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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공원 6/23
게시물ID : lovestory_208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락도
추천 : 0
조회수 : 3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6/06/23 23:00:18
 이 이야기는 제가 정말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저의 멋대가리 없는 목소리로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녀는 

다른 남자곁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그녀를 위해 쓴 이상 이곳에 올리지 않을 수가 없군요.

그녀도 오유인이거든요.

이 이야기에 나오는 세남자를 이미 보신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근래에 유난히 그곳을 얼쩡거리는 한 파마한 사내도 보셨을테구요.

그 파마한 사내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해요...^-^;;










 한적한 여름밤 마로니에 공원-

매일 그렇듯, 사람들을 구경하러 마로니애 공원에 갔다.

매일 그렇듯, 담배달라는 거지와 인사를 하고 

자판기로 다가가 음료수 2개를 뽑아들고 주변을 둘러본다.

많은 사람들, 모두가 짝을 이루고 이야기를 나누거나,포옹하거나,

심지어 키스를 하기도 한다.

천천히 둘러보며 걷고있자니 저만치 벤치에 혼자 앉아있는

여자가 보인다. 나는,역시 매일 그렇듯 자연스럽게 그녀 옆에

앉았다.

그녀는 놀란듯이 날 쳐다본다.

 "왜 혼자서 울고계세요?"

 "사실은 제 남자친구가요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제가 힘든데요,어쩌고 저쩌고..."

보통 혼자 앉아있는 사람들은 다 그런 이유가 있고

그런 이유란 대부분 비슷하다.

바로 사랑고민이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런곳에 나와서 모기에 피를 헌납하며

혼자 쓸쓸히 앉아있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런 사람에게 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제가 재미있는 이야기 해드릴까요?"

 "무슨얘기요?"

글썽이는 눈망울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말이 헛나오지는 않을까 신중하고 또박또박

호흡을 가다듬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공원의 주인공이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다들 커플들의 장소라고 부르죠.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저 파리떼같은 사람들이 아녜요. 그럼 누구게요?"

 "잘 모르겠어요."

 "저기 멀리서 사람들에게 담배달라는 거지 보이시죠?

저기말예요, 한여름인데도 두꺼운 자켓을 입고있는 사람.

그리고 그 옆에 땅바닥에 앉아서 컵라면을 먹고있는 사람과

저만치 떨어져서 리어카를 쥐고있는 얼굴에 붕대를 감은

사람. 

 "네 보여요."

 "우선 오늘은 담배달라는 거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우선 우리 핸드폰 꺼두기로해요.

이야기하다가 벨소리 울리면 안되거든요.

자 그럼,,,

저사람이 거지로 보이시죠? 그런데 사실 저사람은

관대한 미식가예요. 우습죠? 관대한 미식가라니.

예전엔 칼날처럼 예리한 미식가로 유명했었죠.

저사람은 무슨 음식이든 한번 맛을 보면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 알수 있는 절대미각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그는 유명한 저널리스트들과

칵테일을 마시면서 맛을 논하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부자들에게 맛에대한 이야기를

해주곤 했어요. TV에도 몇번 출연했을거예요,아마.

절대미각이라는 능력 덕분에 화려한 생활을

하던 그에게도 사랑은 찾아왔어요.

길을 걷다가 음식점 유리창 안에 비친 

여자에게 뿅 간거죠. 고급 레스토랑이었는데

비싼 차를 타고 온 부자들이 주 고객이었어요.

그 여자는 식당 종업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죠.

그는 무엇에 홀린듯이 레스토랑에 들어가서는

아무거나 주문을 했어요. 그리고 그 여자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리고 그 여자가

이 레스토랑의 주인이라는걸 알 수 있었어요.

종업원에게 행동지침을 내리고 있었죠.


그날 이후로 그는 거의 매일 이 레스토랑에

왔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여자 앞에선

쾌활하고 자신감있는 그가 그녀 앞에서는

말을 걸 용기가 나지 않는거예요.심장이

미친듯이 날뛰어서 설사 말을 걸었다고

해도 헛소리를 하고 말았을 거예요.

그렇게 한달쯤 지났을까, 어느날

정장차림을 한 손님들이 그 식당에

와서 점잖게 앉아있었어요. 그녀는

그들에게 특별히 깍듯하고 친하게 대했어요.

그녀가 주방에 들어가서 주방장들을 

지켜보고 있는 사이 그가 신사들 중

한명에게 말을 걸었어요.

 "이곳 주인과 친하신 모양이예요.뭐하시는

분들이신가요?"

 "저흰 서로 사업 파트너구요,

저 여사장에게 오늘 저녁을 초대받았습니다,

그쪽은 여사장과 무슨 관계이신가요?"

 "아,그냥 저는 손님일 뿐입니다."

그는 쑥쓰러운듯 대답하고는 고개를 황급히

자기 테이블에 올려진 음식으로 돌렸어요.

