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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남아에서 사업 하게 된 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20166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발자국꿍꿍
추천 : 2
조회수 : 5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3/11/01 19: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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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상가 건물 안에 들어서서, 전화로 안내 받은 사무실을 찾아 들어갔다. 사장으로 보이는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 한명이 거창한 책상뒤에서 무언가 열심하 하고 있었다. 스타크래프트 였다. 드라마속 사체업자 사무실에서나 볼 법한 소파에 앉아서 게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10분 정도 되었을까?

사장이 내 맞은편 소파에 앉더니 전화기를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어 김팀장, 사무실로 좀 와. 어, 어어, 면접. 어 그래”

 

사장이 전화를 끊자마자 경리로 보이는 여직원이 내 이력서와 종이컵에 탄 믹스커피를 내어 왔다.

“일 잘 하게 생겼네. 몇살이라고?”

“19살 입니다.”

 

그 때 마침 김팀장이 들어왔다.

 

“김팀장 너네 팀에 자리 하나 내어 줘”

 

약간 어리둥절 했다. 무슨 면접이 이렇지? 사장앞에 놓여진 내 이력서는 아까 경리가 내려놓은 그 상태 그대로 놓여 있었고, 딱히 관심 없는듯 했다. 뭐 애초에 별볼것 없는 이력서라 상관은 없었지만…

 

“네 사장님.”

 

“이름이, ㅇㅇ이라고 했나? 여기 김팀장 따라가서 바로 일 시작하면 되고, 뭐 궁금한거 있나?”

 

“아, 저 무슨일 하면 되나요? 그리고 급여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아, 전화통화로 안내 못 받았어? 일은 김팀장 시키는대로 하면 되고, 광고 업무야, 광고. 일 잘 배워서 나중엔 판매도 좀 나가고. 급여는 따로 없고, 너가 파는대로 수수료 정산 받으면 돼. 여기 잘 벌어가는 애들은 달에 800~1000만원도 벌어가. 열심히 해 봐.”

 

“아… 네…”

 

이 때 차라리 손절하고, 깨닫고 정직하게 시급 5000원짜리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다녔어야 한다.

 

우선 상황이 흘러가는대로 김팀장을 따라 갔고, 사장 사무실에서 약 30걸음 정도 되는 건너편 사무실로 들어갔다.

눈 대중으로 어림잡아 7~8평 돼 보이는 공간에 책상이 줄지어 3열로 2개씩 나란히 놓여 있었고,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팀장은 가장 왼쪽 뒷자리 본인 책상으로 가서 앉았고, 부대장 같은 사람이 나와서 사무실 가장 앞에 놓인 조그마한 탁자와 소파에 앉으라고 했다. 곰 같이 생긴 사람 이었다. 그래봤자 나이는 20대 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앉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이며 면접아닌 면접을 봤다. 내용은 잘 기억 안나지만, 이 사람이 담배를 피우던 모습만 생각난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오버 스러운 모션을 취해가며 담배를 뻑뻑 피웠고, 아마 난 이 때 이런 생각을 했던거 같다.

 

‘저렇게 피면 되게 멋있는줄 아나보다…’

 

다행히 입 밖으로 이 말이 나오진 않았다. 별거 아닌 면접인지 취조인지 모를 대화가 끝나고, 나도 책상을 하나 배정 받았다.

처음부터 가르쳐 준 업무는 진짜로 “광고” 였다.

수도 없이 많은 차량 사진을 포토샵으로 일관성 있게 편집해서 알려주는 웹사이트에 올리는 일을 했다. 업무 자체는 단순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휴대폰도 주어지고, 손님 전화도 받게 했다. 출근을 한 지 며칠이 되어서야 알게 됐지만, 내가 편집해서 올리는 사진은 전부 매매단지에 없는 차량이었고, 차량 가격도 터무니 없는 가격에 올리도록 했다.

맞다. 허위매물 사무소 였다. 하아…

사무실에 앉아서 허위 광고를 올리고, 그 광고를 보고 전화해서 매매단지로 손님이 오면, 광고하고 전화를 받은 사람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이 나가서 온갖 거짓말로 차량을 제 값보다 비싸게 팔아오는 악질적인 시스템 이었다.

 

‘애초에 거짓말로 사람 꼬셔서 기분 다 상하게 만들어 놓고 차를 어떻게 팔지?’

 

라는 생각이 들 때쯤, 팀장이라는 사람에게 가서 얘기했다.

 

“저, 팀장님, 저는 뻥카 (허위매물) 말고 실차 위주로만 영업해 봐도 될까요…?”

 

“야 그게 돈이 됐으면 너도 나도 다 했겠지. 뭐 니 맘대로 해 봐.”

 

아마 어차피 내 월급으로 나가는 돈도 없고, 돈이 안된다는걸 알면 다시 뻥카나 열심히 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 날 이후로 매매단지의 차주분들께 연락하여 사진을 찍고, 실제 판매액에 약간의 마진을 붙여 광고를 올리기 시작 했다. 한통의 전화도 안왔다. 그렇게 공치고, 공치고, 공치는날이 반복 되다가 겨우 베르나 라는 차량을 한대 팔았다. 내게 떨어진 수수료는 30만원 이었다. 사실 이것도 사무실과 나눠야 하는데, 내가 불쌍했는지 다 줬다.

이 길도 아니다 싶던 찰나… 동남아에 계시던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ㅇㅇ아, 너 그러지 말고, 여기라도 와서 이나라 대학이라도 다녀서 졸업장은 따는게 낫지 않겠니?”

 

별로 생각 할 것도 없었다. 사실 그 나라로 가서 대학을 다니겠단 생각 보다는, 장사를 하던 취업을 하던 해 보겠단 생각이 컷다.

그렇게 나름 파란만장 했던 한국에서의 6개월을 뒤로 한 체 출국 했다.

 

-계속-

출처 https://youngsoop.com/read-blog/16_2-%EB%8F%99%EB%82%A8%EC%95%84%EC%97%90%EC%84%9C-%EC%82%AC%EC%97%85-%ED%95%98%EA%B2%8C-%EB%90%9C-%EC%9D%B4%EC%95%BC%EA%B8%B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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