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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옳은일 안할거임 ㅇㅇ
게시물ID : gomin_1636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늘송송
추천 : 3
조회수 : 559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1/06/09 10:01:33
속상하고 찝찝해서 일기형식으로 넋두리좀 하다 갈게요.



얼마전 늦은 저녁시간 퇴근길에 집앞에서 지갑을 주었다.


집근처가 한성대학교라서 줍자마자 학생 지갑일거라는 직감이 왔다.


예감은 적중했고, 여학생의 신분증은 있었지만 딱히 연락할만한 곳이 없어


체크카드 뒷면의 휴대폰 전화가 적혀있길래 전화를 했더니


학생 아버님 께서 전화를 받으셨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


지갑 주인에게 전화가 와서 지갑을 찾아주게 되었다.


많지 않은 금액 이였지만 지갑주인 에겐 더구나 학생 신분으로선


중요한 돈일거 같아 정말 10원 하나 손안대고 고스란히 찾아 줄 수 있게 되어


나름 기분이 좋았다. '착한일' 이 아니라 '옳은일' 을 하고 나서 느껴지는 뿌듯함....


상대방 에게서 보여지는 안도감과 고마움을 볼때면 약간의 '희열'을 느낀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저께 집앞에 차를 주차해놓고 화장실이 급한 나머지 정신줄 놓고 집으로 뛰어 들어갔는데


그때 차키를 잃어버렸나보다...


아침까지 모르고 있다가 출근하기 위해 차키를 찾는 순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몇십분동안 동네를 샅샅히 뒤져봤지만 한번 내손에서 떠나가 차키가 "주인님 까꿍" 하고


갑자기 나타날까?


어쩔수 없이 급한마음에 열쇠집에 전화를 하고, 거금 15만원을 들여 차키를 새로 맞추었다.


아침부터 일이 제대로 꼬이기 시작한 순간이다.


출근도중 차라리 차키를 영원히 못찾길 바랬다.


나중에라도 찾게 된다면 억울할거 같기에..


쌩돈 15만원 15만원 15만원 ....


누굴 탓하랴.. 나이 쳐묵쳐묵 하고 칠칠치 못한 내 자신을 탓해야지.


회사 도착후 내 자리에 차를 주차 해놓을려고 하는 순간 어느 터프하신 


분께서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이 못마땅 하셨는지 거하게 술한잔 하시고 남에 사무실 앞에


대각선으로 차를 주차해 놓고 집으로 그냥 가셨나보다.


차에 전화번호도 없길래 술 깨신후 바로 차 빼주시면 냅다 감사하겠습니다. 하는 마음으로


포기하고 대로변에 잠깐 차를 세워두었다. 곧바로 다시 나가야 했기에....


참고로 나의 직업은 렌트카를 하고 있다.


아침 일찍 예약건이 있었는데 하필 그 차가 키를 잃어버린 차였다.


키분실 때문에 예약시간 늦어서 손님께 사정사정 해서 시간 늦추고 늦은만큼 금액 깎아드리고


부랴부랴 사무실 도착해서 계약서 챙기고 예약장소를 가려는 순간


조금전 주차해 놓은 차 앞 유리에 주정차위반 딱찌가 딱!!!!


십분도 안된 사이에 부지런하신 주차단속 공무원님 께서는 본인의 일에 충실히 하시고


유유히 사라지졌나보다.


주정차 위반 4만원. 일찍내면 3만 2천원에 해주신다고 친절한 마음까지 적어주셨다.


아싸! 8천원 벌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정신없이 오전시간을 보내고 휴식좀 취하려는 순간


한통에 전화가 왔다.


"어제 한성대 근처 에서 차키 주은 사람입니다."


아.....


쌩돈 15만원 15만원 15만원....


키 홀더에 사무실 전화번호를 적어 놓았는데 그걸 보고 전화 하셨나보다.


줍자마자 전화 주셨으면 사무실 전화가 휴대폰으로 착신이 되어 있어서 받을수 있었는데


키 주으신 분께서 피곤해 하는 나를 위해 전화를 삼가해 주셨나보다.


배려깊고 고마운 사람이다. 


아싸! 차키 두개 생겼다.


기분 좋아서 담배 한대 필려고 나갔는데 아침에 내 자리에 주차해 놓은 차가 고새 사라지셨다.


미안하셨는지. 시동거는 소리도 못들었는데 시동도 안켜고 밀고 가셨나보다.


