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집이나 다세대주택에서 개를 키운 경험이 있다면 동감할 사건이 있었음 계단을 통해 뛰어내려간.....개!!!! 어느 날 나랑 집에서 뛰어놀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뛰쳐나간 돼지는 쏜살같이 복도를 지나쳐 계단을 우다다다다다다 내려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맨발로 뛰어나갔지만 꼴에 사냥개라고 얼마나 빠른지 뛰어가는 뒤꼬랑지를 본 것같은데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음
나 질질 짜면서 한 시간 찾아다녔으나 못찾음.. 그러다 어떤 아주머니가 돼지를 진짜 돼지고기 들듯이 들고오셨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507아주머니였음 우리집은 1607호인데 한 층내려가서 우리집인줄 알고 같은 위치에 서서 문을 긁고 낑낑대고 갸우뚱질하고 있었다고 함 똑똑하단건 역시나 착각이었음
그러던 어느날 나는 또 다시 돼지가 튀어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돼지랑 놀다가 문을 닫았음 그러다가.....문에 돼지가 발을 찧었음 꺠꺠걔ㅒ깨ㅒ깨ㅐ갱 개 잡는 소리가 뭔지 실시간 서라운드 음성으로 느낌 엄마가 외출했다 돌아와서 돼지가 죽는 소리 내는 걸 보고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안으려 함 돼지 멱따는 소리 냄 손끝이 돼지에게 닿으면 돼지는 죽는다고 비명을 질러댔음 울엄맠ㅋㅋㅋㅋㅋㅋㅋ 빨간 다라이(애기들 어릴 때 목욕시키는 큰 고무 대야)에 돼지 싣고 미친듯이 병원 달려갔음
사람들 진짜 웃었을거임.... 한 아줌마가 머리는 산발에 개를 빨간 다라이에 싣고 달리고 있고 그 개는 늑대처럼 울부짖고있었음 난 그 뒤를 또 미친듯이 쫓아따라갔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병원에 도착해서 우리 돼지 살려달라고 엄마랑 나랑 막 난리쳤음
이런일 한두번 아니라는 듯 의사는 돼지 다리 슥슥 당겨보고 만져보더니 한 마디 했음
꾀병입니다
? 네? ㅋㅋㅋㅋ꾀병이라했음 의사는 웃으며 주사기에 식염수를 담아 와서 능숙하게 돼지가 찧었던 다리에 푹 찔러넣었음 돼지는 좀 울더니 조금 있다가 안정을 되찾았음 근데 찧지도 않은 다리도 아프다며 달달떨고 울길래 의사쌤이 한숨을 쉬며 나머지 다리에도 식염수 주사를 꽝 놓으셨음
ㅡㅡ 그 고생을 시켜놓고 돼지는 뿌듯한 표정으로 빨간다라이에 다시 탑승해씀 ㅋㅋㅋㅋㅋㅋㅋ태우고 집으로 가라 이 말인듯 했음 주차삐까 진짜 진이 다 빠진 엄마랑 나는 집에 가서 앓아누웠음 그 고생을 시켜놓고 또 우다다 하던 돼지는 남동생이 컵볶이를 먹으며 귀가하자 갑자기 울며 다리를 절기 시작했음 ㅡㅡ야 꾀병이라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가 밤늦게 오셨을때에도 돼지는 다리를 저는 듯 하더니 손에 아무것도 없자 타박타박 걸어 제 집으로 들어가버렸음 똑똑한 건지 멍청한 건지 아직 구별이 잘 안가는 사건이었음
우리가족과 돼지 사이에 특별한 추억은 이것보다 훨씬 많았지만 젤 첨에 말했듯이 울집에서 크기에는 돼지가 너무 커졌음 돼지에게 우리 집은 우다다하기에는 너무도..좁았음
엄마가 돼지를 불쌍하다고 말하는 횟수가 잦아졌고 가만히 앉아 베란다 밖을 내다보는 돼지를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음 결국 엄마는 지인 중에서 큰 공장을 운영하며 주말마다 개들을 태우고 여행을 다니는 애견애호가 아저씨에게 돼지를 부탁한다 했음
돼지가 그 집에 보내지던 날 나는 교복을 입고 그 뜨거운 아스팔트바닥에서 이마와 무릎이 까맣게 타도록 몇 시간을 울었음 아저씨가 미안해서 돼지를 못가져가겠다 했지만 울엄마는 우리 욕심 때문에 돼지가 불행하게 살기를 원치 않는다며 아저씨에게 독하게 말씀하시고 보냈음 나는 그 날 집에서 엄마 자는 척하면서 우는 거 봐씀 엄마는 가슴이 아파서 다시는 살아있는 동물을 들이지 않겠다고 말해씀..
그러다 일 년 정도가 지나고 그 공장을 지나갈 일이 있어 지나다가 돼지가 보고싶어서 공장을 들여다봤음 내가 알던 돼지는 없었는데 황금색 털에.. 덩치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리트리버만한 개가 다소곳하게 앉아있었음 설마 하며 뒤돌아 서던 순간 개가 멍 하고 짖었음 함께 있던 엄마랑 나랑 남동생은 벙졌음 그 큰 개가 돼지였음 아저씨가 얼마나 잘 먹이고 운동도 잘 시켰는지 중형견이 대형견처럼 변해있었음
일 년을 못 보며 우리를 잊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돼지는 성큼성큼 뛰어오더니 내 가슴팍에 ㅡㅡ;; 발을 턱 올렸음 마당에 키워서 그런지 우리집에 있을 때보다 많이 지저분했지만 분명히 그 예쁜 얼굴은 돼지가 맞았음 한참 나를 기둥삼아 서서 꼬리를 흔들던 돼지는 내 동생을 발견하고는 가서 미친듯이 햩고 애교를 떨었음 그 때 얼마나 감동스럽고 가슴이 찡했는지... 다음 날 아저씨랑 엄마가 통화하고 나서 들은 사실인데, 돼지가 우리 가족을 보고나서 밤에 많이 울었다고 함
울 엄마 진심으로 돼지 사랑하는 엄마 돼지가 헷갈리거나 그리워하지 않도록 우리가 가슴 아프더라도 다신 돼지를 보고 가지말라고 신신당부하셨음 .... 나도 엄마 이야기를 알아 듣고 그 이후로 돼지를 찾아가지 않았지만
우리 가족이 돼지와 함께 했던 시간은 내 평생에 있어 잊혀지지 않을 행복한 시간이었음
지금 반려동물과 함께 있는 분들은 그 존재의 소중함을 잊지말고 매 순간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음 지금쯤이면 호호할아버지가 됐을 돼지가 아직도 너무 보고싶음
진짜 내 가슴 다 헤짚어놓고 보내야 했던 돼지는 지랄견이 확실함 지랄스럽게도 보고싶음..............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지만 계속 건강하고 행복하게 돼지가 오래살았으면 좋겠따고 기도함..