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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 이선경 -
사랑은 뭘 같이 하는 거다.
그게 뭐든 같이 하는 ‘그것’도 좋지만
그걸 함께 하는 ‘서로’를 나누는 게 좋은 것.
그 뭔가를 같이 하는 동안
연못을 도는 푸른 바람에
일렁이는 파문(波紋)처럼,
마주한 존재를 비추는 거울처럼
온 몸짓, 얼굴짓, 눈빛 속에
일어났다 사라지고, 떠올랐다가 번지는
서로의 표정을
주고받는 것이다
설레듯 기대하는 것이다
표정 너머 마음을,
다시 그 마음이 담겨있는 천 가지 표정을,
미술품처럼
깊이 애호하는 것이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알 수 없기에
그 소중한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귀한 한 톨까지 아낌없이
펑펑 쓰고 싶은 마음
그 순간만큼은
사랑이 시한부(時限附)일 수는 있어도
양한부(量限附)가 될 순 없는 마음……
그렇게
주어진 시간 동안
소중한 만큼 최대치를 퍼 주고픈
그런 마음으로
혹여 부담스러워할까
칠 부만 주는
절제의 미학,
아니 절제의 치열한 공학이다
칠 부 속에
간절히, “날 기억해 주세요” 라고
십이 부를 담아 보내는 마음,
그 마음이 담긴 표정
그것이 사랑이다.
https://youtu.be/uIDuj-cSkxY?si=vMVOqmeQsN9kCQ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