그녀가 오고있었기 때문이죠.

그녀는 신사들에게 음식이 어떻냐고 물었고

신사들은 아주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그녀는 드디어 그에게 다가왔어요.

그녀가 웃으면서 물었어요.

 "음식 마음에 드십니까?"

그는 목소리가 떨릴까봐 신중하게 대답했어요.

 "아주 맛있습니다."

그의 대답에 만족한듯 그녀는 웃으며

다른 테이블로 가려는 순간이었어요.

 "암송아지의 넓적다릿살에 생강과 양파

그리고 인도산 붉은 피망..어쩌고 저쩌고..를

넣어서 약 사흘간 상온에 숙성시켜 두셨군요."

그는 고개를 들고 자신감있게 말했어요.

옆 테이블의 신사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어요.

그는 그녀가 놀라서 그에게 관심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날아온건 

따귀였어요. 순간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살기가

돌았고 그녀는 손님들에게 미안하다고 한 뒤

황급히 자리를 떠났어요. 신사들도

헛기침을 하며 나갔죠. 

넋이 나가 가만히 앉아있는 그에게

순진하게 생긴 여종업원이 다가와서 말했어요.

아까 그 신사들은 모두 레스토랑 사장이라고,

서로 협력하는 관계이기도 하지만 사실

서로 경쟁 관계라고. 그리고 이 레스토랑이

이렇게 잘 되는 이유는 고급스런 분위기도

있지만 그녀의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비밀의 요리법 덕분이라고 말했죠.

이제 곧 비밀을 알게 된 그들이 단합하여

그녀의 식당을 문 닫게 할 거라고...

그는 망연자실했어요.


그 신사들은 곧 그녀의

레스토랑 주변에 레스토랑을 차리고는

그녀의 요리법을 이용한 요리들을

팔았어요. 그 요리는 워낙 비싸서

부자들만 먹을 수 있는데 

젊은 여사장의 레스토랑보다는

인맥이 넒은 신사들의 레스토랑으로

가는게 부자들에게 유익했거든요.

과연 그 식당은 오래 가지 않아 문을

닫았어요.
 

여사장에게 따귀를 맞은 날 이후로

그는 거의 매끼를 굶었어요.

상실감에 빠져서 이곳 저곳을 방랑

하기도 하고 마약도 하고

도박도 했죠. 결국 그는 그가가진

모든 돈을 다 써버렸어요.

다시 일을 시작해야 했지만

그는 두번 다신 음식에 무엇이 

들어갔는지 말하고싶지 않았어요.

자신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여사장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데요.

어쨌든 거의 매끼를 굶다시피

하다가 이렇게 길바닥으로

이사한 뒤부터는 무슨 음식이든

맛있게 느껴진다네요. 

더이상 음식을 평가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음식의 짝을 지어주기는 하죠.

'비둘기고기는 석류와 궁합이 맞겠는데.'

하는 식으로요.

그의 말에 따르면 아무리 식상한 음식이라도

무슨 음식과 먹느냐에 따라 그 맛이

완전히 틀려질 수도 있고 또한

최고가 될 수도 있다고 해요.

어쨌든 훌륭한 미식가가 저렇게 

길바닥을 전전하게 된 것은

단순히 그의 실수때문은 아니예요.

그는 그 이후에도 일을 할 수 

있었어요. 절대미각이 어디

가겠어요? 그럼 과연 무엇이

그를 저모양으로 만들었을까요?

한번 대답해 보실래요?

 "음...사랑이요."

그쵸. 사랑이란 태풍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하셨을 거예요.

더군다나 그가 그여자와 나눈

대화는 고작 10초정도였고

스킨쉽이라고는 그녀의 손이

그의 뺨을 스친게 전부예요.


물론 다른사람이 보기에는

그가 바보같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제가보기엔 그는 정말 훌륭한

로맨티스트예요. 로맨티스트는

결코 돈에 집착하지 않죠.

다만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에 따라

행동한답니다.

저사람 그저 길바닥에서

나뒹구는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의 내면에서는 그녀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가득 찼어요.

그리고 이런식으로나마 그녀에게

사과를 하는 거구요. - 



그녀가 물끄러미 거지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그래, 이미 그녀의

눈에 비치는 것은 이곳에 가득 찬

커플들이 아니라 그 한 거지였다.

관대한 미식가.



 "혹시 제 이야기가 지루하셨나요?"

 "아니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죽을상이던 그녀의

표정이 다시 밝게 돌아왔다.

난 정말 기뻤다. 나로인해 다시

웃음을 되찾는 그녀를 보니...

 "자, 시간이 늦었네요. 집에 갈

시간이예요. 내일은 저만치에 떨어져

리어카를 붙잡고있는 사나이에 대해

이야기해 드릴게요. 저사람이 왜

얼굴에 붕대를 감고있는지 알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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