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졸았는지 어쨌는지 진상은 아직도 잘 모르지만 공통수학 끝부분만 시험 범위라고 잘못 들은 나는 수1은 완전 제껴놓고 공통수학만 공부했다. 수학을 별로 안 좋아한터라 그나마 그것도 제대로 안했다.
마침내 시험당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시험지를 받으면 뒷장은 안보고 1번부터 풀어가는게 내 방식이라 뒷면은 확인을 안했다. 당연히 앞면은 공통수학, 뒷면은 수1이었다.
공부도 제대로 안했으니 앞면을 쑥쑥 풀어나갔다면 그건 사기죄다. 공부한 만큼 성적이 오른다는 등가교환의 법칙을 새삼 확인하면서 뒷면을 넘길락말락 할 쯤 선생님의 엄숙한 선언이 있었다.
-앞으로 5분 남았다!
아직 마킹도 안했는데.. 일단 부랴부랴 반띵이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푼 문제를 마킹하고 뒷면을 넘겼을 때!!
그때 그 심정은 입영첫날밤 모포를 뒤집어 쓰고 흐느끼는 군인아저씨 마음...
풀기는 이미 늦었고 일단 다 찍고 찍은번호라도 채점을 위해 시험지에 써놨다. 다 같은 번호로 찍으면 한두개는 맞겠지만 그 와중에 하나라도 더 맞겠다고 진짜 답이 아닌것 같은 번호를 추려내고 나머지 번호에서 랜덤하게 찍었다. 주관식도 찍은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난다. 주관식이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