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한 친구들은 하나 둘씩 연락이 뜸해지고 친했던 동기들도 군대를 가고 그나마 남은 말동무조차 떠나가고 내일은 오늘보다 열심히 살아야지 생각만 하다가 오후 늦게야 겨우 일어나서 대충 끼니를 때운다. 남들 앞에선 바쁜척, 열심히 하는척은 다 해놓았지만 무언가 해보려 앉은 컴퓨터 앞에선 정작 게임만 하고 있고 고딩때 불타올랐던 창작욕들은 귀차니즘에 밀려 흔적만 남아있는데 오늘도 하는 거라곤 야밤에 가족들 몰래 집을 빠져나와 담배 한개피를 물고 편의점에가서 맥주캔을 사들고 다시 한개피와 앞에 집앞에 와선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한개피를 더 태우고 나서야 발소리 죽여 방으로 들어가서 네놈인지 내놈인지 모를 사람의 입에 맥주를 들이 붓고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계획대로 해야지 하지만 이대로는 결국 내일도 오늘처럼 흘러가 버릴 걸 안다. 결국은 고칠 생각 보다는 일단 마저 마시자라는 생각이나 들고 그런 자신이 한심하지만 한심한게 너야라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맥주 몇 캔에 취한거냐 바보같은 놈아 스스로를 욕해본다. 나에게 뭔가 뜨거운게 남아 있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허무맹랑한 소원과 그때도 지금과 다름 없었기에 지금의 네가 남은거라는 생각에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고민해 보지만 떠오르는 건 그저 자괴감과 스스로에 대한 조소 뿐. 이봐, 정신차려, 중딩 땐 세상을 발 아래 보듯이 우쭐하던 놈이 지금은 왜 자신조차 가누지 못하고 세상의 발 아래에 깔려있는거야. 글쎄, 그러게 말이야... 그래, 정말 어디가 잘못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