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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초콜렛, 빵
게시물ID : humorstory_2346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hocobee
추천 : 7
조회수 : 65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06/09 16:33:07

중, 고등 학교 때 나는 달콤한 것들을 무척이나 좋아 했었다.
업소용 삼색(딸기,초코,바닐라)아이스크림을 한 통 다 퍼먹고 화장실에서 잠든;적도 있고
당시 천원에 팔던 빨간 옷 입은 커다란 GANA초콜렛을 앉은 자리에서 세 개를 까먹기도 했었고
페레로로쉐 50개를 한번에 다 먹다 코피가 난 적도 있었다ㅎㅎ;

(중략)

미제 초콜렛을 입 속 가득 우물거리면 득진하게 녹아 스며 모든 이빨이 한번에
썩어버릴 듯 한 달콤함ㄷㄷ 여름방학을 맞이해 더 무절제하고 탐욕스런 생활을 보내던 끝에
드디어 치통이 찾아 오고야 말았는데..

덜덜거리며 찾아간 치과에서 의사선생님은, 이렇게 골고루 썩은 치아는 처음 본다며 환호성을
지르셨고 나는 어금니 신경치료 세개, 송곳니를 포함한 도합 11개의 치아를 갉아내고 땜질을
하게 되었다.
장장 네시간에 가까운('마침 오늘 내가 한가해'라고 말씀하셨다;) 치료를 하며 왼쪽 오른쪽에
마취주사를 각각 두 번씩 찔럿건만 신경치료를 두 개나 해야했던 왼쪽 통증이 멈추질 않아
두 번을 더 놓았고, 갉고 때우기를 하다 반대쪽에 한방을 더 놓아 모두 일곱방의 마취주사를
입안에 놓았던 것이다.(근데 이정도면 목숨 위험한거 아님?;)
의생님은 오늘 다 끝난게 아니고 덧씌워야 하니까 2일 뒤에 다시 찾아오라고 하셨었다.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완전히 피곤해진 나는 반월당에서 명덕(대구)역을 지나갈 때 쯤에 눈에
촛점을 풀고 세겹줄 쌍꺼풀을 만들어서는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주변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네 시간의 사투 끝에 찾아온 심한 피로감에 주변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그냥 멍 때리고 있는데
맞은 편에 앉은 할머니가 내 옆자리로 오시더니 손수건을 내미시는 것이었다;;.
'손수건 사달라는???' 상황파악이 안되어 어리둥절 하면서도 짜증이나 졸린 눈으로 인상을
좀 썻는데 할머니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주신다;
흠칫 놀라며 고개를 숙이다 잠이 후닥 달아났다.
왼쪽 입술 아래 부터 가슴이랑 허벅지까지 온통 침으로 젖어 있었다.ㅠㅠ;
얼굴이 마취가 된 탓에 침이 새는 것도 모르고 졸고 있었는데 사람들의 시선에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어려 보이는 학생이 풀린 눈으로 침을 질질 흘려대고 있으면 나라도 지체아로 볼 것 같다;
마음씨 착한 할머니께서 손수 어깨며 허벅지에 뭍은 침을 닦아 주시는데 마른 떡 마냥
굳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ㅎ...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든 감사를 표해야 한다는 생각에 인사를 드리는데
굳은 혀가 내게 결정타를 먹였다.

"오맛스미다 한므니이;;;"
"(ㅜㅁ-)/오이야.. 오이야~ 열심히 살아라이~"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 이후로 초콜렛을 거의 끊었었다.
지하철에서 멍 잡다 가아끔 그 때가 떠오르면 반사적으로 중얼거린다.
고맙습니다 할머니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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