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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화가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347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터틀기사
추천 : 1
조회수 : 80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5/31 20:24:54
"어...어..뭐 그렇지 뭐...어"
 
널브러져 있는 그리다 만 그림들. 바람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지하 골방.
 
천장에 애처로이 늘어진 전구가 이따금씩 빛을 잃으면서도 힘겹게 방안을

밝히려 애쓴다. 그 아래 초췌한 얼굴을 한 사내는 어깨로 핸드폰을 귀를 댄 채 

천천히 주변을 돌아다니며 어질러진 방바닥을 헤치며 무언가를 찾으려애쓴다.
 
"아니, 그러니깐 진짜 예쁘다니깐? 내가 소개시켜줄 테니깐 한번 만나봐
 
진짜 예진이만 아니라면 내가 벌써 만났을텐데 또 내가 누구냐? 이 형님이..."
 
전화기 속의 남자는 무엇이 그리 신 났는지 쉼 없이 계속 떠들어 대고
 
있었다. 듣는지 마는지 남자는 말없이 찾아 헤매었던 물건을 손에 쥐고는 묵묵히 
 
한참을 쳐다보더니 입을 열어 말했다.
 
"어, 야 나 할 일이 좀 있어서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야! 야! 잠깐만! 야! 너 벌써 몇 달 짼 줄 알아!? 이제 그만 하고..."
 
분주하게 떠들어 대던 핸드폰은 배터리를 빼내자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해졌다. 남자는 익숙한 동작으로 작은 의자를 빼어내 화판앞에
 
자리잡는다. 그는 화판의 턱에 올려진 조그만 상자를 뒤적이더니 손에
 
익은 펜을 꺼내들어 망설임없이 선을 그어낸다. 시간은 꽤나 오랫동안
 
멈춘듯하고 연필이 종이를 가로지르는 소리만이 계속 이어진다.
 
"아냐 이게 아니라고!..." 남자의 눈앞에 있던 그림은 어느새 그의 손아귀로 

옮겨져 거칠게 구져졌다. 그리고 그대로 얼굴을 종이에
 
파묻고는 마치 기도하는 듯한 자세로 흐느꼇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에 쥐어진것을 아무렇게나 집어던지고는
 
부엌으로 가 주린 목을 축이고는 자리로 다시 돌아와 몸을 집어던지듯이
 
앉았다. 주위를 두어번 두리번 거리더니 허리를 숙여 좀전에 집어던진
 
종이 사이에 끼여 앞이 부러진 연필을 집어들고는 상자에서 칼을 꺼내들어

다듬는다. 깎여져 나간 잔해들이 아무렇게나 바닥에 쌓여간다.
 
그리고 '뚝' 어울리지 않은 붉은 물방울이 연필 잔해들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어갔다. 남자는 짧은 신음을 끝으로 다시 펜을 들어 익숙한
 
일들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림이 형태를 나타날
 
때쯤에 갈라져 있던 손가락의 틈에서 붉은 물방울이 그림 위로 떨어져
 
방울 맺힐 틈도 없이 흘러내렸다. 남자가 튕기듯 의자에서 일어나
 
그림을 짓누르며 닦아내려 하자 힘에 못이긴 화판이 그대로 바닥에
 
엎어지고 뒤따라 남자의 몸이 덮치듯 화판위로 넘어졌다.
 
그림위를 짚은손, 그 손의 갈라진 틈에서 한번더 진득한 것이 튀어나와
 
그림위를 뒤덮지만 남자는 멈추지 않고 붉은 물방울을 흘려대며
 
계속 닦아내려갔다. 몇달간 지쳐있던 남자의 몸이 넘어진 충격과
 
함께 힘을 잃어가자 초점 또한 점점 사라져가며 희미해져간다.
 
남자는 그럼에도 쉬지않고 흐느끼며 마치 그림을 어루만지듯이 닦아내지만
 
그림속의 여인은 남자와 볼을 맞댄체 그의 손짓에 점점 더 붉게
 
물들어만 가고 이내 방안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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