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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7-5)
게시물ID : lovestory_948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2
조회수 : 19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3/12/07 10: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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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7. 결의형제들(5)



 그날부터 청계천도 그의 아지트가 되었다. 그 누구도 청계천과 걸인들을 눈여겨보지는 않을 것이었다. 걸인복장이면 웬만한 곳은 무사통과라 더욱 좋았다. 

 다른 걸인들이 얻어 온 밥을 나눠먹은 둘은 냄새나는 움막에 누워 살아온 이야기와 독립을 되찾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이야기하며 밤을 같이 보냈다.

 다음날 밤, 보고를 받은 여운형이 직접 정의 움막을 찾아 강성종이 약속한 것들에 대해 추인했다.

 건국연맹 조직은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었다. 위원회가 조직되지 않은 면이 없었고, 마을 단위에도 조직된 곳이 있었다. 그럴수록 계획이 새나갈 가능성도 높았다. 지도부에서는 개별맹원들의 이탈을 막고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부심했다.

 

 점심때를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종로 네거리에 구경꾼들이 빽빽이 몰려들었다. 한 사내가 스무 명 남짓한 사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 사내들은 모두 주먹잡이들이었다. 그 가운데 둘러싸인 사내는 스라소니 최우용이었고, 다른 사내들은 장태식과 그 무리였다. 아무리 무서울 것 없는 주먹잡이들이라지만 대낮에 이렇게 드러내 놓고 싸움질을 하는 경우는 좀처럼 없었다. 그러나 순사들도 일별하고 지나갈 뿐이었다. 경무국은 주먹잡이들이 왜인들과 부왜파들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누구 하나쯤 죽는다고 해도 고발만 들어오지 않는다면 간여하지 않을 것이었다. 조선인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것은 손뼉칠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싸움은 좀 달랐다. 말보다 주먹부터 앞세우고 보는 평소 그들의 행태와는 달리 전초전이 너무 길었다. 최우용과 장태식은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가며 케케묵은 원한까지 다 들춰내는 것이었다. 마치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떠돌이 약장수 같았다. 덕분에 구경꾼들은 자꾸만 몰려들었다.

 “태식이 니레 덩말 이럴 수 있간?”

 “웃기는 소리하지 마! 지난번에는 홍일옥에서 3백 원 어치나 처먹고 갔지. 그거 갚느라고 내가 얼마나 고생한지 알아?”

 “고깐 3백원이 고러케 아까와서? 고럼 니레 디난번에 동대문 경식이하고 붙을 때 내레 내레온 거 생각 안 하네?”

 “오면 뭘해? 손 한번 안 썼잖아? 그리고 그때 또 얼마나 처먹었어?”

 “또 고깐 돈으로 따질래? 니레 언제부터 고로케 치사해져서? 기래, 내레 그때도 좀 마셨디. 기래 도 내레 없었으믄 니들이레 다 경식이한테 맞아 둑어서, 알간?”

 “내가 경식이한테 맞아 죽었다고? 웃기는 소리하지 마! 가만 놔뒀으면 경식이는 내 손에 죽었어. 피 덜 보려고 너 불렀던 거야!”

 최는 목이 터져라 외쳐대고 장은 한 발짝 뒤에서 팔짱을 끼고 냉소하고 있었다.

 “니 아새끼레 치사하게 기러디 말라우. 내레 우용이야, 최우용! 시라소니 최우용! 니레 나한테 덩말 이러면 안 되는 거이야.”

 “ㅇ같은 소리하지 마!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 얘들아, 쳐!”

 드디어 장태식의 명령이 떨어졌다. 둘러싸고 있던 사내들이 용수철 튀듯이 최우용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최는 과연 빨랐다. 한번에 네 명이 나가떨어졌다. 또 세 명을 때려눕힌 최는 약한 쪽을 치고 뛰기 시작했다. 아무리 최라지만 숫자가 많은지라 만만치 않은 모양이었다. 최는 뛰면서 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두고 보자우. 태식이 니레 실수해서!”

 “다시 나타나면 그땐 정말 죽을 줄이나 알아!”

 장도 최의 뒷꼭지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다. 길었던 전초전에 비해서 결말은 너무나 싱거웠다. 사람들은 실망의 빛을 감추지 못하고 각자의 갈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부터 둘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최는 경성 이북을 누비고 다녔고, 장은 경성과 경성 이남이었다. 경무국에서도 둘의 그런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로 세를 규합해서 대규모 패싸움을 벌이려는 것으로 판단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주먹잡이들이 대거 경성으로 모여들었다. 예상했던 대로 경무국에서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왜 모이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며칠이 지난 날의 밤이었다. 장충단 앞에는 5백여 명의 청년들이 둘로 나뉘어 대열을 갖추고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임창식을 따르는 무술인들도 도복을 입지 않고 섞여 있었다. 경성에서 제법 세력을 갖춘 낭인조직 하야시 일당은 만일을 대비해 멀찌감치 피해버린 뒤라 경무국에서는 순사 하나 현장에 내보내지 않았다.

 대치하고 있는 두 패거리의 가장 앞에 선 사람은 역시 최우용과 장태식이었다.

 “여러분들, 와줘서 고맙시다. 우리의 실질적인 사령관인 김동지를 소개하갔소.”

 최우용이 강성종을 나오게 했다.

 “반갑습니다. 먼길 오시느라 고생들 하셨습니다. 저는 사령관이 아니고 대한민국 광복군의 연락병일 뿐입니다. 짧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지금부터 대한민국의 군인입니다. 아직 진짜 명칭은 쓰지 못하지만 대한민국 광복군 최정예부대에 소속된 군인이란 것을 알고 자부심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김구 주석 각하께서 전문을 보내시어 우리 ‘건국청년단’의 창설을 축하하셨습니다. 거사 전후로 친히 여러분들께 감사 인사를 올리시겠다고 합니다. 모쪼록 여러분들이 대한민국 광복군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최와 장이 손을 들었다 내렸다. 곧 함성과 욕설을 앞세우고 치열하게 격투가 벌어졌다. 그 옆 한쪽에서는 강성종과 정도한을 비롯한 30여 명의 도꼭지들이 앉아서 회의를 했다. 서로 인사를 하고 일사천리로 조직을 짜기 시작했다. 단장에 정도한, 부단장 최우용, 무술인지부장 임창식, 경성지부장 장태식, 부산지부장 도삼수 등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이렇게 모인 것은 조직을 짜는 목적 외에 구역・지역 간의 알력을 경무국에 광고(?)하고, 단결도 도모하고, 세력을 확인시켜 사기도 북돋우기 위해서였다. 그날의 격투로 많은 단원들이 타박상을 입고, 더러는 머리가 터지고, 팔다리가 부러지기도 했으나 모두들 자신감을 가지고 각 지역으로 내려갔다. 1만여 명의 청년단이 가세하면서 건국연맹의 맹원수는 이제 24만을 넘기고 있었다. 청년단은 반민특위의 실행조직으로 편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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