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자작시] 국도에서
게시물ID : freeboard_20200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15번지
추천 : 2
조회수 : 84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24/01/16 11:58:51
옵션
  • 창작글

국도에서

 

              - 문수림

 

 

 

 

국도에는 고요보다 깊은 고요가 있어

달리는 차들의 소음만이 고즈넉함을 깬다

 

 

그래서

때로 밭길을 지날 때면,

 

 

여름날 정오의 해보다 느린 걸음의 노인들이 나타난다거나

 

 

산길에서는

배가 갈려 종()을 못 알아볼 짐승이나

뼈가 으스러진 고라니의 사체도 만날 때가 있고

 

 

해안가에서는

갈매기의 것인지 까마귀의 것인지도 모를

배설물과 배설물을 뒤집어쓴 조개껍질을 만날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ㅡ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당신의 손을 잡는다

 

 

고요보다 깊은 고요를 품은 국도에는

달리는 차가 빚어내는

서사(敍事)가 있고

()과 사()의 갈림길이 있고

 

삶을 다독이는 사랑이 있다.

출처 https://roseandfox.kr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