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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때의 나처럼
게시물ID : lovestory_380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테노그래퍼
추천 : 5
조회수 : 99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1/15 21:45:15
그때의 나처럼 예전에 화실에 강사로 나가며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날은 포스터 물감을 가지고 구성 수업을 했고, 어떤 날은 석고 데생 수업을 했다. 그런데 구성반이나 데생반 한쪽으로만 학생들이 몰려 번잡해질 수 있어 학생마다 미리 각자의 요일을 정하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하다 보면 이상한 핑계를 대면서 미리 정해 놓은 요일을 바꾸려는 녀석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선생님, 오늘 안경을 안 가지고 와서 석고가 잘 안 보여요. 그러니 오늘은 구성을 할게요"라든지 "선생님, 붓이 다 망가져서 그러는데 오늘은 데생 수업 하고 내일 구성 수업 하면 안 되나요?" 따위의 핑계 말이다. 그러면 나는 거짓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척 그렇게 하라고 했다. 하기 싫다는데 억지로 시키는 게 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 탓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 내가 선생님들께 했던 거짓말과 똑같이 토씨 하나 안 틀리게 말하는 그들이 귀여워서 봐 준 것도 있었다. 그날도 그랬다. 나는 그녀에게 슬픈 눈으로 구구절절 뭔가를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화실 학생들의 거짓말을 듣던 나와 똑같은 표정으로 짐짓 모른 척하며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람, 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때의 나처럼. 박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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