자리에 세워 놓았던 라바콘 밑바닥을 깨부신채로......얼마전에 구입한 5천500원 짜리 라바콘 인데


그래도 박살내지 않으신게 참으로 고마우신 분이다.


그리고 하일라이트.


저녁때 퇴근 하고 집으로 가는길에 또하나의 지갑을 주었다.


난 우리동네 '분신물보관소' 인가보다.


돈되는거 참 잘줍는다.


줍는순간 대충 짐작했다.


"또 한성대 학생이겠군"


한성대에 야간생들이 있어서 내가 퇴근 할때즘이면 술먹고 청춘을 불사지르는 학생님들이 많다.


그중에 한명일거라 생각된다.


허나 나의 예상과 다르게 한성대생이 아니다.


신분증을 보니 20대후반의 나이에 얼굴도 이쁘신 여자님 이시다.


돈도 직장인 이라서 그런지 제법많다. 얼추봐도 20 몇만원 정도....


부럽다. 내 지갑에 저렇게 돈넣고 다녀본적이 언제인지....


다행이 지갑안에 연락처는 쉽게 찾을수 있었다. 지갑주인에 명함에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거는 순간 전화기 숨도 안쉬고 전활 받는다.


목소리 상당히 격해져 있었다.


나 : 지갑 주었다 

너 : 어디서 주었냐?

나 : 한성대 앞에서 주었다.

너 : 그러냐. 지갑안에 돈은 있냐?

나 : ㅇㅇ 있다. 좀 많다...

너 : 고맙다. 

나 : 지금 찾아가라.

너 : 미안하다 지금 못찾아 간다. 넘 멀리 와있다.

나 : 그럼 가까운 지구대에 맡겨놓고 문자 남길테니 나중에 찾아가라

너 : 안된다. 전에도 그런적 있었는데 돈이 하나도 없드라

나 : 경찰못믿냐? 경찰이 돈 빼고 그럴 사람이 아니다.

너 : 안된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 피곤한 적이 있다. 경찰 신뢰 못한다.

나 :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너 : 미안하지만 이곳으로 가져다 줄수 있느냐? 인천공항 인데 왕복 택시비는 주겠다.

나 : 택시비 필요 없다. 나 무지 피곤하다. 내일아침 일찍 찾아 가던지 해라

너 : 거기 갈일이 없다. 오늘도 거기 사는 친구 때문에 간건데 그 친구가 오늘 외국으로 나간다.

나 : 그럼 내일 택배로 보내준다. 택배비는 너님이 내라.

너 : 안된다 오늘 받아야 한다. 부탁이다. 제발....밥도 사주마

나 : 아니다 사례를 바라고 하는거 아니다. 정말 거기까진 못간다.

너 : 그럼 중간에서 만나자. 시간은 12시쯤 괜찮나.

나 : 안된다 나 피곤하다. 자야한다. 제발 너님이 찾아가라. 제발...

너 : 알았다.(좀 치사하다는 뉘앙스 느낌) 그럼 내가 가마

나 : 요 앞 --겜방있다. 거기 사장이랑 친분이 있으니 내가 부탁해 놓으마

너 : 그 사람 믿어도 되나?

나 : 믿어라. 그 사람 못믿으면 나도 믿지 마라.

너 : 알았다. 그럼 부탁한다.


새벽 두시쯤에 전화가 왔다.


그 여자님이다.


후훗~ 고마워 하는 마음은 사양할게...난 옳은일을 했을뿐이니깐....


하고 잠결에도 시크한척 했다.


.....는 잠시...


전화 받자마자 여자님이 하는 말이


"저기요 지갑 분실한 사람인데요, 삼만원이 비네요."


아.....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게 이런거구나...


"혹시 그 겜방 사장...."


"아뇨. 그럴분 절대 아닙니다."


"쩝...그래요? 뭐, 제가 밥샀다고 생각할게요. 암튼 고마워요."


나라는 인간 도대체 어떠한 존재일까.


이런일 있으면 상대방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짜릿한 희열을 느끼는게 다인데..


애인도 없는내가 그런걸로 희열을좀 느껴 보겠다는건데...


이제 옳은일 하고 싶지 않다.


내앞에 지갑이 보이면 하수구 쪽으로 발로 차 버릴테닷.


참 잘했어요 라는 도장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어제 하루 있었던 일을 잊을려고 하는 찰나....아침 출근길 문자가 하나 왔다.


"죄송해요. 어제 제가 삼만원치 기름 넣은걸 깜빡했네요."


됐거등~ 이미 나 맘상했음.


오늘은 좋은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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