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려고 하는 통상절차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충돌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3일 “통상절차법 21조 2항은 한·미 FTA 위반을 근거로 한 투자자의 소송 제기를 전면 금지하고 있어 한·미 FTA와 충돌한다”고 밝혔다.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도 “통상절차법 21조에 대해서는 외통위 법안심사소위 토론에서 위헌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며 “여야 합의로 법사위로 가 있는 상태여서 정부는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절차법 21조 2항은 “통상조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개인 또는 법인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작위(법적, 규범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일을 하는 것) 또는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소를 제기할 경우, 제1항에 따른 (통상조약 이행에 필요한) 법률·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을 근거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인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때 한·미 FTA가 아니라 통상조약 이행에 필요한 한국 법률에 따르라는 것이다.
또 통상절차법 부칙 3조는 ‘이 법 시행 전에 체결됐지만 공포되지 아니한 통상조약에 대해서는 21조를 적용한다’고 정해두고 있다. 한·미 FTA는 이 법 시행 전에 체결됐고 공포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통상절차법 21조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통상절차법이 ‘미국인 투자자가 한·미 FTA 11장(투자 챕터) 위반을 이유로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한·미 FTA(11.18조 및 부속서 11-마)와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인 투자자는 한·미 FTA에 규정된 간접수용(재산권 침해)을 당하거나 최소대우(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등)를 받지 못할 경우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하지만 국내 법률에는 간접수용, 국제관습법상 최소대우라는 법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통상절차법에 의하면 미국 기업은 한·미 FTA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통상절차법과 한·미 FTA라는 모순된 법률을 국회가 의결하면 큰 법적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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