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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게시판에서 사진을 보다가 생각나서...몇자 끄적입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5615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개란후라이
추천 : 1
조회수 : 3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2/24 04:18:06
1986년 경기도 여주군 

어릴적 큰 할아버지댁에 자주 놀러 갔었어요.
어느 시골집과 마찬가지로 마당이 아주 넓고 외양간도 있었어요.
할아버지댁엔 아주 큰 개가 한마리 있었습니다.
이름은 아지였고, 강아지땐 아주 작았었는데 점점 크더니 제가 등에탈 수도 있게 크더라구요.
덩치는 크지만 정말 순해서 등에 타고있으면 가만히 있고, 짓지도 않는 순둥이였어요.
그러던 어느 여름날 계곡에 놀러가게 되었어요.
엄마가 사준 새로사준 샌들을 신고 물놀이를 갈 생각에 많이 들떠 있었어요. 
그런데 아빠가 아지도 데려가야 한다고 했어요.
저는 아지랑 같이 물놀이를 할 생각을 하니 너무 좋아서 어쩔줄 몰랐어요.
그런데 아지는 같이 가기 싫어했습니다. 아빠가 잡아끌고, 큰아저씨가 잡아끌어도 집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았어요. 큰오빠는 그냥 두고가자고 울었습니다.
저는 큰오빠한테 왜 두고가냐고 같이 놀러가면 더 재밌을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지한테 다가가서 " 아지야 우리 같이 물놀이 가는거야. 같이가자"고 했어요.
그리곤 아지 등에 탔습니다. 아지는 그때서야 같이 놀러가기로 했었나봐요. 
떼도 안쓰고 계곡에 같이 갔습니다. 
계곡에가서 큰오빠랑 언니랑같이 물놀이를 실컷했습니다.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아빠가 아지가 너무커서 다른 사람들이 놀라니까 물속에는 들어가면 안된다고해서 좀 서운했지만,
그래도 오빠랑 언니랑하는 물놀이가 너무재미있어서 시간가는지 모르고 놀았습니다.
그러다가 새로산 샌들끈이 끓어졌어요. 새로산건데,,,엄마가 어제 새로사준 샌들인데,,,
너무너무 속상해서 엉엉 울면서 엄마한테 간다고 떼를 썼어요. 
큰오빠는 아직 가면안된다고, 좀 더 있다가 가야한다고 했지만 제가 너무울어서 어쩔 수 없이 절 엄마가 있는곳으로 데려가기로 했어요. 끓어진 샌들을 한손에들고, 엄마가 있는 곳에 갔어요.
그때 전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빠랑 큰아저씨가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있는 아지를 방망이로 때리고 있었습니다.
큰오빠는 거봐 내가 좀 더 있다가 와야 한다고 헀자나! 라고 화를 내면서 어디론가 뛰어갔고,,,,
저는 아지한테 뛰어갔습니다. 
뛰어가던 저를 엄마가 막아세웠고, 절 안아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려 했습니다.
산을 내려오던 엄마는 저한테 화를 냈습니다. 왜 벌써왔냐고,,,빨리와서 못볼걸 봤다고말입니다.
저는 아지한테 간다고 울며 떼를 썼습니다. 그렇게 버둥대다가 엄마가 절 놓쳤고, 아지가 있는곳으로
뛰었습니다. 그리곤 절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큰아저씨가 아지의 목을 칼로 베고 세숫대야에 피를 받고 있었습니다.
몸부림치는 아지를 보고 전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어나보니 집에 와있었습니다.
제가 일어나서 처음한건 구토였습니다. 
그리고 울었습니다. 아지한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렇게 가기 싫어했었는데,,,난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놀러간다는 생각에,,,저때문에 아지가 죽은거 같았습니다.
이 일이 있기전까지 엄마는 제가 개고기를 잘 먹었다고 합니다.
물론 어린애가 무슨 고기인줄 알고 먹었겠습니까만... 
이 일을 격은후엔 개고기집 옆만 지나가도 구토증세가 나타납니다.
식구들은 아직도 개고기를 먹습니다. 복날이 다가오면 늘상 식탁엔 개고기가 올라왔습니다.
엄마가 개고기라고 말하지 않아도 전 냄새로,,, 벌써부터 알고는 그날은 밥을 먹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날의 트라우마때문인지 개고기 냄새만 맡아도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매를 맞던 아지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결혼하기 전에 신랑될 사람을 인사시키려 큰할아버지댁에 갔었습니다.
할아버지댁은 예전과 거의 달라진게 없었고, 친천들과 모여 예전에 제가 이랬었네, 저랬었네,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지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큰아저씨는 허허허 웃으시면서,

그래 그때는 얘가 너무 울며 달려들어서 너무 당황했었지. 쪼그만게 멀 안다고 살려내라고 울며불며 그랬는지...어떻게 할 새도 없이 달려드는 바람에 개 피를 다 뒤집어 써서 얼마나 놀랬었다고...그랬던애가 이제 시집간다고 신랑감 데리고 인사를 다오다니 허허허. 많이 컷네 우리 XX. 하고는 또 허허허 웃으셨습니다.

개피를 뒤집어 썼다니...내가...아지 피를 뒤집어 썼었다니... 지금까지 내 기억에서 없던 부분이었기에
너무 당황했습니다. 머라고 말도 못꺼내게 당황되서 엄마를 쳐다봤더니 엄마 얼굴이 굳어졌더라구요.
제가 얼마나 그때일의 트라우마로 힘들어 했는지 제일 잘 아는 분이였으니까요.
저희는 서둘러 차가 막힌다는 핑계를 대고 큰할아버지댁에서 나왔습니다.
차안에서 엄마에게 물어봤습니다.

엄마, 나 그때 피까지 뒤집어 썼었어? 왜 나는 기억이 나지 않지? 

엄마는 그딴거 기억해서 머하냐고, 쓸데없다고 말끝을 흐렸지만 아빠가 말해주셨습니다.

니가 엄마랑 내려간줄알고 큰아저씨가 개 목을 따고 피를 받았는데 니가 울고불고 소리지르면서 뛰어오더니 
개한테 매달려서 살려내라고 했었다. 널 개한테서 떼어 놓으려고하다가 니가 발로쳐서 받은피를 뒤집어 썼었지. 그리곤 니가 기절을 하는 바람에 우린 너데리고 병원가고 큰아저씨는 그 개는 니가 난리쳐서 못먹겠다고 남줬다더라. 

그랬구나...근데 난 피를 뒤집어쓴 기억이 없는데...

기억 안나는게 좋은거지머, 난 보신탕은 안먹을께 걱정마라고 신랑이 어깨를 토닥여 줬습니다.

아마 그때 정신이 나갔거나...너무나 기억하기 싫은일이기에 기억에서 지워버렸나봅니다.
지금도 아지가 제 뱜을 핧던게 기억납니다. 아지 등에 올라타던게 기억납니다.
아지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지켜주지 못해서미안해 아지야.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멀 몰랐어. 
그렇게 가기 싫어하던 너를 내가 죽음으로 인도한거나 마찬가지야.
아마도 넌 알고 있었겠지. 니가 죽으러 간다는걸...
싫다고 한번 짓기라도 하지 그랬니...
내 기억으론 한번 크게 짓은적도 없는 순둥이 아지...
아마 지금쯤 예쁜 애완견으로 다시태어나 많은 사랑 받으면서 자랐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그랬기를 바란다. 그래야 니가 날 조금이나마 용서할테니까.
정말 미안해 아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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