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동백꽃
게시물ID : humordata_9548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렌지파이
추천 : 0
조회수 : 2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2/30 21:19:22
나흘 전 문의전화쪼간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도지사가 문의를 하러 가면 갔지, 남 긴급전화 받는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용건을 죽여 가지고 전화로 살며시 와서

"나는 여기 도지사 김문숩니다." 하고, 긴치 않은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척 만척하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에 갑작스리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한차 망아지만한 도지사가 남 일하는 놈 보구…….

"네 소방서입니다. 말씀하십시오."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경기도 도지사 김문숩니다."

또는,

"어 내가 도지사인데  이름이 뭐요? 지금 전화받는 사람"

헛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씩씩댄다. 별로 화날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놈의 장난전화가 왜이리 많이 와 하고 끊어버렸다.다시  조금 뒤에는 저의 집께를 할끔할끔 돌아보더니 양로원의 속으로 꼈던 전화기를 뽑아서 남양 소방서로 불쑥 거는 것이다. 언제 걸었는지 아직도 권위주의가 홱 끼치는 굵은 목소리 한 개가 전화선에 뿌듯이 흘렀다.

"내가 경기도지사 김문수입니다. 아까 전화 받은 사람 이야기해봐요. 지금 받는 이사람 맞아요?"
하고 개념없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도지산 것을 소방관이 모르면 큰일 날테니 여기서 얼른 받들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도지사입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나는 고개도 돌리려 하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목소리를 도로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끊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소방서에 들어온 것은 근 십  년째 되어 오지만  여지껏 가무잡잡한 도지시의 얼굴이 이렇게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좌천까지 들먹이는 것이 아니냐.




원문 동백꽃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