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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욱캬님의 리플 소설 대작...!!
게시물ID : humorstory_2724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콜천
추천 : 1
조회수 : 143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1/09 12:38:39
문제의 발단은 이 글.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bestofbest&no=63864&page=2&keyfield=&keyword=&mn=&nk=Agong&ouscrap_keyword=&ouscrap_no=&s_no=63864&member_kind=

베오베를 가게 된 일개 유머글이었다.

그런데 쭈욱캬라는 어느 숨은 고수가 리플로 소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쭈욱캬님 죄송. 님이 올리셨어야 되는 건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그동안 나는 스프의 섭취량을 최소한으로 줄여 살을 뺐다. 더 굶었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즈음 나는 탈출을 시도했다. 머리부터 구멍에 집어넣고 발가락으로 바닥을 밀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통로는 비좁을 뿐더러 빛이 통하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들어온 지 삼십분이 지나자 온몸에 땀이 비오듯 흘렀고, 서서히 근육에 경련이 일어났다. 앞으로 갈 수록 통로는 점점 협소해졌다. 살을 빼지 않았다면 진즉에 구멍에 끼어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을 것이다. 돌아가고 싶었지만 공간구조의 한계상 몸을 돌릴 수가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면 나는 서서히 굶어죽게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빌어먹을, 이런 곳에 들어오는 게 아니었다. 얌전히 스프나 받아먹었으면 이렇게 비참하게 죽진 않았을 걸...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눈자위가 뜨거워졌다. 도대체 어째서 나는 이런 일에 휘말려버린 걸까?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발가락에 힘을 줬다. 순간 머리에 닿는 콘크리트의 느낌이 사라졌다. 나는 이를 악물고 몸을 비틀어 필사적으로 전진했다. 머리와 어깨, 그리고 허리까지 빠져나오자 그 다음은 수월했다. 간신히 몸을 가눌 수 있게 된 나는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기침을 쿨럭거렸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하지만 주변은 여전히 암흑이었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다음 몸을 일으켰다. 상황을 파악하려고 벽을 더듬거리는데 스위치가 손가락에 걸렸다. 그것을 누르자 천장에 불이 들어오며 방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절망했다.
방의 구조는 이전과 동일했다. 사방이 콘크리트로 막힌 입방체 구조와 스프가 나오는 튜브, 그리고 내가 들어온 곳과 똑같이 생긴 구멍까지. 단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 방의 크기가 전에 비해 절반가량 작아졌다는 점이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주먹으로 벽을 치고, 미친듯이 고함을 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허기는 꾸준히 찾아왔고, 나는 튜브에서 스프를 받아 배를 채웠다.

...

두번 다시 구멍따위 거들떠보지 않겠다는 다짐은 흐르는 시간 앞에서 속절없이 허물어졌다.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
나는 심호흡을 하고 구멍을 노려봤다. 그리고 천천히 머리를 집어넣었다. 

[계속] 

콘크리트로 된 단단한 통로가 몸을 압박하자 애써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나아가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통로는 전과 달리 곡선으로 휘어져 있었다. 때문에 움직이는 게 훨씬 힘들었다. 휘는 부분에 관절이 걸릴 때마다 뼈마디가 욱씬거렸다. 눈에 땀이 들어가서 따끔거렸지만 닦을 수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아무리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내 운도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꿈틀거리며 굼벵이처럼 앞으로 기어가던 내 앞에 갈림길이 나타난 건 그때였다.
머리에 닿는 느낌으로 미루어보아 구멍은 두개였다. 한쪽은 비교적 넓었고, 다른 한쪽은 지금과 같았다.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넓은 쪽으로 머리를 밀어넣었다. 순간 좁은 쪽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것은 여자의 흐느낌이었다. 어쩐지 음산한 소리였지만, 나 말고도 이곳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생각은 상상도 못할 만큼의 위안을 가져다 주었다. 나는 당장의 편안함을 포기하고 좁은 곳을 선택했다. 그리고 정신없이 선택한 방향으로 밀고 나아갔다. 멀리서 희미하게 빛이 보였다. 출구였다.
머리를 구멍 밖으로 끄집어내자 여자의 새된 비명이 들렸다. 나는 온힘을 다해 간신히 구멍에서 빠져나왔다. 여자는 뒷걸음질을 쳐 방 구석으로 물러났다.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나는 재빨리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방의 구조는 내가 처음 눈을 떴던 곳과 같았다. 내가 들어온 구멍 외에 다른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역시 넓은 쪽으로 갔어야 했나.'
나는 기진맥진해서 바닥에 널브러졌다.

