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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봉주 판결에 대하여 - 중요한건 MB가 아니다.
게시물ID : sisa_1580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슈트레제만
추천 : 1
조회수 : 4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1/04 19:25:03

트위터나 세랴에서나 이번 정봉주 판결을 두고 현 정권 비판하는 목소리부터 시작해서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타게팅이 다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봉주가 비교적 부당하게 유죄판결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를 사법부가 조지는건 비단 이번 정권에서 있었던 일만은 아니며 문제의 핵심을 '이명박 정권'이 아닌 '사법부 자체'로 돌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보거든요.

정봉주와 비슷한 맥락이지만 BBK와 같은 정권의 도덕적 치부가 아니라 재벌권력과 검찰 정치권력의 유착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기에 있었던 노회찬의 삼성 X파일 공개 관련 판결입니다. 이 시기에도 노무현 행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진보정당의 대표 정치인 노회찬을 사법부와 노무현이 합심해서 조졌습니다. 노회찬이 기소된 이후 노무현 대통령 본인이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이고, 불법 도청으로 인한 증거물은 증거능력 자체가 없다’
'정경언 유착보다 도청 문제 자체가 더 중요하고 본질적이다'

라고 밝혔지요.

검-경-정 유착의 정황증거가 명명백백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X파일을 통해 밝혀진 사실들의 공익적 속성이 문제인게 아니라 그게 불법도청을 통해 수집되었던 사실이 수사의 핵심이라고 대통령이 앞장서서 주장한 셈이지요. 결국 X파일으로 밝혀졌던 검경정 유착은 추가수사 없이 묻혀버렸고, 그걸 공개한 노회찬만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대통령과 사법부가 합심해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사건의 고발자만 족치는 상황이 만들어진거죠. 이건 당시 열린우리당에 있었던 유시민과 같은 정치인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의회내 1당이었던 주제에 노무현의 '도청 본질론'을 지지하면서 삼성에 대한 특검법은 제대로 진행하지도 못하고 흐지부지시켰죠. 

결국 문제는 행정부의 의사에 맞춰서 사법부의 판결의 잣대가 이리저리 바뀌어버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권의 성격이 노무현이니 이명박이니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정부와 사법부의 유착이 문제인거지요. 이 사건때문에 사법부가 편향되어 있는거고 민주정권이 아니라면 노무현 행정부 시기에도 사법부는 편향되어 있었고 비민주적이었습니다. 우리가 문제삼아야 하는 것은 특정 정권이 아니라 사법부라는 집단의 폐쇄성과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만을 내리는 행태 그 자체입니다.

P.S. 글 쓰고 나니까 생각났는데 FTA 관련해서도 노무현 행정부가 사법부를 잘 이용해서 반대파들의 입을 막곤 했습니다. FTA 반대하는 시민들과 농민들이 한푼두푼 모아서 만든 광고를 딱 일주일에 서너번 방영하려고 했는데, 행정부가 그거를 사법부에 가처분신청 내서 방영불가 판결이 나왔지요. 정부의 FTA 홍보 광고는 매일매일 수차례씩 나오고 있는데 반대진영의 광고는 행정부의 압력에 따른 사법판결로 막아버리는걸 보면서 여러모로 화가 났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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