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넷 우리 엄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 꽤 이쁘셨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작은 키였지만 옷도 항상 갖춰 입으시고 굽 높은 구두를 신으셨다 한번도 엄마가 내 머리를 빗긴 적 없었지만 본인의 미모에 맞게 시내 미용실을 다니셨고 꽤 비싼 브랜드 옷만 입으셨다 그러니, 시장을 가나 동네 슈퍼를 가나 늘 인사를 듣고 대접을 받으셨다 나는 늘 엄마가 부러웠다 늘 둘째딸은 아빠 닮았나보다 엄마 닮았으면 좋았겠네 엄마의 미모는 오로지 엄마꺼였다 늘 부러웠지만 그건 공유가 되지 않았다
남편은 잘 생겼었다 어느 연예인만큼 잘 생겼고 키도 큰 편에,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는 아직도 그대로이다
결혼식에서 아이고, 신랑이 더 이쁘네 누군가가 탄식하는 소리가 귀에 꽃혔다
큰아들 나를 닮았다 작은 아들 아빠 닮았다 남편이 두 아들을 데리고 나가면 늘 듣는 말 큰아들은 엄마 닮았나보다.. 둘째랑 다르게 생겼네...
패완얼이랬다고 무슨 옷을 대충 입어도 이뻤다 몸매마저 되니.. 남편의 미모도 고소란히 남편 몫이였다
그래서 나는 남편이 나이 드는게 좋다 나이 드니 큰 눈도 좀 작아지고 높은 콧대도 매부리코가 되고.. 주름이 생기니.. 광채도 덜 난다
큰아들이 고3 수능 본 다음날 친구들과 놀다가 코와 턱을 다쳤는데 코뼈 바로잡는다고 하니.. 주위에서 이 참에 코수술 하라고.. 농담처럼 던진 말에 큰아들 망설임 1도 없는 속사포같은 대답 하면 좋죠 그래서 하루만에 수술 결정 수술했지 수술이 너무 잘 되서 아무도 몰라보는데 갑자기 잘 생겨졌어
이제 큰아들까지 미모를 가졌다 아무리 가족이여도 미모는 자신만의 것이더라
더 빨리 나이 들어서 남편이 할배가 되기를 바랄수 밖에.. 어쩌라구.. 미모가 없으면 이쁜 마음을 가지기도 힘든거 마음이라도 이쁜 척 하기도 힘들다 미모가 없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