[계속] 

검정색 스웨터에 스키니진 차림의 여자는 아무런 말 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나는 적당히 숨을 고른 뒤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나도 그쪽처럼 여기 갇힌 사람이에요."
여자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저 구멍 너머에 있는 방에서 왔습니다."
그제야 조금 안심한 듯 여자가 입을 열었다.
"여기 말고 방이 또 있나요?"
"네, 아마도 저 구멍은 방과 방을 연결하는 통로 같아요."
나는 여자에게 내가 지나온 길을 대략적으로 설명해주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의 얼굴을 힐끔 보니 눈자위가 붉었다. 아까의 흐느낌으로 미루어 보아 지금까지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 여자는 다소 편안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혼자서 정말 무서웠는데 조금 안심이에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났다. 하지만 상황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걸까요?"
내 말에 여자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그 택시만 안 탔어도."
"택시요?"
내가 묻자 여자가 말을 이었다.
"친구랑 술을 마시고 나와서 자정쯤 택시를 탔거든요. 택시기사가 방향제라면서 자꾸 뭘 뿌리는 게 이상했는데 그때부터 잠이 쏟아지더라고요. 일어났더니..."
그때를 생각하자 분한 듯 여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다 이내 한숨을 내쉬며 나를 쳐다봤다.
"그쪽도 택시 탔어요?"
"아, 전..."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사실 저는 기억이 나질 않아요.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여기 오게 됐는지..."

[계속] 

내 말에 여자가 미심쩍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나는 내 과거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나는 게 없었다. 당장 이상하게 보인다고 해도 괜히 거짓말을 해서 나중에라도 의도치 않은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았다. 여자는 곧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했는지 입을 열었다.
"사정이 어떻든 지금은 여기서 나가는 게 우선이겠죠."
나도 동감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가 이어 말했다.
"전 이수정이라고 해요. 그쪽은..."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냥 좋을데로 부르세요."
수정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내 손가락을 튕겼다.
"이름을 모른다고 했으니까 무명 어때요?"
"나쁘지 않네요."
상황이 일단락 되자 수정은 어깨를 펴고 심호흡을 한 뒤 나를 쳐다봤다.
"자, 그럼 이제부턴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무명씨."
수정의 질문에 나는 이 방에 들어오기 전에 지나쳤던 분기점에 대해 설명했다.
"일단 가보지 않은 길은 그곳 뿐이니까 조금 쉬었다가 바로 출발할 생각이에요."
그런 다음 수정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같이 가실 거죠?"
수정은 내 시선을 피해 비좁은 구멍을 힐끔 보곤 마른침을 삼켰다.
"저긴 도저히 들어갈 자신이 없어요."
"하지만 밖으로 나가려면 시도해 봐야죠."
내 설득에도 수정은 물러서지 않았다.
"무명씨가 먼저 탈출해서 구조대를 불러주면 되잖아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탈출한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이 방은 뭔가 위험해요."
"위험하다뇨?"
수정의 속편한 얼굴을 보며 말을 이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이 방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목소리를 높였다.
"생각해 봐요. 이 방은 출입구가 없어요. 그럼 우리가 어떻게 들어왔을 것 같아요? 설마 저곳으로?"
나는 손가락으로 구멍을 가리켰다.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수정도 잘 알 것이다. 생각지 못한 위협에 충격을 받은 듯 그녀는 멍한 표정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내가 생각한 가설을 설명했다.
"각각의 방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식으로 재조립되고 있는 거예요. 모든 방이 같은 속도로 변하는 건 아니겠지만요. 전에 지나쳐온 방은 여기의 절반 정도의 크기였죠. 아마 지금은 더 작아졌을 겁니다. 내가 처음 탈출을 결심한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여기도 한동안은 괜찮겠지만 언젠가 선택해야할 때가 올겁니다."
수정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나는 바닥에 엎드려 구멍에 머리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어쨌든 전 이제 출발할 거예요. 따라오든 여기 계속 머무르든 선택은 수정씨가 하세요."

[계속] 


어제 밤에 시작돼 아직도 계속 되고 있는 그의 필사의 창의력.

그 후가 기대됩니다!!! 쭈욱캬님 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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