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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드네요...
게시물ID : gomin_1641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부하곰
추천 : 0
조회수 : 60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1/06/10 05:05:39
오후반 퇴근하고 같이 기숙사 사는(방은 다른)동생이랑 치맥먹었어요.
내일도 출근해야되니까 동생 자라고 보내놓고 노트북앞에 업드렸는데
그냥 좀 힘드네요..

저는 스물한살 여자구요. 지금은 3조 3교대 공장다니고있어요. 소위말하는 공순이네요.
작년 이맘때쯤엔 학교에 다니고있었어요. 사는지역의 전문대 간호과였는데, 적성도 안맞고
학교에 적응도 잘 못하고.. 이래저래 일이있어서 2학기 개강과 동시에 휴학해버렸어요.

간호과에 진학한건 반이상이 엄마의 바램 때문이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는데,
아버지가 사람같지도 않았거든요. 그사람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으신 마음이 크셔서
큰딸이 간호과 나와서 잘나가는 대학병원 간호사, 그러니까 남들한테 좀 자랑할수있는 '전문직 종사자'가
되길 바랐거든요.

그전부터 전 그림그리는게 하고싶었는데, 솔직히 싱글맘인 엄마한테 밀어달라고 말하긴 그렇잖아요.
남동생이 하나있는데 걔랑 전 연년생이거든요.

말이 다른데로 샐것같네요. 어쨌든 그렇게 간호과에 들어가긴 했는데 전반적인 학과 분위기도, 공부도
모두 저하고는 맞지 않아서 한학기만에 떼쓰듯이 엄마랑 싸우고 그만둬버렸어요.
엄마, 그리고 이모, 친척들로부터 이기적인년, 미친년, 망할년 소리 들었구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출도 잠깐 했었네요.
학교문제 뿐만 아니라 다른 사적인문제도 얽혀있어서 좀 일이 컸었어요.

그리고 내가 벌어서 나 하고싶은 공부하겠다고 무작정 집 떠나서 다른지역으로 와버렸어요.
사람인에 이력서올리고, 조건 괜찮아보이는 중소기업 하나 찍어서 이력서 넣고
합격했다는 말 듣자마자 짐챙겨서 바로.

아. 그전부터 공장들어올 생각이었던건 아니었어요.
알바 두개쯤 동시에하면 어떻게 돈이 좀 모이지 않을까 안이하게 생각하고, 집근처 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더라구요.
일이 쉬우니 몸이 나태해지고, 한가지 일을 하고있으니 두번째 아르바이트도 잘 구해지지 않고.

결국 그문제로 또 엄마와 싸우다가 찾은게 공장이었어요
아예 타지생활을 해야하니 엄마랑 부딪힐 일도 없고, 순전히 돈만벌수 있겠구나 싶어서.

그래서 지금다니는 공장에 들어온지 이제 4개월이 조금 넘어갑니다.
다음달이면 100일이 되는 일곱살 연상 남자친구도 생겼어요.

일에도 점점 익숙해져갑니다. 하는 일도, 교대근무도요.

그런데 일주일에 몇번은 이렇게 우울해지고 좀 힘드네요.
계획해놓은 일도, 돈도, 전부 멀리 있는 느낌이예요.
인제 겨우 몇백 모았는데, 어느세월에 목표해놓은 곳에 다다를까 아득해집니다.

내일도 출근할거 생각하면 서글프기도 하구요.

3조 3교대라 3주에 한번 쉬거든요.

쉬는날도 쉬는날 같지 않습니다.
집에 내려가는것도 싫구요, 그래서 요근래 생산일정이 없어서 라인이 섰던 날이 꽤 있었는데
그때마다 엄마한테는 회사 출근한척 하고 남자친구 집에서 영화보고 맛있는거보고 놀았어요.

그렇다고 남자친구에게 마음붙일수있는것도 아니예요.
처음엔 일곱살 연상이라서 되게 기댈수 있고, 좋을것 같았는데
물론 나보다 밥 한참 먹은만큼 생각이 깊은면도 있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한게 있고...

아효, 이래저래 글쓰고 생각하다보니 벌써 다섯시네요.
고민이랍시고 글 싸질러서 죄송해요..

힘내야겠죠!^^
요즘 등록금때문에 힘든 학생들이 한둘이 아닌것 같던데, 공장다니느라 세세하게 알지는 못해도
왠지 제모습이랑 비슷해보여서 좀 짠합니다.

혹시 그런분이 계시다면 같이 화이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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