......”

 “각하, 병력이 많다고 꼭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전투에 변수는 무한한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지금 왜놈들은 형편없이 밀리고 있어 사기가 말이 아닙니다. 그런 것들을 고려해 시기를 잘 맞추고 작전만 잘 짠다면 승산이 있습니다.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그가 씩씩하게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자 김구의 표정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과연 강동지는 천군만마요, 천군만마! 강동지만 있으면 걱정할 일이 없겠소!”

 그는 계면쩍어 머리를 조아리고서 최창익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생이 많소, 최동지.”

 “저야 고생이랄 게 뭐 있나요. 각하 이하 여러 선생님들이 고생하시지요. 상해영사관 거사는 저도 강선생님 솜씨란 거 짐작했습니다. 강선생님이 아니시면 그런 거사를 성공시킬 사람이 세상에 없지요.”

 최창익이 공손하게 말을 받았다. 한두 살만 차이가 나도 깍듯이 예의를 차리는 것이 독립운동 진영의 전통 아닌 전통이었다.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존경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건국연맹과의 연락은 어떻게 하기로 했소?”

 “그야...... 서로 연락원을 보내는 방법이지요.”

 갑자기 풀이 죽은 최의 말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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